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녹색은행' 하나금융지주가 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4일 하나금융지주는 의미있는 발표 하나를 내놨다. 올해 1/4분기 32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는 발표에 가려져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신용카드사업을 분사하기로 결정한 것.
27일 개장 이래 이번 실적 마이너스 쇼크는 주가를 4.7% 이상(27일 오후 1시 30분 기준) 끌어내리고 있어, 카드 분리는 조용히 묻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결정으로 하나금융지주는 우리금융이나 KB금융과 유사한 카드 부문 운영 시스템에서 신한지주 모델로 전환하게 된다.
금융지주사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은행에 카드업무를 맡기는 경우와 카드사를 따로 만드는 경우의 장단점이 다른데, 하나금융지주는 각종 리스크에도 불구, 경기 회복 후 카드업이 본격적으로 시장을 키울 여지에 주목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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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인 신한지주나 우리금융에 비해 비은행 자회사들이 열세에 있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도전이 즉흥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하나금융지주로서는 과거 외환은행 인수 실패 못지 않게 LG카드 인수 실패가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반드시 극복해내야 할 과제인 만큼, 이번 위기 상황에도 불구, 밀어붙이기로 결단을 내린 셈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전임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이 다소 무리를 했다는 평가에도 불구, 우리카드 쪽의 기틀을 확실히 해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경기회복 후 본격적인 밑천이 될 것이라는 풀이를 낳고 있다.
KB금융 역시 카드 관련 인력을 잘 관리하며 앞날을 도모하고 있다. 신한지주는 아예 카드를 독립법인으로 꾸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하나금융으로서는 '건곤일척'의 결단이 필요했던 셈이다. 다만 카드사는 비용조달 등에서 은행보다 높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부담감이 없을 수 없어 보인다.
◆하나금융 '매번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전'
하나금융지주는 4대 금융지주 중 몸집을 키운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다. 지난 1971년 자본금 6억 5000만원으로 설립된 한국투자금융이 현재 국내은행권 4대 지주의 하나인 하나금융지주의 모체. 1980년대에 모체가 설립된 신한지주(신한은행)보다는 좀 긴 역사지만, 은행으로 시작한 이곳과는 사정이 다르다. 예상 외의 성장을 일궈낸 셈.
하나금융지주는 이 과정에서 줄곧 몸집 크기를 넘는 큰 베팅기회에 도전, 일을 성사시켜 왔다. 그 과정에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교중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 김종열 전 하나은행장 등 '하나지주의 산 역사'인 3명의 주요 인사들의 역량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65년 한일은행 근무를 시작으로 금융계에 뛰어들어 금융인으로 40년 외길 인생을 살아왔고, 윤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김승유 회장과 함께 일개 투자금융사를 자산 100조원대의 종합금융그룹으로 키운 주인공이다. 김 전 행장은 서울대 중어중문과를 졸업하고 78년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들어와 30년 동안 주로 '야전'을 책임졌다.
이런 인적 자원을 밑천삼아 하나금융지주는 IMF 위기 국면에서 구 서울은행을 인수합병해 몸집을 키우는 계기로 삼았고, 지주사 전환을 단행, 지주체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으며, 메릴린치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국내외에 대단한 돌풍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미국 진출을 결심하는 등 승승장구의 연속이었다.
이 과정에서 하나금융지주에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구 서울은행을 인수한 이후, 당국이 당초 분위기가 달리 말을 바꾸어 법인세를 중과세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지난한 법정투쟁을 겪었다. 메릴린치 투자는 큰 손실을 남겼다(하나은행은 작년 초 테마섹이 보유하고 있던 메릴린치 지분중 일부를 5000만달러를 들여 매입했다가 손실을 봤고, 이후 이것이 이번 적자에도 큰 문제요인이 됐다). 키코 문제는 환율의 급변동으로 이후 큰 논란으로 번졌고, 가입 업체 뿐만 아니라 하나금융지주에도 상처를 냈다.
◆주요 인사 교체, 젊은 피 수혈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주요 인사들이 교체되어도 큰 무리가 없이 새 도약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적자 전환으로 부정적 부각효과를 당장은 보고 있지만, 새 도전 여력 자체를 잃은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우선 주력인 은행 부문은 김종열 전 행장 못지 않다는 평을 듣는 김정태 행장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새로운 인선(금년 초)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하나은행이 중국시장에 힘을 쏟고 있는 효과도 단기간에 가시적으로 나오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2007년 12월 중국시장에 뛰어든 일천한 역사에도, 총예수금이 8억 달러를 넘기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러한 예수금 규모는 중국에 진출한 국내은행 중 가장 많은 규모로 알려졌다. '동북 3성'에 주공을 집중시킨 게 먹혀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카드는 후발로 본격적인 싸움에 나서는 만큼, 선택과 집중에 더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하나금융지주 홍보부문에서는 극히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미 하나카드는 정식 사업법인 분리 발표 전인 이달 15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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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나카드가 집필자로 나선 Life in H. 전국 대형서점에서 판매 중이다.> |
당장 돈은 안 되지만, '그린 발바닥' 선포 등 '녹색=그린 경영=환경 친화' 이미지를 끊임없이 닦아 온 점도 향후 이미지 경쟁에서 음으로 양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내외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잠시 실패했을 망정, 키코나 메릴린치에 과감하게 초점을 뒀던 베팅 감각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와 손잡은 하나드림타운 추진, 카드 부문의 약진, 해외 사업 본격화 등이 모두 현실화되면, 수익 모델 본격화가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빠르면 이번 2분기부터 흑자 전환도 가능하다는 예상(하나금융지주 자체판단)도 있다.
이번 1분기 적자가 도약을 위해 잠시 움츠린 것일지 2분기 실적 발표 시기가 이미 시선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청개구리 하나금융지주의 도약 폭과 방향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전남주 기자 cnj@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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