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김효재 비서실장을 미국에 급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 거부' 의사를 번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박 끌어안기 공들여 '이례적'
박 대표가 7일(우리시간) 김 실장을 박 전 대표가 머무르고 있는 미국에 보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례적으로 박 대표의 이번 시도가 눈길을 모으고 있다. 친박 끌어안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기 때문.
현재 알려진 바로는 김 실장은 박 전 대표를 만나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박희태 대표간 회동 내용과 김무성 원내대표 합의 추대론이 나온 배경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박 전 대표의 의견을 경청하는 외에, 이번 친박 끌어안기 행보의 진정성을 설명하고, 친박 인사 중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기로 한 데 대해 '재가'를 부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급파는 박 전 대표가 '친박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에 대해 "당헌과 당규를 어겨가면서 그런 식으로 원내대표를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히면서 박희태 체제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구상까지도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박 전 대표가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를 반대한 것과 관련, "무산은 아니다"면서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비서실장 파견도 이뤄진 것.
◆이번에 실패하면 10월 재보선은 물론 지방선거도 영향
특히 이번에 경주 재보선에서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다시금 입증돼 박 대표와 한나라당으로서는 이 힘을 어떻게든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선거의 여인'으로까지 불리는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없이는 10월 재보선까지도 4월 재보선 0대 5 참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고, 국정 2기를 본격적으로 수행하려는 청와대로서도 당내 분란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유사시에는 이 대통령이 친박의 사실상 태업을 염두에 두고 10월 재보선과 지방선거판을 구상해야 하는 만큼 이런 에너지 소진은 조기 레임덕을 낳을 수도 있다.
특히 이런 심각성 외에도 박 전 대표가 '먼저 일을 벌이고 언론을 통해 치고 나가는' 방식에 전혀 동요하지 않는 정치인이라는 점이 날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는 것도 박 대표의 특사 파견 비상카드를 만들어낸 요인이다.
박 전 대표는 최근 맹형규 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바로 "잘못된 이야기가 돌고 있다"면서 항의를 한 바 있다. 정권 출범 전에도 총리직 제의가 언론 보도로 기정사실화돼 가는 분위기였음에도 이를 거부해 버린 적도 있다.
요컨대, '진정성'이 없는 '떠보기'식의 제안에 대해서는 친박 끌어안기는 거녕, 박 전 대표의 반감만 키울 뿐이라는 점이 명확해진 만큼, 박 대표로서는 밀사 파견 등 어떤 수단을 통해서라도 박 전 대표에게 성의 표시를 할 필요가 높아진 셈이다.
◆'박희태 정치력 모자란다' 비판 불식 필요도
더욱이 박 대표가 이번 김무성 원내대표 문제를 꺼냈다가 박 전 대표의 냉담한 반응을 산 과정에서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류의 반대여론이 당내외에서 조성된 점도 박 대표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박 전 대표의 반응이 안 좋은 것에 대한 역풍은 물론, 박 대표가 청와대와 의견 조율이 아닌 사실상 당 쇄신에 대한 하명을 듣고 오는 것으로 일방적 대화가 진행된 것으로 청와대-당대표 회동을 해석하는 움직임이 없지 않다.
이에 따라 정치력에 대한 의심이라는 유쾌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한 박 대표로서는 더더군다나 매듭을 풀어야 할 필요성이 높다. 현재 원외 당대표로서 그렇잖아도 운신의 폭에 제한이 있고, 이른바 '관리형 당대표'라는 핸디캡도 덧씌워져 있다. 이번 청와대-당대표 회동으로 재신임을 사실상 얻어낸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마음만 돌리면 큰 어려움 없이 현상황은 유지할 수 있는 것.
이에 따라 박 전 대표가 박 대표의 특사를 어떤 식으로 접견, 어떤 의견을 줘 돌려보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냉대 가능성 등 최악의 상황도 점치고 있지만, 박희태 체제 자체를 흔드는 것은 친박으로서도 대안이 딱히 없어 곤란할 부분이라는 전망이 높다. 이에 따라 박 대표의 체면을 세우면서, 원칙론(당 원내대표는 경선으로 뽑는다)으로 김무성 의원이 도전하게 하면 어떠냐는 원론을 확인해 주는 정도로 정리된 입장을 들고 김 비서실장이 돌아올 가능성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김무성 원내대표론이 반갑지 않고, 또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게 박 전 대표의 의중이라는 추측들이 많으나, 박 대표의 체면 문제를 위해서 (김 의원이) 굳이 하고 싶으면 친박 지분을 요구할 게 아니라 경선으로 떳떳하게 하라는 정도의 절충을 할 시나리오가 현실적으로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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