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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노 前 대통령 '서면조사' 급선회 배경은?

정치개입 부담감·중간점검 필요…5월까지 소강상태 가능성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4.22 16:40:57
[프라임경제] 당장 이번 주 후반부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할 것처럼 급피치를 올리던 검찰이 속도조절에 나섰다.

대검철청 중앙수사부 등은 22일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에 앞서 노 전 대통령에게 서면질의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주말경 서면답변이 도착하는 대로 검토를 거쳐 노 전 대통령 소환 일정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4월 재보선 의식 않는다지만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소환일정을 결정하면서 29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상 이번 서면조사 선회는 사실상 29일 재보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검찰 내외 사정이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공안수사 파트에서 주도한 '미네르바' 사건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필화 사건'과 '여론 탄압'으로 다시 주목을 받은 점이 검찰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까지 이어져 온 공기업 수사들이 대부분 흐지부지된 상황이라 가장 유력한 카드이자 사실상 유일한 큰 작품인 노무현-박연차 커넥션을 정밀하게 조사하지 않으면 대검 중수부 위상 뿐만 아니라 검찰 전반의 공신력과 정치적 중립성에 의구심이 증폭될 사정인 것. 

이런 터에 선거를 끼고 대형 사건을 터트렸다가는 선거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검찰이 계산에 넣고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풀이다.

더욱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문제와, 동정표 양산 문제가 남는다.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은 당시 서울지검(서울중앙지검으로 개칭되기 전)의 수사망을 피해 고향으로 내려갔다가 현지에서 연행된 바 있다. 하지만 고향에서 머물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해서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평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적장을 이렇게 욕보여서는 안 된다"고 일갈(21일)한 것처럼 반발심리를 부추기는 것은 물론, 동정표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김태정 전 총장 'DJ 비자금 수사유보' 전례 벤치마킹

더욱이 검찰의 현재 수사 방식이 노 전 대통령에게 끌려가는 면이 없지 않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차관을 지낸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검찰이 발표를 줄지어 하고, 노 전 대통령은 고향에서 자판을 두드려 대답을 하는 기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면서 검찰이 끌려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박 대표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 한 번 하고 나중에 (체포를 하든지 기소를 하든지 한 다음에) 최종 발표를 하는 것이 보통 수사의 정석이라는 훈수도 잊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이 개입된 '정치적인 이슈'라는 논리에 검찰 스스로도 알게 모르게 젖어들고 있다는 데 대한 불만을 드러낸 발언으로 주목된다. 이는 대검 중수부가 수사 인력과 강도면에서 초점을 집중하고 있음에도 사실상 노 전 대통령측의 거짓진술에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는 초반 판세를 보면 일응 유효해 보인다. 나중에 정상문 전 비서관의 계좌에서 수상한 돈을 발견, 판세를 뒤집기는 했지만 노 전 대통령측의 논리에 말려들고 있는 데 따른 피로현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야당에게 불만을 사는 것은 물론, 여당으로부터도 질타를 받는 데다가, 수사는 녹록하지 않고 실패시 역풍은 클 수 밖에 없는 사면 초가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7년 대선 직전에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DJ 비자금 수사 유보 결정'을 한 것처럼, 검찰도 '예우'라는 미명 하에 숨고르기를 하는 게 여러 모로 유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수사의 본격적 재시동은 답변이 도착한 뒤 재보선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대신, 5월 초로 초점 재설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풀이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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