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통령 5년 단임제를 규정하고 있는 현재의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다각도로 제기되고 있다.
◆학자,국민도 단임제 폐해에 '눈길'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지난 1987년 6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뤄지면서 도입됐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 헌법으로 장기 집권을 하는 등 정치사의 굴곡 때문에 대통령 단임제를 못박을 필요가 높았던 것. 5공화국 역시 단임제를 규정하고 있었지만 그나마 87년 개헌에서는 7년이던 대통령 임기도 단축됐다.
하지만 이에 따라 임기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짧고 단임을 하고 떠나면 끝나는 기형적 구조가 자리잡았다는 불만 또한 개헌 이래 줄곧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집권 후 2,3년이 지나면 레임덕이 오고, 단임을 하고 떠날 대통령이기 때문에 정치적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는 것.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자치단체 선거 등 다른 선거까지 합치면 선거를 지나치게 자주 한다는 문제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명림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9일 한 토론회 자리에서 "대통령의 책임성을 높이면서 권한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면서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리얼미터가 최근 권력구조 개헌 방향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36.7%로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와 같은 ‘5년 단임제’ 유지 의견은 23.0%로 13.7%p 가량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원내각제'(10.9%)에 대한 선호도는 적은 것으로 나타나, 결국 대통령제를 고수하되, 각종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중임제 도입을 원하는 국민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개헌 필요 목소리 높아지는 중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날카롭게 격돌하고 있는 정국에서, 여야 신임 원내대표들이 최근 대통령제 관련 개헌 부분에서는 한목소리를 낸 점은 이채롭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개헌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확인했다.
차기 대통령감으로 꼽히는 인물 중 하나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강연한 기회에 "대통령이 4년 일하고 국민이 찬성하면 한번 더 기회를 주는 게 좋다"며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의 경우는 18대 국회에서 가장 발빠르게 개헌 논의에 착수한 편이다. 김 의장은 작년 취임 후 의장 직속의 헌법연구자문위원회를 만드는 등 개헌 논의에 앞장서고 있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빠른 개헌 논의' 부담
요컨대, 유력 대권 주자, 여야 원내대표 등 핵심 정치인들이 개헌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고 있고,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모두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해서, 현실화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여야가 기본적으로 정치 지형 변화를 겪게 된다. 더욱이 이 결과에 따라 각 대권주자들 간에도 셈법이 달라지게 된다.
이렇게 이해관계가 엇갈리게 되면, 개헌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밖에 없다. 당장 이번 여야 원내대표간 개헌 논의 공감대만 해도, 다른 변수가 끼여들면서 사실상 원론적 확인 정도에 그쳤다는 풀이를 낳고 있다.
안 원내대표가 개헌 논의 시점과 관련해서 "경제 위기가 극복되면 본격적으로 거론되길 바란다"고 말했고, 이 원내대표는 "안 원내대표가 개헌 논의를 경제위기가 극복되고 나면 한다고 했는데 이명박 정부 임기 중에 경제위기를 다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이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개헌 논의는 필연적으로 여당보다는 야당, 청와대보다는 차기 주자군에 시선을 쏠리게 하는 논제다. 현재 정무 조율 기능이 약하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청와대가 제정당간 논의를 조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개헌 논의가 지나치게 빨리 불붙을 경우, 각 정치주체들이 중구난방으로 논의를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고, 이런 거대담론으로 국민들이 동요하는 경우엔 현정부의 국정 장악력은 떨어질 여지도 크다.
이에 따라 개헌 논의에 대해 특정 정치세력에 위한 주도로 이뤄지기 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배제한 논의 구심점을 마련하는 게 선결조건이라는 논의도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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