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바톤 터치를 한 윤증현 기재부 장관-진동수 금융위원장 2기 경제팀은 일단 미국발 금융불안으로 촉발된 국내 위기의 급한 불은 끄는 데 주력했다.
9월 위기설에 이어 3월 위기설 등 외화 부족 시나리오를 극복하는 데 성공했고, 와회차입 여건을 개선하면서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외환보유액 늘고, 경기바닥론 솔솔
우선 한치 앞을 장담하기 어려웠던 작년 경제사정을 딛고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바닥론'이 나오고 있다. 작년 마이너스 성장으로까지 악화됐던 것을 감안하면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것이다.
3월 경상수지도 66억 5000만달러로 사상최대 흑자를 냈다. 4월 외환보유액은 전달보다 61억 4000만달러가 늘어 2124억 8000만달러가 되면서 외환 위기설은 일단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슈퍼 추경 등 유동성 공급 지나쳐 향후대책 문제
하지만 현재의 회복조짐은 진정한 체력 회복이 아니라 정부가 유동성을 과잉공급하면서 보이는 단기 처방 효과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1분기 성장률에는 정부가 재정 조기집행(하반기에 풀 예산을 앞당겨 투입하는 것) 등을 통해 기여한 부분이 크다. 정부가 슈퍼 추경을 편성하고 집행 크기를 앞당겨 늘리지 않았다면 실상 1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지출을 뺀 민간부문 경기는 여전히 악전고투 중이다.
◆수출실적 착시는 환율 때문?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삼성전자·LG전자 등 간판 수출기업들은 실적발표에서 시장 전망을 때고 개선된 매출실적을 냈다.
하지만 막상 실적 내역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환율 효과를 탄 외화내빈형 흑자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나마 원/달러 환율이 1400선에서 가파르게 하강하는 모습이라 장기적으로는 이 환율효과도 더 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반기 수출에 지장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갈 곳 없는 부동자금 위험성 관리해야
5월 초 현재 부동자금은 550조원으로 크게 늘어나 있다. 추경 편성, 중기 유동성 지원, 시중금리 조정 등으로 돈이 풀려 작년 연말보다 약 30% 증가한 유동성 자금이 시중에 풀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자금이 제대로 갈 방향을 잡지 못하면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공급한 유동성이 설비투자 등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가기를 당국은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로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생산관련투자에는 큰 성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설비투자추계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올 1월 -25.9%, 2월 -19.5%, 3월 -23.7%로 플러스 전환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막대한 자금이 투자 방향만 노리고 있고, 이는 자칫 투기자금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현재 환율 안정과 주가 상승도 과잉유동성 탓에 자산시장의 과열이 빚어내는 신기루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갑자기 이 거품이 꺼지는 경우 다시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도 경제팀이 대비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정책은 국회 비협조 해결이 과제
부동산 시장은 유동성 과잉으로 인한 일부 가격이 들썩이는 현상이 목격되지만, 근원적 위험성이 해소된 것은 별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몇 가지 규제가 풀리기는 했지만 시장 원리 대신 각종 규제로 건설사들의 분양 의지를 꺾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문제가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고, 윤 장관은 12일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와 관련해 "검토를 유보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당분간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해석을 낳았다. 국회의 장기 비협조 등을 고려하고 정책을 짤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윤 장관이 감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급한 불은 꺼…L자형 침체 시나리오 대비할 때
이렇게 구원투수로 등장한 2기 경제팀이 지난 100일간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에서 향후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V자형' 회복이 아니라 'L자형'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국내외에서 없지 않은 만큼, 이제 혹독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한 경제 체력(펀더먼털) 강화가 주안점이라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라디오 연설에서 "지금은 긴장을 늦출 시점이 아니고, 전 세계가 당면해 있는 위기 상황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밝힌 점은 2기 경제팀에 대한 주문사항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은행들이 기업 자금지원 능력 강화를 위해 자본확충펀드를 사용하도록 압박하는 데 성공한 것은 일반 합격점을 얻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실제 유동성 지원 효율성 문제와 산업은행 민영화 추진 등 과제를 어떻게 풀지가 다음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선 기업 경제에서는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도록 독려할 과제가 남아 있다. 실물경제가 아직 불안한 이유는 기업의 구조조정이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데 시중은행장들이 견해를 함께 밝힌 한국은행 간담회 내용을 보듯, 기업들의 부실 우려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우려를 함께 푸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구조 조정 문제와 상충되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각종 인턴제도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지고 있어 단기 처방 외에 일자리 창출 장기 로드맵도 그려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을 완성하는 한편, 일부 기업에서 고용의 질이 악화되지 않도록 감시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도 2기 경제팀이 수행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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