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겉은 '개성공단 백지화' 속내는 '대북정책 무력화'

北,로켓실험 계기로 MB정부 '비핵개방 3000' 공략에 초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4.22 02:22:33

[프라임경제] '혹시나'가 '역시나'로 확인됐다.

21일 남북 회동 초입부터 회담장소 문제, 회담 참석 인원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힘겨루기를 시도한 북한은 결국 일방적으로 주장만 쏟아내고 회담 22분만에 자리를 떠  우리측을 당혹케 했다. 혹시나 억류된 남측 인사(현대아산 직원)의 석방 가능성 등을 점쳤던 희망적 관측 대신, 북측의 압력만 가중된 상황이다. 

◆표면적 요구만 놓고 보면 개성공단 폐쇄?

북측이 이번에 회담을 통해 내놓은 요구를 보면 우선 북측은 개성공단의 사실상 폐쇄, 더 나아가서는 남북 관계의 (상당 시간) 단절을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개성공업지구의 '토지임대차계약'을 다시 하자"고 주장했다. 이는 10년간의 유예기간을 둬 2014년부터 지불하게 돼 있는 토지사용료를 6년으로 앞당겨 지불하라는 요구다. 더욱이 "공업지구 북측 노동자들의 노임도 현실에 맞게 다시 조정하라"고 주장했다. 이는 개성공단에 입주한 100여개 기업에게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는 주장이다.

특히 최근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입주기업들에게서 개성공단 최대 메리트였던 임금 경쟁력을 뺏는 것은 어느 요인보다 강력한 압박이다. 사실상 '남북 관계의 DJ 시대 이전으로의 원점회귀'라는 점은 물론, '개성공단의 사실상 폐쇄 요구'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를 적잖이 당혹케 하는 대목이다.

◆대외 유치 포기보다는 남측 압박 위한 카드 분석 

이를 놓고 우선 남측에 대한 강력한 압박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개성공단에 대한 압박 카드가 북측의 강력한 입장 표명이기는 하지만, 북측의 확고부동한 대외 입장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없지 않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벌어들이는 연간 수입은 약 450억 원. 이 자체가 적지 않은 액수인 데다가, 이번 조치를 공식 입장으로 오래 밀고 나가기엔 향후 외국 투자를 끌어들이기 어려워진다는 점이 과제로 남는다. 북측으로서는 개성 공단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 자체는 포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 국면에서 외자 유치 전부를 포기하는 결론을 쉽게 내리기는 어렵다는 풀이가 많다.

일단은 북이 남북 경협을 접을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보여주는 수순으로 이번 조치를 단행했지만, 이러한 조치를 공식 입장으로 전면 시행하기엔 무리가 없지 않고, 결국 이번 수순은 '대남 압박 카드'라는 것. 현재 북한은 이달 초 로켓 발사로 대미 및 대일 압박 능력을 한껏 과시한 상태다. 북측이 갖고 있는 능력이 미사일이 됐든 로켓이든 혹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든 간에, 우선 미국과 일본에 상당 부분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은 지난 번 실험보다 강해진 터이다.

미국은 일단 북측을 두 번이나 실험에 실패한 나라로 규정, 사실상 미사일 수출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봤지만, 우선 북측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일본과 미국의 발언권을 차단하는 데 적절한 압박 수단을 갖춘 점은 분명한 상황이다. 한반도 문제에 함부로 의견 개진을 하는 경우 (6자 회담 당사국을 포함) 누구든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시킨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명박 정부가 내세워 온 비핵 개방 3000 구상이나, 최근 우리측 통일부가 내놓은 'PSI와 개성공단(혹은 현대아산 직원 억류 문제)은 별개'라는 주장은 북측으로서는 언제든 허물 수 있는 모래성이나 마찬가지가 된 셈. 그리고 이번 협상은 이 점을 명확하게 우리측에 인식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남북간 의지력 대결 국면 돌입

결국 북측으로서는 오래 끌 수 없는 점이 명확한 대신, 미국이나 일본 등 유력 변수를 모두 떨쳐낸 상태에서 남측을 압박한다는 강점이 있다. 반면, 우리측으로서는 북측의 압박 요인을 대체로 모두 들여다 보면서도 이번 정권 들어 펴온 정책을 모두 뒤집지 않으면 대화 재개가 어렵다는 난제가 있다.

북측이 '통미봉남(북측이 우리를 배제하고 미국을 대화 상대로 직접 접촉하는 방식)'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우리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외교통상부가 PSI 참여 등을 주장하면서 득세해 온 정권 초 현상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 중심의 대화 창구 가동으로 채널 변경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어느 모로 보나, 대북 강경 노선의 변경은 불가피한 셈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어떤 입장 변경을 빠르게 도모할지가 관건인 셈이다.

현재 경제 위기 속에서 정부의 대북 대응능력은 적잖이 집중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체제는 이런 틈새를 로켓 발사와 연이은 대남 압박으로 파고든 것인데, '세대 교체 추진'이라는 최대의 난제를 세계 경제 침체와 대치한 이들의 도박이 성공을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이명박 정부의 대응 능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 국면이어서, 이번 대남 공세에 대한 대응에 눈길이 더 쏠리고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