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격 내각에 이은 빅 4 장악 인사 '완성'
지난 주말 이 대통령은 천성관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을 검찰총장에,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을 국세청장에 내정했다.
천 내정자는 주요 공안관련 보직을 두루 거치면서 공안통으로 자리매김한 데다가, 용산 참사 등을 총괄한 인물. 백 내정자는 학자 출신(이화여대 교수)이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강희락 경찰청장이 고려대 동문이라는 점, 국정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원세훈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부터 손발을 맞춘 측근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대 주요 사정기관이 모두 측근 인사로 채워진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 1·19 개각으로 이른바 돌격 내각이 완성된 이래 측근 발탁, 돌파형 국정 운영 체계가 화룡점정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이들을 권력기관장에 임명한 것은 '친정 체제 강화'를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MB 코드' 뿌리내려 불도저 국정 목표로?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가 임명한 권력기관장 3명(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과 함께 시작했다.
국정원장은 자신의 뜻대로 김성호 전 원장을 앉혔지만, 법률가 출신으로서의 한계를 절감할 수 밖에 없었다. 임채진 전 검찰총장, 한상률 전 국세청장, 어청수 전 경찰청장 등도 해석에 따라서는 무리수를 두다시피 정책 추진에 협력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각종 논란으로 이들이 낙마한 뒤에 이 대통령이 자기 색깔대로 후임자를 인선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입법전쟁 재개, 미디어법 등 통과 집중
이러한 내각과 주요 권력기관 전열 정비에 이어, 한나라당 역시 국회 장악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친박연대 등 일부의 도움을 얻어 국회 개회를 추진하기로 의원총회에서 뜻을 모았다. 사실상 '단독 국회 개회' 선언인 셈이다. 비정규직법 개정 필요성이 임박했고, 미디어법 등에 대한 처리도 미룰 수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으나, 지난 연말연초와 2월 임시국회에서 매번 거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강수를 두고 나선 배경이 눈길을 끌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비정규직법을 빨리 개정하지 않으면 (7월에는) 수십만의 비정규직들이 길거리로 내쫓기게 될 것"이라며 "이제 더 기다릴 수 없다"고 밝혀 '민생'을 강조하면서도, "민주당이 5대 요구조건에 미디어법 포기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조건을 걸고 국회를 나가는 나쁜 관행은 고리를 끊어야 될 때가 왔다"고 말해 이번 입법 전쟁에 나서는 배경이 '야당 길들이기'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기력하기만 한 공룡 여당을 극복하고 국회를 장악, 정부의 정책 추진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초조한 정부·여당, 민심 이반 상황 오래 방치하면 곤란 판단
이렇게 정부와 여당이 초강수를 들고 나선 것은 4월 재보선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조문정국 여파를 빨리 털어내지 않으면 국정 주도에 어려움이 클 수 밖에 없기 때문. 금년 초 집권 2기를 시작한 가운데, 아직 경제 회복에 대한 결정적 승기를 잡지 못해 정부를 초조하게 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는 지방선거 등 선거일정이 잡혀 있어 사실상 금년이 일을 할 수 있는 마지막 해라는 해석도 이전부터 나오고 있어 마음이 다급할 수 밖에 없다.
◆야당 반발 불가피, 충돌 우려 상승
하지만 이와 같은 정부와 한나라당의 '정면 돌파 카드' 선택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거 정국이 이 대통령의 양보를 이끌어 내고 '소통'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야당들로서는 일말의 기대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가게 된 만큼 민주당 등 만만찮은 대응을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2일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은 더 이상 선의의 경쟁 대상이 아니고, 이제는 투쟁의 대상임을 확실히 밝힌다. 한나라당 의원들마저 스스로를 불통과 배제, 독주가 문제라고 평가함에도 끝내 이 정권은 국민과 소통하지 않기로 작심한 것 같다"고 밝혔다.
주요 정책 추진에서 보수적 색채를 드러내며 경우에 따라 한나라당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기도했던 자유선진당 역시 단독 국회 개회 움직임에 대한 거부감을 표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은 단독 국회 강행을 독재로 가는 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창조한국당도 독선으로 가는 길이라는 비판을 가하며 다른 야당의 반발 기류에 동참했다. 한나라당 대 야당 연합 기류로 치닫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장외투쟁 등을 검토하겠다는 기류가 더욱 힘을 얻을 태세다.
여당의 규모가 커 사실상 상임위와 본회의 개회에서 법안 강행처리를 노릴 여지가 크기 때문에, 민주당 등의 이같은 반발 기류는 '실력 저지'라는 방식으로 나타날 여지가 높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결과로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기조를 다시 한 번 밝힌 와중에 배경 상황이 좋지 않은 점도 문제다. 세계은행은 전반적인 세계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우리 경제에 대한 긍정적 전망들이 나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로서는 연쇄 영향을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등이 경기 회복을 자신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이번 '근원적 처방' 역시 지난 번 촛불 정국 못지 않은 소통 부재와 혼란을 반복할 가능성을 우려하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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