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복 전 의원과 4성 장군 출신의 정수성 씨가 친이-친박의 극한 대립양상을 보이면서 이미 경주 재보선은 정책대결이라는 의미를 잃은 지 오래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다른 당으로서는 김이 빠진 지역구일 수 있는 상황. 경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재보선 지역이 정책 대결이나 정권 심판론보다는 '텃밭에서 벌어지는 이전투구 집안 싸움' 성격이 강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느슨한 상황이다. 더욱이 충청권에서 국회의원 재보선이 없는 이번 재보선은 자유선진당으로서는 큰 의미가 없는 리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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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선거 이전 부터 정책과 순수성의 초심을 잃지 않은 자유선진당의 보이지 않는 약진이 더욱 돋보이는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어 선거 막판 의외의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낳고 있다.
재보선에서 경주에만 유일하게 국회의원 후보를 낸 자유선진당은 이회창 총재의 최측근인 경주 출신의 이채관 후보 지원을 위해 사실상 당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붇고 있어 경주에서 신선한 바람이 불 전망이다.
이미, 공식 선거 이전 '삼보일배', '묵언수행' 등 기존 선거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파격적인 광폭행보로 이미 경주 민심에 잔잔한 파문을 던지고 있다.
삼보일배로 과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정치인으로는 추미애 의원(민주당, 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있다. 추 의원은 구 민주당이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 등으로 인해 한나라당과 손잡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발의를 했다가 역풍을 맞은 상황에서 삼보일배를 해 눈길을 끌었다.
추 의원은 당초 조순형 당시 당대표와 입장을 일부 달리했다. 탄핵 강행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지 말라는 조 당시 대표와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에 분노한 민심 사이에서 선거대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던 추 의원이 할 일이 별로 없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상황에서 추 의원은 지역구로 내려가 삼보일배를 했고, 당시 17대 국회에서는 낙선했지만 행동하는 정치인으로 이미지를 남겨 향후 구 민주당이 부활하는 데 일조했다. 이 삼보일배가 추 의원 자신의 정치적 부활에 밑거름이 됐음도 불문가지다.
이번 재보선에서 이 후보가 삼보일배를 강행한 것도 정치적으로 자신의 책임이 아닌 부분에 대해 나섰다는 점에서 추 의원의 삼보일배와 유사하다는 풀이를 낳고 있다.
추 의원이 탄핵 열풍 앞에서 구 민주당을 대표해 나섰다면 이 의원은 영남권에서 늘 군소 정당일 수 밖에 없는 자유선진당을 대표해 나선 공통점이 있고, 추 의원이 자신이 감당하거나 책임을 갖지 않는 탄핵 사태에 대한 의견과 수습 문제를 떠맡았다면 이 후보는 친이-친박간 이전투구 논란에 제 3당의 후보로서 정치인들을 대표해 나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당의 몸집에 비해 큰 짐을 떠맡고 나선 이 후보의 행보를 자유선진당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삼보일배 도중 이 후보가 실신하자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이하 당 지도부 전원이 급거 경주로 달려와 격려를 하고 갔다는 점은 '원래 안 될 지역'이라는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방증하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
◆'논평 정당', '제 3당' 평가에서 행동하는 정당으로 이미지 쇄신
실제로 이 후보의 이번 행보로 자유선진당은 그간 정치권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위축돼 왔던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정당으로 이미지를 고치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초기 이 총재가 청와대를 방문했다가 사전 통지를 안 했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할 정도로 군소정당인 자유선진당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이후 촛불 정국 등에서도 자유선진당은 상대적으로 부각 수혜를 많이 누리지 못했다. 창조한국당과 손을 잡는 이변을 일으켜 원내 교섭 단체를 못 만드는 핸디캡을 극복하기도 했지만, '공룡여당'이 주도하는 18대 국회의 특성 속에서 이런 노력의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었고, 일부 국면에서 캐스팅 보트를 종종 행사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박선영 대변인의 촌철살인 논평만으로 이미지를 살리는 데에는 한계가 없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치적 입지는 조금씩 개선됐지만, 논평 정당, 이리저리 입장이 바뀌는 정당이라는 평가가 항상 따라붙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 삼보일배로 자유선진당은 실전에 나서는 정당, 안 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정당이라는 새 지평을 여는 효과를 거뒀다.
◆'문화재 관련 규제'로 지친 경주민심 파악공략, 어느 정도 효과낼까
아울러, 이 후보의 선거 공약을 살펴보면 경주 출신으로서 오랜 시간 고민해 온 부분이 정책공약으로 반영돼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경전철 도입, 신라민속촌 개장 등으로 경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적극 유치, 행정복합타운 건립, 풍산금속 부산공장 안강 이전, 자동차·조선 산업 클러스터 공단 유치, 양성자 가속기 도입 추진 등 전국에서 가장 넓은 단일 지역구에 권역별 경제 플랜을 짜 놓아 공약만 놓고 보면 '빅 2'에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렇게 영남권 재보선에서 정책과 밑바닥 누비기로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자유선진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어느 정도 관심을 경주 시민들로부터 얻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명실상부 전국정당까지는 아니어도 충청당이라는 꼬리표를 확실히 떼고 정치적 지평을 넓힐 교두보를 이번 재보선에서 얻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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