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 나라에 '존엄사' 개념이 확립되게 됐다.
21일 대법원은 존엄사 인정 여부를 둘러싼 의료기기 제거 문제에대해 최종적인 법적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경과
존엄사는 치료를 거부하고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환자에게 있다는 의료 및 법적 논쟁으로 국내에서는 최근 부각되고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작년 11월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모친에 대해 호흡기 제거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김 모 씨가 낸 소송에서 원고측 주장을 인정,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 소송에서 환자가 입원 중인 연세대 부속 세브란스병원측은 의료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 특히 형사 처벌 문제를 우려, 이 사건이 대법원 판례를 얻기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비중상 이 사건은 비약적 상고를 통해 최종심인 대법원 판단을 빨리 받아보기로 했다. 소송법상 절차인 비약적 상고는 제1심의 판결에 대해 제2심(항소심)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법원(상고심)에 상고, 법적 논란을 빨리 매듭짓는 절차다.
세브란스측은 사회적으로 존엄사 판결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2심 없이 대법원에 비약적상고를 하기로 했고, 이번에 판결이 나왔다.
◆보라매 사건의 기억, 이제 떨쳐내나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여환자는 평소에 자신이 인간다운 품위를 유지한 채 숨을 거둘 수 있게 해 달라는 의사를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료진으로서는 이러한 환자 의사에 대해 따르기를 망설여 왔다.
1999년 보라매병원에서 환자 가족이 환자를 퇴원시켰고, 이에 대해 의료진이 묵인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이를 살인방조로 기소, 처벌한 예가 있기 때문이다. 초 이 사건은 의료계의 거센 반발과 관심을 끌었지만, 결국 의료진이 유죄 인정을 받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이후 의료계는 사망이 임박한 환자에 대해서도, 특히 존엄사를 원하는 의사가 평소 의식이 또렷한 당시에 있었다 해도 생명연장장치 제거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이번 사건에서 세브란스병원이 대법원 판례를 남기기를 강하게 희망한 것도, 개별 환자의 인권 문제 등도 중요하지만 의료계가 보라매 병원의 악몽을 극복하는 문제가 시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향후 과제 산적, 문제 해결 아닌 시작
하지만 이번 사건의 판결이 존엄사 문제에 대한 해결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의료계가 짐을 내려놓은 홀가분함을 느낄 게 아니라 향후 이정표를 세우는 데 있어 입법기관에 대해 전문 지식을 공급하는 숙제를 자청해 맡아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우선 유사 사안에 대해 존엄사 관련법이 제정되기 전이라도 처벌 위험이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를 의식한 검찰이 존엄사 유언을 따라 생명연장 장치 제거를 한 의료진을 기소하는 데 최대한 자제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여러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도 존엄사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고 끊임없이 보완할 필요는 추분히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존엄사를 적용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돼야 하고, 치료를 중단할 때 환자나 가족이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는 후속 문제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 마련 역시 의료계가 입법 과정에서 국회를 도와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제적 부담을 의식한 존엄사 의사 표명 등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경우에 이번 판결은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판결이라기 보다, 경제적 문제로 인한 치료 포기라는 사회 현안에 개입하게 된 의료진에 대해서 면죄부를 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므로, 판결의 기본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관련법 제정과 의료진의 엄격한 운영 태도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