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왜곡된 심리' 편승·조장하는 은행 상품들

고금리 위기에 국부유출 조장 우려까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5.12 15:35:50
[프라임경제]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기발한 상품들을 개발하려는 은행간 경쟁 또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눈에 띄는 상품도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품이 나오거나 지나친 경쟁에 따라 문제가 없지 않은 제품설계도 없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 우수, 대학 진학이 우대 요건? 

청소년을 겨냥한 농협의 '꿈바라기 학생적금'은 성적 지상주의를 은연 중 부추긴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 상품은 적금 가입 시 통장에 진학을 '원하는 대학'을 명시하고, 적금 가입기간 중 이 대학에 합격하면 1% 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지급한다.

성적 우수, 선행 등을 이유로 상을 받는 경우에도 0.1% 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주게끔 설계돼 있다.

청소년층을 공략하는 것도 좋지만, 대학 진학에 지나친 부담을 느끼고 사는 우리 나라 청소년들에게 사소한 부분에서까지 이런 목표의식 확인을 시키는 건 지나치다는 우려가 따르고 있다.

◆화두는 녹색경제, 그런데 에너지 절약 확인 실효성은? 

요즘 화두인 녹색경제와 연계된 우대금리 상품도 속속 등장하는 분위기다.

신한은행의 '희망 愛너지 적금'이 이런 경우. 이 제품은 안 쓰는 가전제품 플러그 뽑기, 불필요한 조명등 끄기, 승용차 요일제 참여 등 생활에너지 절약요강을 담은 에너지사랑실천서약서를 작성한 고객에게 연리 0.5% 포인트까지 우대금리를 준다.

적금에 가입할 때 '에너지 사랑 실천 서약서'를 작성하고 거래 실적을 쌓으면 1년 연 3%, 2년 연 3.7%, 3년 연 4%의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환경 보호에 참여하면서 재테크도 할 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당기지만, 서약서 내용의 참여 실효성을 보장하는 일이 숙제다.

◆한국씨티은행과 함께 "예뻐져라, 끝없이?" 유명 피부클리닉과 연계 

한국씨티은행은 '미드림(美Dream) 적금'을 선보인 바 있다. 미용관련 혜택을 핵심으로 내세워 여심을 공략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최고 연 3.8% 금리를 보장해 알뜰한 여성들을 유혹한다는 점엔 별다른 문제가 없다. 안면 부상을 당하는 경우 수술 보조를 해줘 얼굴이 생명인 여성들에게 제 2의 인생을 부여한다는 점도 우수한 제품으로 꼽혔다.

하지만 유명 피부클리닉과 제휴를 통해 우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대목 때문에 공공성이 강한 은행이 겉으로 드러는 외모만 중시하는 사회 현상에 무분별하게 편승하는, 혹은 이를 오히려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렇잖아도 과도한 성형 수술 유행과 고가의 피부클리닉을 쇼핑하는 탐닉하는 여성들이 늘어 사회 문제시 되고있는 상황이다.

겉으로 나타나는 게 전부라는 세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금융상품이라는 점에서 고객 니즈를 정확히 꿰뚫는 상업성은 놀랍지만, 금융고객들을 선도하는 리더로서의 책임을 저버린 상품이 아니냐는 고객들의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신한은행 믿고 이민 가세요, 돈 빼낼 걱정은 마시고?

신한은행은 12일, 해외 이민자들에게 국내에 있는 자산을 담보로 보증신용장을 발급하여 대출을 지원하는 '신한 글로벌외화지급보증'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신한 글로벌외화지급보증'은 국내에 자산을 두고 해외에 거주하거나 이민을 간 개인고객들이 현지에서 자금이 필요할 때 국내자산을 담보로 신한은행의 해외지점 또는 현지법인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한다.

보증기간은 1년 이내를 원칙으로 하며, 담보는 신한은행 예금과 주택으로, 보증한도는 예금의 경우 납입금액의 80%, 주택은 대출가능금액 한도내에서 대출할 수 있다. 즉 국내자산을 처분하지 않고 이주하려는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이라는 게 신한은행측 설명.

하지만 이같은 상품이 지난 연초처럼 환율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자칫 통제 불능의 국부 유출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환율이 불안했던 작년에는 이민과 송금을 뒤로 미루는 경향이 뚜렷했다. 지난 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해외이주비는 14억 3200만 달러선(07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  여기에 달러 가치의 부각을 이용하기 위해 교포 자금이 대거 유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신한은행 상품과 같은 제품이 있다면 환율 불안에도 아랑곳 않고 자금을 우회유출하는 것이 가능해져 크게는 환율 방어 정책에도 교란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해외 교포들이 자금을 일단 유입시켜 부동산 등을 구입한 다음, 이를 다시 대출 근거로 삼아 돈을 신한 해외영업망을 통해 빼내는 데 한층 유용하게 된다. 환투기를 부추길 수 있고, 부동산 투기를 용이하게 해 고환율 상황에 교포들에게 부동산이 대거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을 조장할 수 있는 것.

이렇게 금융 상품이 고객 유인과 편의성 제공이라는 '금융 공학'에만 경도돼 움직이는 경향이 날로 강화되는 가운데, 이윤을 추구하는 금융기관이라도 어느 정도 가치 판단이나 철학적 고려는 겸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