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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15년, 아직 미완성인 금융실명제

판례 강화 이제 걸음마, 개정법안 추진 허점 보완할까 촉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5.06 10:58:48
[프라임경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긴급경제명령으로 1993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금융실명제가 최근 들어서서 의미있는 보완 공사를 겪고 있다.  

하나는 차명예금계좌의 귀속 문제가 '무조건 예금주 귀속'쪽으로 새 대법원 판례가 굳어진 것이고, 하나는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 일부개정안이 등장한 점이다. 

◆차명계좌는 예금주에게 귀속, 대법원 판례 변경

대법원은 지난 3월, 금융실명제에서 예금명의자만 예금주로 봐야 한다고 판결, 앞으로 차명 계좌 등을 통한 비자금 관리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실명제 이후에도 원칙적으로 예금 명의자를 예금주로 봤지만, 실소유자와 금융회사 간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차명계좌라 하더라도 실소유자를 예금주로 인정해 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판례입장이 금융실명제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 이번에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로 예금 명의자와 예금주가 일치하게 돼 법률관계가 명확해지고, 자금 실소유자는 차명거래를 할 경우에 안게 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명의로 직접 거래할 것이므로 투명한 예금거래 질서 형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차명계좌의 예금주를 따로 인정해서는 안 되고 예금 명의자만 예금주로 봐야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허점이 없는 건 아니다.

예금출연자(예금주)와 금융기관 사이에 명의자가 아닌 예금주만 인출권을 갖는다는 명확한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판결의 예외 부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큰 거래 고객의 요구를 사실상 무시할 수 없는 금융기관의 입장을 감안할 때 '명확한 의사의 합치'는 결국 대기업 등 비자금을 조성관리할 수 있는 '큰 손'에겐 이면 계약의 여지를 여전히 틔워 줄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박선숙법' 촉각, 과거 무산됐던 '실명확인 업무방해 처벌' 추진 법제화

이에 따라 이번 판결에서 "어떤 경우에도 금융실명제의 예외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박시환 대법관 의견이 소수의견으로 남은 게 안타깝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법적 보완은 박선숙 의원이 지난 연말 제출한 금융실명제법 일부개정안 통과 여부에 달려 있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금융거래자에 대하여 실명을 제시하도록 하고(안 제3조제2항 신설)", "의무 위반시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안 제5조의2 신설 및 안 제6조)"하고 있어 실명 제시에 따른 거래만 하도록 하고 있다.

차명 계좌에 대한 온정적 처리와 이 구멍을 악용할 가능성을 100% 차단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점을 법적으로 제어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과거 검찰이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의 비자금 사건에서 '은행원의 실명확인 의무를 방해, 업무방해죄'로 구성했다가 수포로 돌아갔던 이후 실명거래 강제에 있었던 허점이 보완된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이 법안의 처리가 4월 재보선 이후 여야 새 원내대표 선출까지 공회전이 불가피하고, 새로운 탈법 방식이 개발되는 숨바꼭질 노력이 여전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런 보완 노력만으로는 금융실명제 완성을 단언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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