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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힘'당긴 카드계 지각 변동, 제로섬게임?

이통사 협력 시나리오,비씨카드 지분변동 등 경쟁격화 예고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5.29 09:15:24

[프라임경제] 신용카드 시장이 급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씨카드 지분 구조가 바뀌고, 하나카드는 기업 자금이 들어오는 조인트 벤처 방식으로 출범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기에 각 은행별로 카드사 분사를 검토하는 등 활발한 경쟁 재개 움직임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것. 그러나 오히려 이렇게 외부 요인이 일정 부분 개입해 진행되는 개편은 카드 부문의 성장보다는 과거에도 있었던 '제 살 깎기 경쟁'의 반복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씨카드 지분이동 논의…카드계 영향력 감소? '오너 체제'로 이동준비?

은행들의 카드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공동 설립, 운영해온 방식의 비씨카드가 큰 변화를 맞이한다. 비씨카드는 11개 은행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으나, 이중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이 최근 토종 사모펀드인 보고펀드와 비씨카드 지분매매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어서,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도 보고펀드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비씨카드의 최대주주는 우리은행으로, 전체 비씨카드 지분의 27.65%을 보유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보고펀드가 비씨카드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의 지분을 매입이 필요하다.

문제는 하나은행이 카드 분사를 추진하고 있어 이같은 지분 이전에 유연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만많아진 것처럼, 우리은행도 우리V카드를 현재 비씨카드와 손잡고 마케팅하는 것에서 카드사 분사를 추진할 여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와 하나·SC제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8개 주주사의 향방은 현재와 같은 비씨카드 의존 체제 혹은 듀얼 카드 체제(독자 브랜드와 비씨 카드를 같이 갖는 이중 체제)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이는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펀드는 사모펀드인 만큼, 비씨카드를 인수해도 영업으로 수익을 내는 문제보다는 장기적으로는 재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주로 독립카드사 중심으로 카드사 시장이 재편될 상황에 연합체제에서 탄생한 한계가 있는 비씨카드가 다시 다른 금융기관으로 넘어갈 가능성보다는, 이전까지 카드 시장에서 비씨카드가 쌓아온 노하우가 필요한 일반기업체의 금융계 진출의 교두보로 주인이 바뀔 점에 초점을 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하나금융지주는 최근 카드사 분사와 비씨카드 지분 매각, 이통사와의 지분 매각 협력 등으로 카드계 재편의 이슈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회사법이 아직 개정되지 못하고 있지만, 금산분리 완화를 완결한다는 측면에서 정책 추진이 정부와 여당에서 가속도를 내고 있고, 이 문제가 매듭지어지는 경우 일반 대기업이 금융업체(카드)를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로 거느리는 문제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렇게 단계별 지분 이동이 단행될 경우 오히려 '오너 체제'가 확실히 서게 돼 현재처럼 주인이 없는 연합체제보다는 아무래도 분위기 쇄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문제는 이 경우 비씨카드가 따로 카드계 경쟁 체제의 변수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기존은행권과 경쟁 체제를 형성하지 않는 점을 이번 지분 매각 추진 과정에 넣는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MOU 내용인 최종 협상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될 지 관건이다.

◆금융지주 신하카드사들, 이통사와의 협력에 눈길

하나금융지주는 카드 문제에서의 SK텔레콤과의 협력 문제로 주목을 끌었다. 하나금융지주 산하인 하나은행에서 하나카드가 분사를 하는 문제가 여름까지 매듭지어질 예정인 가운데, 하나카드에 SKT가 지분참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는 하나카드가 조인트 벤처 가능성이 언급돼 왔기 때문. 

두 회사 모두 확정된 바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놨으나(이들은 당국의 풍문에 대한 공시 요청에 대동소이한 답을 내놨다) 이미 한 차례 손을 잡을 가능성을 타진했던 인연이 있어 결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나금융으로서는 하나카드가 후발주자로서 시장 점유율을 키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이고, SKT로서는 시장 점유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사업모델을 끊임없이 추진해 LGT와 KTF의 추격을 따돌릴 필요가 있다.

문제는 SKT가 하나카드에 지분 참여를 하는 경우 성장에 줄 수 있는 이점으로 예상되는 고객 정보의 공동 활용, 11번가(SKT의 인터넷쇼핑업체) 등의 활용을 다른 카드사들도 시도할 가능성에 있다.

신한지주 산하인 신한카드는 이미 KTF와 모바일 카드 사업을 위해 합작사인 '신한KTF모바일카드'를 설립한 이력이 있어, 카드 산업에서 두 회사가 협력 영역을 추가로 넓힐 가능성이 남아 있다.

다만 KB국민은행이 KT와 포괄적 업무 협약을 금년 봄 체결한 상황이고(KT와 KTF는 현재 합병을 단행했다) KB국민은행이 역시 카드사를 분사하는 경우 KT-KTF가 신한카드와 국민카드 중 어느 쪽으로 협력 비중을 옮길지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지주가 카드 업계에서 통신사+카드 짝짓기라는 분위기를 타기 우해 차선책으로 LGT를 협력사로 택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언급하는 이도 없지 않다. 

◆시장 이미 포화, '공격적 영업 재개'는 독될 가능성 높아

이렇게 카드사가 경쟁을 본격화하는 것은 카드 업계가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 공격적인 영업을 펼친다는 것은 결국 타사 고객을 빼앗아 온다는 뜻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경기가 본격적 회복으로 들어가기 전인 지금 회원 규모를 늘려놓지 않으면 이후 호경기에서 영영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위기 의식이 깔려 있다.

당국에서는 과당 경쟁에 따른 각종 부작용, 특히 일단 모집을 해놓고 각종 혜택 조건을 축소하는 문제 등에 제동을 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가령 1~2년을 카드사가 혜택을 유지하도록 법이 개정되면 카드사가 상품설계시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지나친 카드혜택은 제공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제도 변경 추진으로 카드사의 과당 경쟁을 모두 차단하기에는 무리가 없지 않다.

우리은행은 전임 박해춘 행장 시절에 카드 영업에 공격적 활동을 편 적이 있다. 우리은행은 분사 추진 이전에도 이미 극심한 지난 해 경기침체기에도 영업조직을 대체로 유지하는 등 '회복 이후'를 대비해 왔다.

신한카드도 1500만 실질회원과 1000만 이용회원 확보라는 'DASH 1510' 운동을 최근 시작해 직원들을 독려 중이다. 

   
  <사진=신한카드 Dash 1510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들>  

곧 하나카드를 분사시킬 하나은행의 경우도 과당 경쟁 이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카드의 경우 발급 조건이 까다롭다는 일부 의견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후발주자로서 몸집을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 타카드사보다 가입 조건을 까다롭게 한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시장 상황에 따라 영업력 확대를 노리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 최근에만 해도 하나은행의 '마이웨이카드'가 과당 경쟁 논란을 빚었던 적도 있고(결국 출시 약 8주만에 발급 중단), 온라인서점 YES24와 제휴해 발행한 '하나마니아카드'도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 운영위원회로부터 발급 중단권고를 받는 등 논란에 휩싸인 경험이 있다.

결국 이들이 카드사 분사와 함께 다시 본격적 출혈 경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카드 1억장 시대라는 표면적인 포화 상태 외에도, 이 중 2000천만여 장이 휴면 카드라는 금감원 자료(지난 3월 말 현재 9067만장 중 24.5%가 무실적 휴면 카드)에서 보듯, 카드 업계는 이미 포화 상태를 넘어 과포화 상황이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이동통신업체 등이 카드업계에 진출을 하는 문제도 오히려 기대만큼의 큰 효과는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신용카드를 만들 만한 사람은 거의 대부분 발급을 받은 금융시장 상황에서 시장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것. 예를 들어 하나카드와의 협력 가능성이 언급되는 SKT의 경우, 사업 다각화를 위해 이미 여러 부문에 사업을 진출시키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는 의문이 일부 제기되고 있다.

하나카드에 든든한 우군이 되어 줄 것으로 많이 언급되는 SKT 계열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최근, 이베이의 G마켓 인수 문제로 온라인쇼핑 부문에서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이동통신사들과 카드사간 협력 체제가 강화된 뒤 이통사 시장에 변수가 생기는 경우 직간접적 영향을 받게 되는 점도 카드업계에 부담이 될 소지가 있다.

이에 따라 비씨카드 지분 매각과 통신사 짝짓기 등 카드업계 지각 변동은 오히려 금융권 내부 경쟁에서 외부 힘을 빌리려다가 외부 전쟁을 카드계에 끌어들이는 상황을 만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리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나는 경우가 될지, 새로운 성장 모델 안착으로 끝날지 현재 언급되는 카드 부문 개편 논의의 귀착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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