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감독당국의 고삐 죄기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경제 위기 이후 대응 대책 마련에 고심해 온 당국이 L자 형 경기 침체 위기 가능성에 대해 심각히 우려를 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당국, 강도높은 주문 쏟아내 기업·금융기관 압박
우선 대기업 구조조정을 독려해온 당국이 채권단 주도의 대기업 평가에 급피치를 올리기 시작했다.
26일 금융감독원은 채권단이 주도하는 대기업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중간 점검에 착수해, 7월 중 본점검에 대비할 예정이다.
채권은행별로 이번주까지 430개 대기업에 대한 평가를 끝내면 6월 중 채권은행 간 협의를 거쳐 최종 등급을 확정하기로 했다. 일부 대기업은 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시중 8개 은행장들이 대기업에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하는 등 목소리를 모은 것도 이같은 당국 방침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은행들에 대한 자본확충 압박이 지속되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은핸자본확충펀드는 현재 은행이 자체적 자본 확충이 가능해지면서 사실상 활동을 마친 상태라는 풀이를 낳고 있다. 하지만 당국에서는 은행들의 자본 확충 문제를 이제 자율에 맡겨도 된다는 판단보다는 '지속적 독려'를 주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23일 "은행의 자본확충 방식에 있어서 단순자기자본을 늘리는 유상증자가 가장 좋고 기본자본을 키우는하이브리드채권 발행도 괜찮은 방식"이라며 "그런 점에서 신한은행이 잘하는 것 같다"고 특정 은행을 지칭해 가면서 언급했다. 시장 상황이 상대적으로좋아졌을 때 은행들이 자본확충에 미리 신경쓰라는 '지도'인 셈이다.
보험 부문에 대해서도 위험기준 자기자본 제도(RBC) 안착을 위해 담보 중심 재산 운영 관리에서 국채 등 안정자산 투자로 자본관리 제도의 초점을 이동을 시키는 쪽으로 당국이 독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감원은 브리핑을 통해 "RBC 제도가 2011년 본격 도입되면 국내 보험사들의 지급여력은 꽤 떨어질 전망"이라고 우려하고, "올 하반기부터 자본확충 뿐만 아니라 계약구조와 자산구조 개선 등을 미리 지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고삐 풀린 유동성 등 제압 필요성 증대
이는 우리 경제에 대한 끊임없는 L자형 침체 가능성을 이참에 털고 나가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전에도 기준금리 조정 등 간접적 정책 등과 함께, 구조조정 당부 등을 되풀이해 왔지만, 간접적 압박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도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을 이렇게 불안하게 하는 데에는 유동성 과잉 가능성 등 자칫 경기 회복 전에 문제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 풀린 단기유동성은(4월말) 8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생산성 높은 활동에 투자되도록 이 자금이 쓰이도록 주된 방향을 잡아주지 않으면 안 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그간 한국은행이 저금리 정책 등으로 시중은행에 (기업지원을 위한 자금조로) 유동성을 공급, 유동성이 풍부해졌지만, 대규모 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대기성 자금으로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또 원/달러 환율이 빨리 떨어지면서 수출 효과가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등이 1분기 실적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이 자체가 환율 효과에 따른 일종의 착시라는 지적도 높고, 그나마 이제 환율이 1400원대에서 1200원대 후반으로 급격히 조정되면서 환율로 인한 수출 증진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하반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기업 구조조정 없으면 아예 더블딥 빠질 우려도
이는 5월 들어 당국이 기업 구조조정과 금융권 체질 강화를 강도 높게 해야한다고 판단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런 기업 구조조정만 제대로 이뤄지면 재정수지 흑자와 외환보유액 등을 밑천으로 L자형 침체를 극복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남아 있다.
하이투자증권 김익상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22일 "S&P가 지난 2월 밝혔듯 한국 경제의 역동성, 재정 건전성 그리고 대외포지션을 감안해야 한다"고 현 상황을 주목했다.특히, "통합 재정수지 흑자기조와 2000억달러를 상회하는 외환보유액은 유동성 확보에 긍정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기업들의 구조조정 문제가 우리 경제의 회복 그래프 모양은 물론, 향후 방향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실물경기 둔화와 은행 부문의 자산부실화, 그리고 정부의 재정수지는 모두 기업의 체질 개선에 달려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전방위로 나선 기업 구조조정이 L자 그래프를 희망의 나이키 그래프로 변신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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