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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법, 임시봉합이 능사 아니다?

재계와 정치권 인식자체 달라…근원적 수술 기로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6.09 08:46:06
[프라임경제]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두고 적용 유예로 가닥을 잡았지만, 민주당과의 조율 과정이라는 본게임이 남아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안 대신 나온 여당안, 하지만 민주당 '명약관화'

2007년 여야 합의로 마련된 현행법은 사용자가 비정규직을 2년 고용한 후 계속 고용하려면 의무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해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회피하기 위해 2년 사용 기간이 끝나는 올해 7월부터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가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때문에 정부는 비정규직을 4년 사용하면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하는 사용 기간 연장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여당은 논의 끝에 사용 기간을 연장하는 정부안 대신 전환 조항의 적용 유예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2년을 초과해 사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항의 적용을 2년간 유예할지, 4년간 유예할지는 민주당과 논의 과정에서 정한다는 게 한나라당의 복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비정규직법안 개선 방향 역시 정부안과 대동소이하다고 보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근본적으로 나서라는 것이 민주당의 부장이다. 

정세균 대표는 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해 만든 법(조항)을 시행하기도 전에 고치자고 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정책 능력을 의심케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추미애 의원 역시 "우리의 기본 입장은 조건 없이 상임위를 개최하자는 것이지만 한나라당이 오히려 '상정'을 조건으로 걸며 조건부 개최를 주장하고 있다"며 거대 여당의 횡포를 지적했다. 추가경정예산 등 다른 방안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지원하고 나서야 한다는 게 민주당측 주장의 골자다.

◆경제단체는 여야안 모두에 불만족 '비정규직 실태 모른다?'

이런 민주당의 주장에 속이 타는 건 정부·여당.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6월 이내에 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고용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노동부)의 급한 불 끄기 대응과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줄다리기 모두에 경제계는 정작 큰 흥미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미 지난 달 26일 '비정규직 현황과 정책방향' 보고서를 내놔 현행 비정규직법의 사용기한 제한 자체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보고서에서 전경련은 법적 미비로 인해 "비정규직이 계속근로를 원하더라도 해고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보호는 불합리한 차별 금지에 초점을 맞추고 기간제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사실상 법률조항 적용 기간 유예나 사용 기간의 2년에서 4년으로의 연장 등 정부와 정치권 모두의 주장에 대해 '기본적 인식차'를 드러낸 것이다.

비정규직의 실질적인 보호를 위해서는 이상론적인 접근보다는 비정규직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게 경제계의 주장인 셈이다.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2년 동안의 정규직 전환율이 14.4%에 그치고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 조사 결과에서 보듯, 입법의 기본 취지인 '일단 비정규직으로 뽑되 (2년의) 유예기간 내에 정규직 전환을 유도한다'는 주장은 경영현장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 1차적으로는 '7월 비정규직 대란' 가능성, 길게는 이번 정권 임기 내내 비정규직 문제에 발목을 잡힐 염두에 두고 문제 해결에 나선 상황에서 현장의 요구가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파악하는 데 나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는 지난 3월 말 현재 537만 4000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33.4%를 차지할 정도로 팽창해 있다. 비정상적으로 큰 상황인지 정규직을 소화할 여력이 없는 경제구조인지에 대한 인식부터 다시 그려야 할 필요가 제기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비정규직은 무조건 악이라는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는 전경련 등 경제계의 볼멘 소리와, 추경 예산을 편성해 전환을 유도하면 된다는 야당측 간극을 줄이는 대신 임시국회에서의 처리 강행을 시도했다가는 오히려 정치적 불안만 가중될 것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에게는 묘수 찾기 대신 근원적 접근이 더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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