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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시장 커버드 본드…득 혹은 실?

과당경쟁,주택시장 요동 가능성 있어 일부은행 '신중검토'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5.07 10:10:32

[프라임경제] 국내 금융기관들이 '커버드 본드'(Covered Bond)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커버드 본드란 부동산담보대출채권 등(이른바 모기지 상품)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유동화 채권을 말한다. 자산유동화증권(ABS)이나, 주택저당증권(MBS)과 유사한 상품이다. MBS의 경우 대출채권을 은행 고유 계정에서 분리하므로 자간 감소를 가져 오지만, 커버드 본드는 은행 계정에 대출 자산을 그대로 둔 다음 발행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BIS 비율 문제, 자산 규모 등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국내 금융권으로서는 MBS와 같은 자산감소가 없다는 점에서 이 방식을 상대적으로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큰 불이익이 없이도 해외에서 자본 조달을 할 수 있는 꿈의 시장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는 것.

◆금융위기 한소끔 지나가자 재조명

2008년에도 일부 금융권에서 커버드 본드 관련 검토가 없지 않았으나, 작년 하반기 본격화된 금융위기로 인해 '없던 일'이 된 바 있다. 더욱이 당시 제도적으로 전인미답이라는 점도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당초 이 제도가 발달한 독일 등과 달리 저당권을 유동화하는 법제도나 관행이 형성돼 있지 않아서 해외 사례를 참고해 추진하는 벽에 부딪혔던 것. 최근까지도 은행권에서는 "커버드 본드의 경우 제도적 뒷받침이 없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 일반적이었다.

현재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3대 지주사들이 모두 커버드 본드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KB국민은행이 커버드 본드 발행에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날 자체 신용으로 10억달러 규모의 커버드 본드를 발행했다.

더욱이 발행규모 대비 6배 수준에 달하는 60억달러의 주문이 접수됐다는 후문도 있는데, 아시아권 최초의 발행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 것으로도 보인다. 표면금리는 7.25%로, 발행금리는 동일 만기의 미 국채수익률(T)에 550bp를 가산해 결정됐다. 리브 금리 기준으로 따지면 500bp를 가산한 셈이다.

◆자칫 잘못하면 '한국채권물 과당 경쟁 국면' 조장?

하지만 이같이 커버드 본드가 새로운 시장으로 눈길을 끌고 있지만, 위험 부담도 적지 않다는 게 우려를 낳고 있다.

커버드 본드에서 담보로 삼는 모기지는 우량모기지에 한한다는 것. 만일 부실화의 징후가 나타날 경우 다른 우량모기지들과 교체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모기지 상품(부동산 담보대출 등)들이 어떤 연유로 막대한 손실을 보거나 은행이 망하지 않은 경우 투자자들은 상환을 보장받게 돼 매력도가 높다. 이번에 국민은행이 발주한 커버드 본드에 외국 투자자들이 눈길을 준 것도 이같은 가능성 때문으로 보인다.

표면금리는 7.25%로, 발행금리는 동일 만기의 미 국채수익률(T)에 550bp를 가산해 결정된 것을 보면 조달 금리가 낮은 편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월 기준으로,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연초 발행한 5년 만기 외화표시채권의 경우 가산금리가 당초 615~625bp(1bp=0.01%포인트)에서 최근 470bp 수준까지 떨어졌고, 하나은행의 3년짜리 글로벌채권 가산금리 역시 490bp에서 420bp로 70bp나 하락한 바 있다.

물론 미국 금융기관들이 스트레스 테스트 이후 조달에 나설 필요성이 있고, 조금 개선된 국제금융시장이 언제 다시 국제금융시장 경색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는 만큼 '조달할 수 있을 때 조달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하지만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는 경우, 모기지가 부실화될 때 책임을 모두 발행기관이 져야 하는 점에서 우리 금융기관들이 이런 조건으로 조달방식으로 커버드 본드를 택하는 것은 책임은 책임대로 높게지면서 우리 기관들끼리 과당경쟁을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은행이나 신한은행 등이 커버드 본드를 추가로 발행추진하는 경우 각종 한국물 과잉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외국 채권시장에서는 판단할 수 있고, 조달금리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법적 근거 등 개선 사항도 어려움 가중

더욱이 국내 금융기관들이 해외에서 이를 발주하면서도 국내 제도의 미비사항을 우회적으로 해결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현행법상 커버드 본드를 뒷받침할 제도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MBS 등의 예를 준용해 해결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 저당권을 유동화하지 않는 우리 법제의 구조상 전면적으로 독일 태생의 이 제도를 딱 맞게 규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발행하지만 국내 은행들로서는 이중삼중으로 담보물이 된 국내 자산을 들여다볼 안전장치를 마련해 둬야 한다. 자본유동화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이 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면 이런 어려움은 다소 해소될 전망이기는 하다. 발행자가 파산할 경우 어떤 규정을 적용할 것인가, 어떤 절차로 유동화 자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것인가 등이 마련돼야 커버드본드 발행이 원활히 뒷받침될 수 있다.

물론 근저당 제도가 원래 법제도에서는 없었지만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관행적으로 금융권에서 사용됐던 것 등을 생각하면 현재 커버드 본드 문제가 오히려 법관행이나 제도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주택가격 부침 따라 오히려 독 될 수도

가장 큰 문제는 커버드 본드가 주택 시장 등의 침체 가능성에 위협요인으로 바뀔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커버드 본드 역시 주택 가격 등이 급격히 떨어지고 이로 인해 대출을 받은 대출자들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문제가 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MBS와 기본적 구조에서는 다른 면이 있지만, "대출자들이 상환에 대거 어려움을 보이는 상황에서는 MBS와 커버드 본드 모두가 위험성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국내 주택 등 부동산 시장이 마냥 장밋빛 전망만 보여주는 상황은 아니라는 데 있다.

지난 달 28일 한국은행은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주택 가격 불안 요인을 언급한 바 있다.

주택의 사용 가치로 볼 수 있는 전세 가격 대비 매매 가격 배율의 경우, 서울 지역은 금년 3월 기준 2.6배로 장기적인 평균선인 2.0보다 높게 나타났다. 거품이 그만큼 높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아울러 "경기 침체로 인한 가계 소득 여건 완화, 미분양 주택 누적 등으로 미국에서처럼 (동산 가격이) 비교적 기간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경우를 감안해도 터무니 없는 예상은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16만 호가 넘어(2008년 말 기준),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더블 딥'으로 들어갈 가능성, 즉 경기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장기적 침체로 들어갈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이 여러 군데서 나오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우려는 더욱 높아진다.

현재의 경제 위기 장기화 조짐은 가계를 옥죌 수 있고, 이는 다시 담보채권에 대한 부담금 상환 어려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숨고르기를 최근 시도한 것도(일선 지점에 대출 자제 공문을 보낸 것이 알려져 눈길을 끈 바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필요성이 절실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커버드 본드를 발행해 자금 조달의 기폭제로 사용하겠다는 구상은 미국처럼 부동산 거품이 비교적 적거나, 경제 규모가 커 채권 흡수 능력이 큰 경우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해 헨슨 당시 미 재무부 장관이 커버드 본드를 대거 발행해 모기지 위기의 급한 불을 끄도록 미국 은행들을 독려했던 경우와 우리 금융권 사정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해외에서 자금 조달을 야심차게 시도하고 있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구상에는 이렇게 오히려 해외 투자자들의 안정성 보장을 위해 끊임없이 시달릴 가능성이 숨이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들이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고민하는 것처럼, 커버드 본드는 외화자금 조달을 해 국내 금융권 위기와 유동성 지원 여력을 충당할 필요와 위험의 개연성 사이의 모호한 위치에 놓여 있다. 자칫 키코 상품의 역풍으로 국내 금융권이 홍역을 치른 상황이 되출이되지 않도록 과당 발행 경쟁이 커버드 본드 시장에서도 불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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