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경기 선행종합지수를 구성하는 10대 지표가 7년 만에 모두 플러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경기 회복 본격화에 대한 긍정적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9월 위기설, 3월 위기설 등 외환위기론에 시달리던 정부에 서광이 비치고 있는 것.
◆경기선행 종합지수는 개선, 주가 등도 상승세
8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경기선행 종합지수가 전월 대비 1.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경기선행 종합지수는 114.7로 작년 5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으나 (작년 5월 115.0) 그 다음달인 6월부터 내리막을 걷다가 올해 1월에야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 지표는 고용, 생산, 소비, 투자, 금융, 무역 등의 향후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10개 지표로 구성돼 있어 경기 회복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주식 시장 역시 호황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경기 바닥론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같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다른 위기 요소도 없지 않다.
◆통화유통속도 떨어져 '유동성 문제 여전'
특히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통화유통속도(화폐 한 단위가 일정 기간 유통되는 평균 횟수로, 명목 국내총생산을 통화량으로 나눠 추산함)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데 있다. 정부가 미국발 금융위기 초입부터 기업 유동성 지원을 위해 시중은행을 동원, 돈을 풀었지만 제대로 경제활동에 쓰이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7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올 1분기(1∼3월) 통화유통속도는 사상 최저치다(0.687). 이는 지난 4분기(0.703)보다 오히려 0.016포인트 낮아졌다.
분기별 통화유통속도는 2007년까지 0.8대를 유지했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4분기부터는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점은 정부의 위기 대응 대책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고, 우리 경제가 유동성 위기 상황에 빠졌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경기가 언제 살아날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금융권은 대출을 꺼리고, 기업들도 투자보다는 현금을 쥐고 있으려는 경향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소비 심리 개선 아닌 카드로 연명? 연체율 더 높아지면 '제 2 카드 대란' 우려
민간 소비가 살아나는 듯한 징후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들어 민간소비지출에서 신용카가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것이 불안 요인으로 돌변할 것이라는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는 것이다.
6일 여신금융협회 발표에 따르면 올해 올해 1분기 민간소비지출 138조 4800억 원 중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70조 5600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소비 중 카드를 사용한 소비가 51.0%를 차지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교육비 등 기존에 카드를 사용하지 않던 영역에서의 사용 증대, 소액 결제의 증가 등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풀이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워 카드를 먼저 '긁어' 연명하는 살림 구조가 재현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민간소비 중 카드결제 비중은 2003년 당시 43.9%이었다가 카드대란을 겪으면서 2004년 41.7%까지 축소됐지만 이후 다시 2005년 44.8%, 2006년 47.3%, 2007년 49.5%으로 증가, 이후 이번에 50%를 넘었다.
카드 사용이 경제 발전과 경제 규모를 반영하려면 미국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이후에는 조정을 받았어야 한다. 하지만 사용량은 늘고만 있다.
이에 더해 연체율이 높아져,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악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던 신용카드 연체율은 2008년 4분기부터 상승세로 전환돼 올 1분기 3.59%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자칫 카드 대란과 같이 카드 소비가 부풀었다가 거품이 꺼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가계신용 악화 우려 여전
가게 신용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카드 부문만이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전해영 연구원은 '가계신용 악화현황과 시사점'에서 2007년 말 0.55%를 기록했던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08년 말 0.60%, 2009년 3월 말 기준 0.73%까지 급등했다고 밝혔다
또한 2009년 1분기 신용상담건수는 14만701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9% 증가했다. 신용회복 신청자 수는 2004년 28만7352명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2008년 증가추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실업률 및 소득악화가 이같은 현상을 가져온 것으로 풀이된다.
전 연구원은 "가계 부실은 더 큰 금융불안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사전관리 및 초기대응이 중요하다"고 우려했다.
◆단기 부동화 해결 못 하면 '더블딥 우려' 상승
금융연구원 장민 연구위원은 4일 '한국경제학회-금융연구원' 공동주최의 정책세미나에서 "자본의 단기부동화는 장기금융시장이나 자본시장을 통한 금융시장의 장기자금 공급을 위축시킨다"고 전제하고, "이는 투자자금의 조달을 어렵게 만들어 실물경제가 위축될 수 있고, 통화정책의 유효성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 부진에 따른 기업과 가계의 부실, 금융기관의 부실 등이 연쇄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고용사정 악화까지 겹쳐지면 실물경기의 침체가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유동성 과잉이 장기자금 공급을 오히려 방해하고, 이것이 기업의 연체와 파산이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져 기업파산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경기 회복 징후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위기를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그간 좋았던 코스피 등 금융시장도 실물경제가 받쳐주지 않으면 활기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우증궈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8일 "이제부터는 (증시가) 철저히 실물의 회복 강도와 속도에 의해 시장 흐름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 애널리스트는 "현재로서는 실물의 회복 강도와 속도가 그리 좋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시장 흐름은 지금까지와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부동산과 증시 외에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단기 부동 자금을 어떻게 기업 투자 자금으로 몰아넣으냐가 경제팀의 새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10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돼 있으나, 소극적 금리 대응 외에 다른 대응책들도 마련되어야 간만에 찾아온 경기 회복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 더블 딥으로 주저앉을지 기로에서 위기 극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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