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나라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으로 후폭풍에 말려 들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플러스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조사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27.1%를 기록해 한나라당 지지율(18.7%)를 8.4%포인트 앞질렀다. 이같이 정당 지지율에서 한나라당이 밀린 것은 2005년 이래 처음이다.
다른 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3일 내놓은 조사결과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 대비 3.5%p 하락한 23.2%로 지난 1월 9일(22.5%)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8.2%p 상승했다(69.4%).
◆책임론에 말려든 한나라당, 희생양 찾기 골몰?
이렇게 청와대와 여당인 한나라당이 동시에 국정 장악력 약화를 겪고 있다. 조기 레임덕으로 굳어질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청와대가 민주당측의 법무부장관 등 문책 요구에 정면으로 맞딱뜨린 가운데, 한나라당 역시 청와대와 정부를 보좌하기는 커녕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한나라당 쇄신 특별위원회는 당 지도부 용퇴를 그 수습 방안으로 들고 있다. 여기에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민본 21'도 이에 같은 의견을 피력하고 나섰다.
민본 21은 "당 대표는 당정청 쇄신의 계기를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용퇴의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 같이 주장, 박희태 대표를 겨냥했다.
이는 박 대표 개인 거취 뿐만 아니라, '박희태 체제', 즉 친이 세력이 주도권을 잡고 관리형 지도부를 둬 정부의 역할에 여당이 보좌를 하는 방식에 대한 균열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칫 원내 능력과 국정 전반에 혼란을 줄 가능성도 크다.
민본 21은 "원내대표 경선 이후 최근의 당직 인사는 화합하라는 민심에 오히려 역행하는 잘못된 인사로 그대로 수용할 수 없으며 재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최근 진행된 인사에 대한 불만도 표출, 당 전반에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없어 이같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 대표 등 지도부에서는 이런 요구를 일축하려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민본 21은 3일 회의를 한 번 더 열어 이와 관련한 세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 쉽게 파문이 가라앉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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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는 '버스 차벽'만으로 차단하기 어려운 후폭풍을 정부와 여당에 남겼다.> |
◆일각에서는 개헌론까지 고개?
여기에 개헌론까지 고개를 드는 조짐이 포착되고 있어 조기 레임덕 우려는 한결 높아지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1일 "다시는 노 전 대통령 같은 불행한 대통령이 나오지 않도록 제도적 장비를 정비하는데 모두가 깊이 생각해야 하고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집권을 염두에 둔 정권에 의한 자체 비리 정화 작용보다는 한번에 모든 걸 얻고 끝내려는 유혹이 더 강하다는 단임제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 정권에 의한 전임 정권 사정 작업이 끊이지 않는 점도 여기에 연유한다는 정치권의 해석이 높다. 더욱이, 김 의장이 평소에도 개헌론 관련 연구 필요성에 대한 언급을 해 온 인사라는 점에서도 이번 발언이 예사롭지 않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이번 6월 국회, 또 새로 시작하는 제18대 국회 1년의 임기야말로 당론의 정치를 벗어나서 국회의원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자율성과 책임성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대목도 개헌 등 거대담론에 대한 거국적인 논의를 요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개헌론이 불거지면 조기 레임덕은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논의 과정에서 각종 정치적 계산이 반영될 수도 있고, 이 과정에서 의견 대립은 물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도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현상이 결국은 현정권에 대해서는 모두 마이너스 요인일 수 밖에 없다.
특히 (10월 국회의원 재보선 등 미니선거를 빼고는) 지자체 선거 등 대형선거가 없어 사실상 일을 할 수 있는 마지막 해로 꼽히는 2009년을 개헌론 조기 부각으로 날리기에는 이명박 정부에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다.
◆경제 살리기 논제에 도덕주의 프레임까지 깨져 '혼선'
이는 이명박 정부가 대선 정국에서 사용했던 경제 살리기 프레임이 미국발 경제 위기 등으로 사실상 용도 폐기된 후 꺼내든 도덕주의 프레임도 이번 서거 정국으로 흔들린 데 연유했다는 지적이 높다.
경제 살리기가 요원해지자, 깨끗한 정부, 엄정한 법집행 등을 새 모토로 내걸었으나 그 와중에 전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는 해석을 낳고 특히 노 전 대통령 자살이라는 상황까지 빚어져 이런 프레임 역시 유효하지 않게 됐다는 것.
결국 국정을 끌고 갈 어젠다가 마땅찮은 상황에서는 이번 서거 정국 상처가 깊어질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원내 대응 부문에서 결국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의 역할론에 더 큰 부담이 실릴 전망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특정 정치인이나 장관, 혹은 여당에 역할을 주문하기 보다는 서거 정국, 그리고 개헌론 후폭풍 등을 모두 버티면서 정국을 이끌 수 있는 공감대를 제시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법무부장관 문책론 등으로 불가피해진 개각 부분을 돌파계기이자 전화위복으로 삼을지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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