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다시 당대표직 도전에 나설까? '민본 21'에 이어 당내 최대 모임인 '함께 내일로' 역시 조기 전당 대회론을 당 쇄신의 주요 방법으로 꼽고 나섰다. 조기 전당 대회론의 주요 골자는 박 전 대표 등 주요 인사들이 직접 당대표직에 도전, 현재와 같은 대리 정치를 불식시키고 당위기를 정면해결하라는 것.
◆친이계 '새판짜기'에 친박계가 응하기엔 위험부담 커
이번 조기 전당 대회론이 불거지는 데 대해 일단 친박 진영은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11일 귀국길에 조기 전당 대회론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을 받자 박 전 대표는 즉답을 피했다. 전반적으로 보면 이번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주류를 공세는 물론, 조기전당대회를 주장하는 일부 소장파들에 대한 불편함도 감지된다.
이성헌 의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쇄신이니 소장파니 하는데 비오는 날 개구리 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의 소장파가 정작 당이 어려울 때에는 숨어 있다가 친이나 친박에 대한 비판만 한다는 비판을 담고 있는 발언이다.
친박계로서는 친이는 물론 소장개혁파도 잠재적인 적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친이계 새판짜기에 소장파가 명분을 만들어 주는 밀월관계가 아닌지 근원적인 물음을 해결하지 않는 한 소장파와 이들이 중심이 된 쇄신위원회를 완전히 신뢰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권도전 시간표상 조기전당대회 참가는 '득보다 실'
문제는 친박이 당내 헤게모니를 장악하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다는 데 있다. 대세론 때문에 박근혜 체제가 탄생한다고 해도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주요 당직을 모두 장악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더욱이 10월 재보선이 임박해 있고,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지만 경제 여건 때문에 여당에서 지지표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럴 때 친박 지도부가 당을 이끌고 있으면 '공동 책임론'에 말려들 뿐이라는 위기론이 없을 수 없다.
그간 이명박 대통령의 동반자론이 별다른 진정성이 없이 말로만 되풀이되어 왔다는 점에 대한 서운함도 이런 실질적인 위험성에 따른 판단 못지 않게 비협조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왔다.
더욱이 이번에 당대표직을 수행하면서 다른 주요 당내 대권잠재군과 불필요한 경쟁 국면을 빚게 된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로서는 박 전 대표가 정몽준 최고위원과 원희룡 의원, 홍준표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 자천타천으로 잠룡으로 꼽히는 한나라당 대 주요 정치인들보다는 월등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지난 번 당대표직을 수행하는 동안 3공 책임론과 박근혜 한계론 등을 겪으면서 당 지지율 하락을 경험한 달갑지 않은 기억이 있다.
현재 당지도부에 앉아서 크게 남는 게 없다는 게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 시간표와 원래대로라면 내년 7월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박희태 체제를 유지하는 게 낫다는 요구는 이런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주중 회동에서 박희태 체제 다시 굳혀주기 모색 가능성
더욱이 전대 조기 개최를 결단하려면 현실적으로 당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이 길목이 대체로 조기 전당대회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현체제 유지쪽으로 얼마든 이야기 물줄기가 틀어질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최고위원들 중 정몽준 · 공성진 의원 정도를 제외하고는 조기 전당대회론에 부정적이다. 박 대표 역시 "온 국민이 경제 살리기에 노력 중인데 당권을 놓고 서로 다투는 것이 옳으냐"며 "조기 전대는 몇 사람이 요구한다고 되는 게 아니며 당헌 · 당규에 따라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주중 잡힐 것으로 알려진 박희태 대표-박근혜 전 대표측의 회동에서 적절한 방안이 모색돼 나올 가능성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번 조기전당대회론이 '친박 원내대표 제안'에 대한 친박진영의 거부와 그에 대한 반발심리로 인한 '맞불'로 불거진 측면이 강한 만큼, 박희태-박근혜 두 지도자간의 조율 여하에 따라서는 친박이나 당지도부 어느 쪽으로서도 별반 달갑지 않은 조기 전당대회론 진화가 가능하기 때문. 다만 대외적 명분으로 필요한 친박계의 당지도부 지원 문제가 어느 정도로 조정돼 나올지가 변수이고, 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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