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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경제전망, 청신호 속 지뢰 조심

기업경영악화 우려 남아 ‘출구 전략’은 시기상조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6.24 08:04:49

[프라임경제]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라는 미국발 경제침체를 겪은 2009년 상반기, 한국 경제는 어느 정도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의 경기부양 정책을 서서히 거둬들이는 이른바 ‘출구 전략’ 가능성을 구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성급하지만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한다.

하지만 정작 이런 여러 청신호 못지 않게 우려 요소 또한 엄연히 공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청신호는 켜졌지만, 질주하기에는 곳곳에 지뢰밭이 남아 있는 경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성장 전망, 연이어 수정 ‘화색’

국내외 경제전문기관들은 경제전망을 연이어 수정하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했던 국내외 기관들은 상반기에 이미 호된 경기를 치르고 하반기부터는 소폭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판단 하에 종합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9일 ‘하반기 경기회복의 위협 요인과 과제’ 보고서를 내고 “상반기 국내 경기가 제조업생산, 소매판매 등에서 미국 일본 등 주요국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제하고, 올 4분기에는 2%대의 플러스 성장으로의 전환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 성장률을 -2.2%로 예측한 바 있다.

LG경제연구원도 21일 ‘2009년 하반기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고,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올 상반기 -3.6%, 하반기 0.3%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종합하면 금년 성장률 -1.7%로 전망된다(지난 4월 이 연구원은 -2.1%를 전망한 바 있다).

해외 주요 금융기관들도 4월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금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모건스탠리가 -2.8%에서 -1.8%로 마이너스 폭을 줄여잡았고, 씨티그룹도 당초 -4.8%→-2.0%로 수정, 상반기 부진을 딛고 하반기 한국 경제가 선전할 것으로 기대했다.  JP모건도 하반기 성장률 개선을 감안, -2.5%에서

   
   
-2.0%로 올려 잡았다. 골드만삭스도 금년도 성장률을 -4.5%에서 -3.0%로 대폭 올려 하반기 경기가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부양으로 민간소비 빠르게 개선 조짐

이렇게 예상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민간소비 개선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소비를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4월 준내구재 소비는 0.7%로, 8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접고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다. 비내구재 소비도 -1.0%로 나타나 낙폭을 축소했다.

신용카드 매출액을 보면 소비심리 부활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내 신용카드 사용률을 보면 지난 3월에는 작년 동월 대비 6.2%, 4월에는 7.0%, 5월에는 8.7%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업률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23일 OECD가 최근 발표한 실업률 동향에 따르면 4월 현재 우리나라 실업률은 3.8% 수준.  30개 회원국 가운데 네덜란드(3.0%)에 이어 두번째로 낮다(OECD 회원국 평균 실업률은 7.8%). 작년 4월 우리나라 실업률은 3.2%를 기록인 것을 감안하면, 경제위기 속에서도 1년전보다 0.6%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친 셈이다.

◆아직은 불투명, 기업 경영 악화 우려도
 
하지만 이런 여러 지표 개선과 전망치가 쾌속 행진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우선 경기흐름에 대해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다. 경기 하강이 멎은 것은 사실이지만 본격적 회복은 장담할 수 없다는 한국은행발 신중론이 대두된 데 이어, 19일 주요 시중 은행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금융협의회에서도 하반기 경기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경제 상황이 다소 개선된 것으로 보이거나 소비 심리가 개선된 것 등은 어디까지나 당국의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이므로, 이것을 배제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세계은행이 세계경제 전망을 비관적으로 잡은 것도 문제다. 세계은행은 22일(현지시간) 금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9%로 조정했다. 이는 지난 3월에 내놓았던 전망인 -1.75%보다 하향 조정한 것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도 당초 -2.4%에서 -3%로, 일본은 -5.3%에서 -6.8%로, 유로지역은 -2.7%에서 -4.5%로 각각 수정됐다.

우리 나라는 소규모 개방 경제인 데다가, 내수가 약하고 수출에 경제 성장의 큰 부분을 의존하고 있어 우리 경제 전망치가 좋다고 해도 해외 사정에 따라 이것이 영향을 받을 여지가 항상 열려있다. 실제로 LG연구원은 21일자 보고서에서 “세계 경기 상승속도가 빠르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회복의 힘이 제약될 것”이라고 단서를 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경제연구소 역시 연말로 갈수록 국내 기업들의 부실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일명 불경기 탈출이 임박한 경우 구사해야 하는 ‘출구전략’ 논의는 성급하다는 것이다.
23일 삼성경제연구소는 ‘하반기 기업부실 확대요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 이뤄진 기업 대출이 경기 침체기를 맞아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1분기 기업대출이 활발했다는 점이 부실위험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1분기 88.2%에서 올해 1분기 109.5%로 상승했다. 반면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7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5조6000억원) 50.8%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같은 기간 6.70에서 2.32로 하락하는 등, 기업들의 이자상환 능력이 갈수록 악화일로에 있다고 삼성경제연구소는 전했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은 구조조정기금 등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삼성경제연구소의 주장이다. 부실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하고, 비우량기업들의 자금경색이 풀릴 때까지 현재의 경기부양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세계은행의 세계경제전망이 오히려 최근 하향조정되면서 수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부산 컨테이너항>  
◆당국, 경기부양 지속할까 촉각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출구 전략을 펴는 것도, 유동성을 더 공급하는 것도 어느 하나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단 예의주시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사공일 주요 20개국(G20) 조정위원회 위원장 겸 한국무역협회장은 더 적극적인 입장이다. 사 위원장은 22일 “세계 주요 금융·경제 정책 입안자들의 합심된 조치로 인해 세계 경제가 회복기에 직면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회복의 불안함을 고려할 때 오는 9월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 출구전략을 논의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만일 출구전략이 논의된다면 시장에 잘못된 사인을 주게 돼 결과적으로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들로서는 출구전략에 관한 저울질을 이미 충분히 해봤다는 점을 이런 발언에서 추측해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당국이 출구 전략은 당분간 유보한 채, 지출을 늘려 경기 부양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진 중인 선박금융펀드 4조원 집행(자산관리공사) 지원 등이 그 예로 읽힌다. 하지만 당국의 개입이 무한정 진행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제한된 예산을 지출하면서도 경기 부양의 효율성을 높일 묘안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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