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제 금융기관들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에 다시 눈길을 주고 있다. 경제위기가 당장 급한 고비는 넘기면서 이때 재도약의 확실한 전지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동기부여 또한 높아지고 있는 것.
이러한 움직임은 특히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사업 방식이 도입되거나 생소한 영역에 발을 들이는 회사가 나타나는 등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보다 다각화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제 침체로 리테일(소매금융) 강화로 초점이 일부 이동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큰 건'의 매력은 역시나 벗어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인수합병 자문에도 창의성과 기동성을-KB투자증권 불당겨
KB투자증권은 지난 3월 롯데그룹의 두산 '처음처럼' 인수 자문 및 인수자금 조달 자문을 성사시키면서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침체 상황에 중흥기를 가져왔다.
지난 3월 롯데그룹의 자회사인 롯데주류비지가 두산주류를 인수한 금액은 5030억원대. 그 자체도 규모가 크지만, 미국발 금융위기(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국내에서 성사된 첫 대형 M&A하는 점에서 시장에 던져준 분위기 개선 효과는 대단했다.
특히 거대한 조직이 움직여 일을 진행하던 관행을 깨고 후발주자인 KB투자증권은 신속하고 창의적인 진행 방식으로 일을 빨리 매듭지었다. 딜이 시작하고 최종 협상까지 불가 18일이 소요됐고, KB투자증권이 인수자금 마련에도 직접 나서 KB국민은행이 주선하는 2000억원의 신디케이트 조달이 원활히 이뤄졌다.
◆産銀, 국책은행의 보수적 색채 지우고 해외 사모펀드와 손
산업은행은 민영화 시간표가 공식적으로 돛을 펴게 됨에 따라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경하고 있다.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는 국제 사모투자펀드(PEF)인 '콜버그 크레비스 로버츠(일명 KKR)'와 손을 잡게 된것. 이는 두 거물이 손을 잡고 국내외 투자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으로 읽힌다. 지난 달 26일 산은 여의도 본점에서 상호 업무협력을 맺었다.
KKR은 본고장인 미국 M&A 시장에서는 이름이 높은 업체. 사모펀드라는 개념이 널리 알려지게 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만큼 투자수익을 내는 데에선 독보적이지만, 반면, 제로섬 게임 방식으로 경쟁자를 물리친다는 악평 또한 없지 않다.
지금껏 공공성을 강조해온 산업은행이 KKR과의 협력을 통해 어떤 체질 개선 성과물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남보다 한 발 빠른 하나금융지주, 이번에도 KKR 가치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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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나대투증권이 KKR의 OB맥주 인수 국내주관사로 떠오르면서 하나은행 등의 자본지원 참여 등 하나금융지주의 역할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
KKR이 최근 롯데가 소주(처음처럼을 생산하는 두산주류BG와의 계약)에 이어 맥주(인베브로부터의 OB맥주 인수 추진)까지 집어삼키려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 OB맥주 인수파트너로 떠오른 것.
이 와중에서 하나금융지주 산하 하나은행과 하나대투증권의 활약이 다른 금융권보다 빠르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외면상으로는 외국 기업 대 외국 사모펀드 간 거래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국내에서 갖는 OB맥주의 비중상 국내 M&A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외국계에 매각됐던 외환은행 문제의 호된 후폭풍을 기억하는 국내 금융권이 이에 소극적인 입장을 다소 보였고, 이 와중에 하나금융지주 산하기관들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눈길을 끌었다.
우선 KKR이 국내 인수금융 주관사로 하나대투증권을 낙점하면서, 국내 인수금융 조달금액인 4500억원 짜리 프로젝트를 하나대투증권이 잘 해 낼지가 눈길을 끌고 있다.
더욱이 OB맥주 인수금융 조달에 하나은행 역시 상당한 자금을 제공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이면서, 하나금융지주가 주도하고 다른 은행들이 참여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풀이다. KB투자증권의 두산 '처음처럼' 케이스처럼 하나대투증권 등에 2009년 최대의 성공요인으로 기록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활발한 역량 강화 속 일부 우려감도
하지만 이같은 금융기관들의 대형 프로젝트 추진 바람에는 우려가 없지 않다.
우선 KKR이 OB맥주 인수금융 참여에서 하나대투증권 등 국내 금융권을 끌어들이는 문제에 대해 위험성을 언급하는 분석이 있다. 이번 인수금융 사례가 과거 국내 은행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생소한 것이라는 것. KKR이 외국 은행들간에 미리 정한 조건을 국내 은행들이 재인수하는 것에서, 예상 외의 위험 요인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신중론이 부각되는 것.
이러한 문제를 꺼리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참여에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진행이 원활치만은 않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주관사 선정 문제에서 밀려 차지할 파이가 작아진 다른 금융기관의 참여 여부를 자존심 문제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단순히 자존심이나 파이 문제가 아니라 이같은 위험성 문제가 없지 않은 것. 더욱이 하나은행이 결국 하나대투증권이 주관하는 4500억원을 모두 맡는 경우, 그리고 여기 에상 외의 암초를 만나게 되는 경우라면 키코로 예상 외의 충격파를 경험한 하나금융지주가 이번 KKR 건으로 다시 어려움을 만나는 경우도 가정할 수 있다.
산업은행과 KKR이 협약을 맺은 것도 긍정적 효과만 가져오는 건 아니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두 기관 사이의 MOU가 결실을 맺는다면, 산업은행이 조성하는 구조조정펀드에도 KKR이 참여할 가능성이 커진다.
자본력이 달리지만 기술력과 잠재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을 구제한다는 야심찬 방침이 해외 자본의 국내 중소기업 시장 좌우라는 새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을 우려가 없지 않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들이 활발히 새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에서, 신중한 검토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때 한국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측면네서 '리먼 브러더스' 인수가 추진되다가 이 리먼 브러더스가 무너지면서 산업은행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금융권 전반의 가슴을 쓸어 내리게 한 적도 있다. 그만큼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한다는 조심성 또한 새삼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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