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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개성 강경대응에 남측 진퇴양난

철수하자니 경협 성과 물거품,화해하자니 MB정부위신추락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5.18 06:00:30

[프라임경제] 북측이 개성공단에 대한 일방적 계약 조건변경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당국이 일단 협상을 통해 현안을 풀어간다는 입장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선택지가 넓지 않은 데다가, 북측의 강경 대응으로 상당 시간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18일 회담은 불투명

정부는 일단 대화를 통해 개성공단과 관련한 남북간 현안을 풀어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15일 제의한 '18일 실무회담'에 북한이 17일까지 응답하지 않은 상황이라 회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북한이 새로운 회담 날짜를 제의하면 이를 받을 것이라는 탄력적인 대응 플랜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북한이 이미 회담 결렬을 전제한 상태에서 지난 15일 개성공단 관련 계약의 무효화 통지문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적어도 당분간은 협상의 여지가 높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북측이 이미 여러 차례 남측의 대북 정책에 대해 경고음을 냈고, 로켓 발사 등으로 긴장감도 높아질 대로 높아진 터라 장기적인 대결 국면을 준비해야 한다는 시각인 셈이다.

◆정부, '원칙 대응' 방침 속 진퇴양난

북측의 이러한 태도에 진퇴양난에 빠진 것은 우리 정부다.

이명박 대통령은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원칙대로 풀어가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원칙'이 시험받고 있다는 데 이번 개성공단 문제의 핵심이 있다.

지난 15일 계약 무효를 선언하면서 북측은 '세금'을 추가로 요구했다. 토지임대차 계약과 토지사용료,노동자 임금에다 세금까지 더한 것인데, 협상 여하에 따라서는 임금 인상보다는 이같은 각종 세금 인상으로 가닥을 잡을 절충 가능성이 점쳐진다.

중국 수준인 월 200달러 수준까지 올리자는 요구 자체는 남측의 승낙을 얻기 어렵다는 점을 북한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자체를 고집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따라서 시간을 끌대로 끌면서 남측의 진을 빼고, 각종 세금 인상을 통해 이득을 보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우리 기업들의 경제적 부담은 어쨌든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업의 일부 부담 증가 외에도 우리측 정부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북측이 요구하는 세금은 크게 기업소득세와 거래세,영업세,자동차세 등 네 가지다. 세액이 우리 나라의 그것에 비하면 크지 않지만, 이를 수용하는 경우 북측에 '비핵개방 3000' 등으로 접근했던 MB정부로서는 로켓 발사 후 북측의 요구를 고스란히 수용하면서 말을 뒤바꾼 셈이 된다.  

사정이 이런 만큼 정부는 내부적으로 개성공단 폐쇄 등 최악의 상황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개성공단 폐쇄를 전제로, 남북협력기금에서 기업 손실분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가 다른 당국자에 의해 부정된 것만 보더라도 이 문제가 쉽지 않은 상황임을 방증한다.

북측에서 완전 철수를 하는 경우 기업 손실 규모만 해도 1조3600억원(국회 입법조사처)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와 있고 이보다 더 큰 피해를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더욱이 기업 손실을 남북 협력 기금에서 조성된 보험금으로 지원한다고 해도 기업들이 이 보상 규모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고, 이번에 받게 되는 정부와 기업의 충격은 고스란히 경제에 과부하로 작용해 경제 회복에도 장애 요소가 될 전망이다.

경협 보험에 따라, 개성 공단에서 종내 사업을 못하게 되면 피해 업체는 건물·기계 등 설비 투자에 대한 손실의 90%까지 보전받을 수 있다. 이 비용은 정부가 조성한 남북협력기금(연간 1조5000억원)에서 집행하게 된다. 하지만, 설비 비용 등에서 본 손실은 물론, 기회 비용 등을 감안하면 불만이 없을 수 없다는 것.

남북 관계 10년 성과를 일거에 수포로 돌리게 됐다는 비난이 쏟아질 것도 부담감이다. 현재 2007년 4조 4634억원까지 늘어난 남북 협력 기금 집행누적액이 말하는 것처럼, 그간 쌓아온 공든 탑은 유형, 무형으로 작지 않은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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