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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아이디어 상품 봇물…돋보기로 봐라

혜택 풍성해 보여도 외화내빈 수두룩…자기패턴 파악후 선택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6.16 09:11:06

[프라임경제] 은행들이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으면서 손님 끌어당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상품 경쟁 원인은 어디에?

현재 은행 수신은 외형 규모는 늘어도 장기적인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은행 수신 동향 자료를 보면 934조 1434억원으로 전월보다 11조 2717억원 늘었다. 정기예금이 9985억원 줄고 실세요구불예금도 7195억원 줄었다는 것이다. 다만 수시입출식예금이 7조6577억원 급증하고 있다.

즉 주식 시장 등으로 흘러들어가기 전 자금이 관망세를 보이며 은행에  잠시 머물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돈을 고정적으로 잡아두기 어려워진다는 방증이다.

현재 중기 대출과 가계 대출 정체 현상 속에서 이같은 현상은 달가운 것이 아니다. 조만간 이들 분야에 정책적으로 대출을 늘리라는 당국의 압박이 거세질 경우 쓸 실탄을 쌓아두기위해서라도 예금 끌어오기에 열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이탈하는 고객을 붙잡을 필요가 있다. 이달부터 CMA로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있고, 빠르면 7월 공과금 자동이체도 가능해지는 등 은행 예금 계좌에 대한 경쟁력이 점차 강해져 은행으로서는 이래저래 경쟁력 있는 상품을 출시하지 않을 수 없다.

'티끌 모아 태산'으로 작은 소매 예금과 급여통장을 잡을 필요가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수수료 혜택, 금리혜택… 급여통장 없는 여성고객 목표 삼는 제품도

수수료 혜택이 두드러지는 제품 출시는 점포 수가 많지 않은 외국계은행에서 두드러진다. 

SC제일은행이 내놓은 '두드림 통장'은 타행 자동화기기를 통해 현금을 찾을 때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한국씨티은행의 '씨티원 통장'은 타행 ATM 기기를 이용할 경우 출금은 월 8회, 이체는 월 5회에 한해 수수료를 면제한다(단 월평균잔고를 90만원 이상 유지하거나, 월 1회 90만원 이상 입금할 경우`라는 조건이 있음).

기업은행의 '서민섬김 통장'은 고액을 맡겨야 대우가 좋아지는 기존 상품들과 달리 소액예금을 우대한다. 역발상 제품인 셈인데, 평균잔고가 적은 고객을 우대하는 상품으로는 KB국민은행의 '스타트 통장'이 있다. 이 상품은 가입 연령을 만 32세로 제한해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 새내기를 겨낭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AMA플러스 야! 통장' 역시 100만원 이하면 4.1%를 제공해 직장인 급여통장 유치를 노리고 있다.

급여통장이 아니라도 다른 고객층을 상정한 제품 개발도 활발하다. '여성'을 타케팅한 제품도 있는 것.

   
   
신한은행은 여성고객의 재테크를 위한 'Mint 레이디통장'을 16일부터 판매한다. 이 상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으로 △적금 20만원 이상 가입(3년제 이상) △공과금 이체 20만원 이상(3개월 합계) △카드 월 20만원 이상 사용 등의 조건중 하나만 맞으면 수수료가 20회 면제된다. 아울러, 여성고객이 현대홈쇼핑의 인터넷쇼핑몰에서 물품구매시 5%의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가족여행 등 여행을 갈 때 모두투어를 통한 여행상품 구매시 최고 7%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문어발'처럼 한 상품을 계기로 다른 상품 연계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상품들은 다른 은행들도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의 '여우예금'은 신규 가입 금액 5000만원 이상, 하나빅팟통장 보유, 신용카드 3개월간 30만원 이상 사용, 아파트관리비·급여이체 등에 대해 각각 0.1% 포인트를 준다.

기존 예금상품 만기 고객이나 하나은행 신규 고객에겐 0.2% 포인트를 우대한다.

국민은행은 '명품여성자유예금'의 경우 자녀가 둘 이상인 고객 등에게 우대 금리를 지급한다. 또 여성에게 꼭 필요한 미용 및 상해 관련 보험의 가입이 가능하다.

수협은행도 신상품 아이디어 짜내기에 골몰하고 있다. 수협은행은 은행 취급이 가능한 여신과 수신상품에 대한 신상품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향후 상품화돼 판매될 경우 발생한 기여이익에 따라 최대 1억원까지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공모작 평가 기준은 상품성(경쟁력), 완성도 및 적합성(실제 상품개발 가능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독창성, 완성도 등이다.

◆각 상품마다 약점 존재, 우리은행은 고객직장 따라 노골적 차별도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 상품들이라고 해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은행의 '여우예금'은  우대 조건이 많고 비교적 쉬운 편이긴 하지만 최대 한도가 0.6% 포인트밖에 안 된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국민은행의 '명품여성자유예금'도 우대금리가 0.1%에 불과할 뿐 아니라 서비스의 유예기간이 1년으로 한정되는 게 단점으로 볼 수 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눈 가리고 아웅'이거나, 여성 고객들을 가계 상품들을 끌어들이는 매게체 정도로만 생각하고 개발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의 'mint레이디통장'도 적금 가입을 유도하거나 신용카드 사용 등을 수수료 우대를 받기 위한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소비혼'을 부추기는 점에서 과잉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국민은행 'KB스타트통장'이나 우리은행 'AMA플러스 야!' 통장도 당장의 고금리에 집착해 선택하기 전에 자신의 거래 행태를 잘 살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KB스타트 통장'은 100만원까지는 금리 4%를 제공하지만 이를 넘으면 0.1%로 떨어진다. 'AMA플러스 야! 통장' 역시 100만원 이하면 4.1%를 제공하지만, 100만원 이상이면 1.0%만 제공한다. 이경우 차라리 같은 우리은행 'AMA플러스 급여통장'을 사용하는 게 유리해진다.

   
   
한편, 우리은행의 CMA대응 신상품들인 'AMA 플러스통장' 계열 상품들('AMA플러스급여통장', 'AMA플러스결제통장', 'AMA플러스증권tx통장', 'AMA플러스 야! 통장')의 경우 급여이체를 연소득으로 환산 적용받는 이점을 일부 기업 직원들에게만 차별적으로 적용하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기존 상품들은 최소 6개월 이상 급여이체 실적을 연소득으로 인정했는데,  이 계열의 상품들은 한 달만 급여를 이체해도 연소득으로 환산적용해 주는 이점이 있다. 다만 이 혜택은 우리은행이 선정한 기업체 임직원에 한한다. 입사 한지 얼마 안 되는 새내기 직장인들에게 회사 규모 등에 따라 바로 신용대출이 가능한 이점을 제공하거나 하지 않는 등 '간접 차별'을 더하고 있는 셈. 이미 직장인들은 연봉 등에 따라 여러 금융거래 차별이 있는데, 이같은 혜택 영역에서도 조건을 붙일 필요가 있었느냐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이처럼 은행들의 아이디어 상품들이 여러 장점을 내놓고 있지만 잘 살펴보지 않으면 실속이 적은 상품인 경우가 많다. 급여통장 등을 '섣불리 갈아탔다'가는 오히려 한 은행에서 거래실적을 쌓는 고객들보다 소탐대실을 할 우려도 높다. 현재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각종 아이디어 상품들도 냉정하게 말하면 사실상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상품 설계라는 점에서, 외형에 민감하게 반응해 선택하기 보다는 실제로 은행이 내건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 반사적인 불이익은 없는지 본인의 금융이용패턴을 알고 있어야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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