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본 21이 사실상 겨냥한 이상득 의원, 이번에도 '형통'?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민본 21'이 4일 기자회견을 갖고 사실상 당 전면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부에서는 특정인을 거론하지 않은 두리뭉실한 원론적 선언으로 평가하기도 하고, 자기 희생의 결기가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으나, 사실상 당의 최강 권력을 자랑해 온 '만사형통(萬事兄通)' 이상득 의원을 겨냥한 기자회견이나 다름없었다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소장파 '민본 21'이 당 쇄신론을 전면에 내걸고 적절한 역할 조정 운운한 대목을 그와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박연차 문제에서 전현직 대통령의 형님들 간에(노건평-이상득) 전현 정권의 허물 봐주기 약속을 했다는 '형님밀약설'이 불거져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위신에 다시금 손상이 간 적이 있고, 친박 재보선 무소속 후보 사퇴종용 논란으로 박근례 전 대표로부터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경주 재보선에서 정종복 후보가 낙마한 결과도 이 의원에게는 상처가 되고 있다. 당초 그가 아닌 다른 후보를 세우자는 목소리를 이 의원이 묵살, 정 후보 세우기를 강행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결국 재보선 패배의 총론이나 각론 모두에서 면책을 받기 어려운 국면에서 민본 21의 지적까지 받은 셈이다.
당장 10월 재보선 출마를 놓고 저울질 중인 이재오 전 의원 문제 등과 맞물려, 이 의원이 근신에 들어가면 당내 세력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재보선 패배론을 위한 희생양 만들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번에도 이 대통령이 다른 충돌 상황에서처럼 무조건 형의 손을 들어줄지는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매번 근신을 말하면서도 또다른 충돌 상황에 연루돼 온 점도 피로현상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개혁 대상? 개각 추진하면서 검토대상?
'이상득 정조준' 못지 않게 이번 민본 21 선언 국면에서 부각된 이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김성태 의원은 민본 21 회견 이후 따로 그의 실명을 거론해 가면서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는 요컨대, 이번 재보선 패배를 한나라당 실책에 대한 심판쯤으로 규정, 청와대와 선긋기를 하려는 일부 움직임에 대한 당내 반발이 이 대변인 등으로 쏠리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
이 대변인은 대선 캠프 시절이나 인수위 시절, 그리고 청와대 1기를 통틀어 이 대통령의 신임을 두텁게 받아 온 인물. 하지만 국민일보 기사 삭제 요청 논란 이래 처신에 대한 논란이 없지 않았다. 매끄럽게 의견 전달을 해야 할 그가 오히려 당청, 친이친박 소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논란도 나온 바 있다. 최근에는 사생활 논란으로 경향신문과 고소 상황까지 가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청와대와 정부, 국회간 소통 문제를 위해 그간 의원들을 입각시키자는 문제가 거론되다가 들어간 바 있는데, 이 문제를 포함해 일부 개각, 청와대 수석 교체 문제가 추진될 때 이 대변인 거취도 함께 거론될 수 있다는 것. 입법전쟁을 대강 마무리지은 후, 내각의 외교·안보라인과 일부 경제·사회부처 장관들이 개각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차기 원내대표 친박 기용설은 어떻게?
이와 함께, 그간 검토만 되다가 용도폐기를 반복해 온 친박 중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5월 중 선발될 한나라당의 새 원내대표에 친박 인사인 김무성 의원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4월 재보선으로 박 전 대표와 그 측근들을 아우르지 않고서는 한나라당이 제 기능을 다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다는 점은 다시금 입증됭 상황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파이 분배 등이 다시금 심각하게 거론되는 것. 문제는 친박측에서 지금 요직을 맡으면 권한 없이 책임만 공동으로 지게 된다는 우려를 100% 거두지 않고 있는 데 있다. 차라리 10월 재보선까지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게 몸값 높이기에 더 유리하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할 수 있다. 그 기저에는 매번 '국정 파트너' 운운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손을 거둬들인다는 친이측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어느 문제 하나도 지도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박희태 체제'로서는 방향을 정하거나 힘있게 추진하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이에 따라 이번 6일 회동에서 어떤 형태로든 이 대통령 스스로 당과 협의와 가이드라인을 개진해 줘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와 내각에 돌격 내각, 이명박 집권 2기 등을 구축해 놓은 이 대통령이 4월 재보선 전패라는 암초를 어느 정도 크기로 받아들일지가 핵심이다. 또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요리할지에 따라 여당과 국회, 국정 전망의 방향이 달라질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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