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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조광조 꿈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암

'양날의 검' 개혁정치가 이미지, 성과주의로 극복 필요성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4.29 09:59:29

[프라임경제]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의 '2기 집권'에 비상이 걸렸다. 오 시장은 이미 공식적으로 재선 도전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당내 유력인사들이 그간 한나라당의 당내 경선을 통해 시장 후보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예컨대 원희룡 의원)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 역시 "기회가 되면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나서면서 경쟁자가 대폭 늘어나게 됐다.

그간의 업적에 따라 대과가 없으면 다시 나서는 게 당연시되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분위기 혜택을 보지 못할 수도 있게 된 셈이다.   

◆개혁 정치가 이미지, 득과 실 양날의 검

오 시장은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쟁쟁한 법조선배와 함께 투톱으로 방송에 출연(문화방송 '오 변호사 배 변호사'에서 배금자 변호사와 대중 앞에 얼굴을 내밀었다)해 인지도를 높였다.

이후 국회의원이 됐고 '오세훈 선거법'으로 일컬어지는 돈 안 쓰는 선거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평을 얻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옛 열린우리당이 대중적 지명도가 높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을 서울시장 후보로 세우자 대항마로 차출, 일약 서울시장으로 당선됐다.

이렇게 깨끗한 정치인으로 이미지를 쌓으면서 대중적 인기로 도백 자리까지 오른 오 시장은 이후에도 '창의 시정', '여행 프로젝트' 등 서울시에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민선 1기를 의욕적으로 이끌고 있다. 서울 디자인 올림픽 등 구상을 추진했고,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 추진 등도 그가 애정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특히 경직되고 정체되어 있던 연공서열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승진 기간을 최대 5년여까지 단축해 서열에 상관없이 승진이 가능하도록 하는 '인사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영하는 등 파격적 실험을 이어왔다.

또 부패를 일소하기 위해 1회만 부패혐의가 적발되어도 공직에서 몰아내겠다고 선언하고 나서기도 했다.

외부에서 유입된 '정치인 시장' 인데다가, 특히 여의도 정치 경력이 별반 없는 점, 대중적 인지도를 밑천으로 구원투수로 영입된 점에서 당에 큰 빚이 없는 점 등은 그가 자신의 구상대로 정치력을 시험해 볼 여지를 허락하는 요소다.

서울시의 기존 체제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데다가, 이미 구축해 온 정치관에 따라 서울시를 개조하려 들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 실제로 위와 같은 각종 정책들을 보면, 정치적 줄서기 문화나 부패에 대한 그의 결벽증에 가까운 부적응은 초선의원 시절 이후 지금도 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패스트트랙 등 인사 혁신안이나, 연초에 1,2급 공직자 중 상당수를 '명예퇴직'하도록 시청에서 권고했다는 보도들이 줄을 이은 점이 특히 그렇다. 더욱이, 무능하고 안일한 마인드에 찌든 공직자들을 대거 정신교육에 투입해 일부가 공직을 떠나게 한 충격요법은 행정안전부 등에서도 공직자 퇴출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오 시장의 정책 행보는 조광조(1482-1519)의 정치 구상과 유사해 흥미를 일으킨다. 조광조는 중종에 의해 발탁돼 대사헌 등 요직을 맡았던 인사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반정 공신'들을 견제하고, 도학 정치를 꿈꿨다.

향약을 널리 시행하고자 했고, 신진 사림 세력들을 대거 조정에 충원해 권신들의 경직화를 막으려 했다. 그러나 그의 지나친 행보에 피로를 느낀 중종은 권신 세력들에 의한 반격과 그의 거세를 방조해 개혁은 실패로 끝났다. 

◆외부 수혈 계속이 관건, 가시적 성과 없으면 타격 불가피

그가 펴온 많은 정책들이 기본적으로는 신선하다는 인식을 서울시민들, 더 나아가서는 정가에 불러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현재 구상들 중에 암초에 부딪힌 것이 적지 않다. 우선 서울 디자인  올림픽 등이 완전히 자리잡기 전에 권영걸 디자인본부장이 물러나 대학으로 돌아가 후임자 물색이 절실한 시점.

'하이 서울 페스티벌'은 연중 4회 행사로 쪼갰다가 외국인 유치 등에 효과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금년에 다시 여름, 가을 행사를 폐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겨울 조명행사는 진행하겠지만 과거와 같은 4회 계절별 행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는 금년도 예산 중 페스티벌 관련 예산이 대거 삭감되는 등 시의회가 오 시장의 새 시도를 냉정하게 평가한 데 주요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뚝섬과 성수동 등의 개발 구상을 담고 있는 '한강 르네상스' 아이디어가 매듭을 성공적으로 짓지 못했다는 평가까지 겹친다면 오 시장에 대한 견제는 갑자기 증폭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시장의 정책에 든든한 우군이 되어 줘야 할 서울시 공직사회 역시 시장의 높은 꿈에 제대로 따르지 못하는 '꿈은 높고 날은 저무는' 사정을 더러 연출하고 있다.

우선 패스트트랙 제도가 이에서 배제된 공직자 일반들에게 어떻게 평가를 받느냐는 차치하고라도, 끊이지 않는 부정 문제는 서울시 개혁이 오 시장의 추진력만으로 일소하기엔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지적돼 온 야근수당 부정신청 문제가 금년 3월에도 성북구청 등에서 재발했다는 논란이 있었고, 복지관련 공직자들이 지원금 착복을 해 온 사실이 몇 년간 방치돼 있었던 것이 뒤늦게 드러나는 등 서울시가 오 시장의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는 분석이 없지 않다.

더욱이, 부패 1회 이상 무조건 공직 추방을 천명한 오 시장이지만, 만약 이런 사례가 발생할 경우 법원 복직판결 등으로(재량 일탈, 과잉 처벌 등) 전면 부정당할 여지도 없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결국 오 시장이 여태까지는 개혁 이미지를 주력으로 밀고 왔지만, 이제는 개혁 피로감에 나올 수 있는 각종 반발들을 누를 수 있을 만한 확실한 성과지표들을 제시해야 할 때라는 해석이다. 오 시장이 스스로 재선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만큼, 서울시 업그레이드에 대한 그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기회를 공직사회나 시민들, 그리고 그가 몸담고 있는 한나라당이 허락해 주는가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강 르네상스'나 '하이 서울 페스티벌의 개편' 등 각종 성과 지표들은 재선 가도에 '최소한의 담보'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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