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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후계자 논의 정국,우리 정부엔 전화위복?

미·중 신중론 채택에 통미봉남 위기감에서 벗어나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6.04 08:53:17

[프라임경제]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추가 핵실험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북한 후계 구도 문제까지 부각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미국과 협력, 보조를 맞출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한동안 한반도 관련 대화에서 소외되는 듯 했던 우리측이 북한의 강경 일변도 행보로 인해 미국과의 연결 고리 확보에 오히려 시간을 버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미국과 한국 당국, 간만에 신중론 일치

북한이 김정일의 김정남(장남)과 김정철(차남) 대신 김정운(3남)으로 후계구도를 세울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오랜 시간 정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장남 김정남을 권력 승계 대상으로 김정남을 밀어온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근래 들어 3남인 김정운이 대안으로 부각되어 온 바 있다.

특히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에게 '해외 공관에 3남 승계 공문 발송' 등 소식을 전했다는 보도들이 나오면서 주무부처격인 통일부가 위축되는 양상마저 빚어졌다.

하지만 통일부가 다시 신중론을 꺼내들면서 정부 내 입장은 신중론으로 정리되는 양상이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2일 "통일부는 북한 지도부의 신상문제, 후계문제와 관련해서 매우 신중한 태도를 지금까지 견지해 왔다"고 밝히고, "현재까지 김정운의 후계와 관련해서는 분명히 말하지만 확인된 바가 없다"고 못박았다.

현인택 장관으로 교체된 이후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세졌다는 평가를 얻고 있는 통일부쪽으로 일단 교통정리가 되는 양상이 보이고 있는 것.

북한의 상황에 대한 속도 파악과 최근 여러 상황에 대한 북측의 진의를 알 수 없다면, 차라리 일단 관망하자는 신중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셈이다.

미 정부 역시 일단은 후계 구도와 미사일 정국에서 신중론 카드를 꺼내 들었다.

로버트 우드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최근 브리핑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남인 김정운이 후계자로 결정됐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들을 '단지 추측성 보도'라고 일축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이 북한의 권력승계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도 신중론을 일단 택하는 기류가 강함을 방증한다는 풀이를 낳고 있다. 기브스 대변인은 "현재 중요한 것은 북한이 회담에 복귀해 합의한 의무사항을 준수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밝혀 후계 구도이든 핵문제이든 어느 문제도 대화 채널을 통해서 판단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억류 美여기자 재판일에 청와대와 회동 '북측에 경고' 전달 효과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4일 청와대를 방문,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만나 북핵문제와 한미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도 공조 쪽으로 가닥이 잡혔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4일, 로라 링과 유나 리 등 지난 3월 21일 두만강 유역에서 취재 도중 체포된 두 여기자들에 대한 재판을 시작하는 상황에 일부러 날짜를 맞춰 청와대를 예방함으로써 다양한 풀이를 낳고 있다.

북한은 두 여기자의 재판을 원래 2심 판결을 담당하는 중앙재판소에서 시작되는 점으로 미뤄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뜻과 사태의 심각성을 부각하려는 이중적 제스처를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우리측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북한이 억류된 미국 여기자와 현대아산 직원 사이에 처우를 달리하면서(안전 확인이나 전화 통화 등 제공) 대미 대화 가능성의 물꼬를 열어 두려는 제스처를 보내고 있는 데 대해 사실상 '보류'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것. 6자 회담쪽으로 복귀하지 않는 한 다른 채널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 우리 정부와 협조를 강조하는 것이 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미봉남 공포감에서 벗어날 기회, 주변국과 장기 파트너십 다질때

이같이 후계 구도 문제에 대해 한미 당국이 신중론을 견지할 수 있는 것은 북측의 오랜 우방인 중국이 북측과 '예전같지 않은' 상황을 겪고 있는 등 북측의 각종 강경 제스처에 마주 강하게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 친강 대변인이 2일 '김정운 후계설'에 관련한 질문에 "그러냐"고 반문했을 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는 등, 중국 정부 역시 후계 문제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승계설에 대한 부인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를 썩 반기거나 현재 상황에 대한 논평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기류로 읽힌다.

신중한 스탠스이기도 하지만, 북측이 핵 문제, 미사일 문제 등에서 누차 중국에 대한 '기초 예의'를 지켜오지 않은 터라 중국으로서도 북측에 대한 서운함이 증폭돼 있다는 의견들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

북한이 3세대 후계 구도를 이전의 김일성-김정일 후계 체제 인수인계보다 훨씬 급하게 서두르고 있는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 문제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시간이 가장 큰 적인 셈인데, 주변의 이같은 태도는 장기적으로는 2012년 강성대국, 대남 전략으로서는 '비핵개방 3000' 정책 폐기 압박 등을 구상하고 있는 북측 구상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년에 새롭게 들어선 오바마 미 정부가 자칫 북측에 대한 대화를 강조하는 역풍으로 우리가 '통미봉남'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일단 북측이 후계자 구도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신중론 채택,그리고 북측이 내부결속과 후계구도를 굳혀주기 위해 꺼낸 각종 카드(핵 카드, 미사일 카드 등)가 오히려 주변국에 거부감을 키우면서 다소 완화되고 있다.

문제는 통일부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주변 국가들과 협력 체제를 장기적으로 굳힐 수 있는지의 여부다. 지난 이명박 정부 1기에서 통일부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역할론 부재에 시달렸기 때문에, 단기적인 수혜 뿐만 아니라 오바마 미 정부 그리고 중국 등과 주례적이고 장기적인 대화 파트너로 인정받기 위한 어젠다를 마련해야 할 숙제가 현인택 통일부에 걸려 있다. 이번 북한 후계 구도에 관련한 논의 과정이 시험 무대가 되고 있다. 북한의 반발만 샀던 집권 1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북한과 주변 강국에 최소한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밑그림을 이번 북한 후계자 구도 논의 정국에서 통일부가 그려낼지, 협상력을 과시할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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