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곽승준 자제해라, 민주당 상임위원장들 금배지 떼라 강공
홍 원내대표는 내달(5월)이면 다음 원내대표에게 자리를 내 주게 된다.
홍 원내대표는 4선 의원이지만 선수에 비해서 화려한 경력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었다. 과거 신한국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서 활동한 외에는 주류에 편입될 기회를 누리지 못했다. 서울시장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려고 했으나 강금실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를 누를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을 찾는 당의 필요에 따라 오세훈 현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뺏겼다.
이후 대선 예비후보로 나서 관심을 끈 후, 이명박 정부 탄생 후 여당의 원내대표로 등장했다. 소장 친이 세력의 비토를 종종 받는 등 힘있는 원내대표가 되기에는 환경이 불리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홍 원내대표는 작년 이명박 정부 첫 1년간 당정청 연계망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때마다 청와대나 정부가 여당을 경시하고 거수기쯤으로 생각하는 기미가 조금이라도 느껴질라치면 원내 업무는 내가 한다며 견제에 나섰다. 반면 각종 대야 공세에서는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대화의 마지막 창구로 기능해 과거 저격수로 불리던 시절의 강성 일변도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친이 소장파들이 그를 공격했지만, 차명진 전 대변인이 오히려 당직을 내놓는 등 판정승을 거둬 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홍 원대대표는 임기말이다. 말년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안민석 민주당 의원 발언)는 시선을 아랑곳않고 외려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1일에는 민주당 상임위원장들에게 "(이를 테면) 태업을 하고 있다. (그러러면) 금배지를 떼라"고 공세를 폈고, 28일에는 곽승준 대통령 자문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집행기관인 교육부와 마찰을 빚는 점을 지적하며 "자중하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곽 위원장이 실세이자 측근이긴 하지만, 홍 원내대표의 지적처럼 "자문기구의 장은 대통령에게 정리된 안을 보고만 하면 끝나는 자리"라는 것.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자기생각을 마음대로 이야기해서 혼선을 빚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박근혜도 견제 대상, '힐러리 짝 날 수도' 메시지로 견제
홍 원내대표의 이런 행동은 작게는 '말년 레임덕'을 방어하기 위한 공세적 행동으로 읽힌다. 임기가 끝나가는 비주류 원내대표인 만큼, 그에게 조금씩 늘어날 견제와 비판론을 방어하지 않으면 자칫 4월 재보선의 실패 책임만 모두 뒤집어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박희태 당대표와 공통으로 겪게 될 딜레마인 셈이다. 친이 인사 중 '주류'는 아니지만, 홍 원내대표로서는 지난 18대 국회의원 선거 초입에 공천 파동으로 다선 의원들이 대거 정리된 마당에 당의 원로된 입장에서 이같은 견제를 참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일단 한 번 대선주자급으로 체급을 올린 바 있어 서울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을 다음 목표로 삼기도 격이 맞지 않는다. 실제로 오세훈 시장이 재선 의사를 공공연히 밝혔고, 유인촌 문화부 장관도 서울시장에 관심을 표하고 나선 데다가, 원희룡 의원 등도 경쟁상대로 나설 전망이다. 이런 마당에 홍 원내대표가 굳이 추대 형식이 아닌 당내 경선형식으로 서울시장 자리에 도전하기엔 체면이 안 선다는 것.
결국 그의 다음 목표는 차기 대선 주자 혹은 그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비중있는 자리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한때 법무부장관 기용설이 나돌았던 것처럼, 경력 관리와 그 이후라야 자리를 제안하는 쪽이나 홍 원내대표로서도 이해관계가 맞을 여지가 크다.
이런 맥락에서일까. 대선주자급으로서는 상대적으로 약세인 그이지만, 발언엔 거침이 없다. 청와대와 그 측근들의 원내대표 권한 침해나 다른 집행기관들과의 마찰을 정면 비판해 온 데다가, 박근혜 전 대표까지도 그는 비판 대상으로 도마에 올린다.
홍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이 어려울 때마다 흔쾌히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을 제기해 왔다. 더욱이 "힐러리가 처음부터 인기있었다고 대통령 됐느냐"는 발언도 최근엔 내놔 박 전 대표측을 사실상 겨냥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이를 테면, 지난 번 대선에서 아예 당내경선이라는 벙커에 걸려 아쉬움을 남긴 점을 짚은 셈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에는 다음 대선 승기를 잡는 데 일조할 킹 메이커급 인사들이 눈에 확실히 띄지 않는다. 이상득 의원은 정치력은 있으나 그간 줄기차게 쏟아진 '이명박 대통령의 형이라 월권한다', '만사형통' 등의 비판 때문에 큰 일을 꾸리기에는 부담감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곽승준 위원장 등 친이 핵심 인사들은 가볍다는 논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옥의 티'가 있다. 원조 MB맨인 이재오 전 의원은 강한 성품 때문에 정치의 본령으로 돌아오기엔 견제 세력들을 다독이는 데 시간을 써야 할 것이라는 평을 듣고 있고, 최시중 방송위원장 등은 '다음'에 관여하기엔 고령이라는 제약이 있다.
정몽준 최고위원 등 다른 '명사들'은 그 자신이 대선주자로 뛸 것으로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어 다음 번 한나라당 출신 대통령 만들기에 핵심조연으로 주력하기엔 애로사항이 없지 않다.
결국 현재 홍 원내대표의 발언이 자유롭고 행동에 제약이 없는 것은 홍 원내대표가 그간 줄곧 자랑해온 뚝심 정치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그의 비중을 그 자신이나 당내외에서 '의식'하고 있는 데 따른 부산물인 면이 없지 않다. 말년이되 말년이 아닌 홍 원내대표의 행보는 따라서 원내대표직을 내놓고 의원회관 707호로 물러앉은 뒤에 오히려 화려해질 가능성이 높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