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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도입·외국인투자 여전히 '노란 불'

소수국가에 외자의존 동반위기 우려,기업유치 기반미흡 여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4.20 10:29:49

[프라임경제] 외국 자본 유치 상황에 좀처럼 청신호가 켜지지 않고 있다. 작년 '9월 위기설'에 이어 금년 들어 불거진 '3월 위기설'도 무사히 넘기면서 외환 위기는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은행들이나 기업들의 외자 유치가 활기를 띠면서 위기 의식은 희미해지고 있다.

하지만 내수 경제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기에는 아직 시일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경제를 주도해온 수출 역시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터에 외국 자본 유치와 직접 투자 유인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은 경기 회복 동력원 관리 차원에서 심각한 애로 사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자본' 유치, 미·영·일본 등에 편중

외채 발행 등으로 급한 불은 끄고 있지만, 언제든 구미 선진국의 자국 상황에 따라 동반 추락을 할 수 있다는 게 우리 나라 외자 유치의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9일 '영국 경제의 불안 요인과 향후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영국 등 일부 국가에 자본 유치를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영국은 일전에도 투자전문가 조지 소로스가 "다시 IMF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경제가 취약성을 갖고 있는 상황. 문제는 우리 금융기관과 정부ㆍ기업이 영국은행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총 913억달러로 해외차입금 전체의 25%를 차지한다(작년 9월 기준). 미국(720억달러), 프랑스(356억달러), 일본(324억달러) 등을 합치면 대부분의 외자 유치를 몇 개 선진국에만 편중하고 있는 셈.

이에 따라 영국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금융기관 부실이 확대될 경우 대외 투자금을 빼는 경우, 우리 나라는 큰 타격을 볼 수 있다는 게 삼성경제연구소의 시나리오다. 문제는 일본, 미국 등의 자본이 같은 이유로 급격히 빠져나가는 경우 타격이 마찬가지로 분산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런 문제는 이미 9월 위기설이나 3월 위기설의 기본 뼈대를 제공하는 이론적 단초가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동권의 자본이나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들이 운영하는 국부 펀드를 끌어들여 외자 유치선을 다각화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직접 투자' 상황 암울, 중국 등 경쟁국과 함께 고전

외자 유치 뿐만 아니라 외국인 직접 투자 역시 경제 침체로 저조하기는 마찬가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외국인 투자는 바싹 얼어붙은 상태다. 지난 1분기 외국인 직접투자는 38.2%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5년 사이 최대의 추락 속도라는 것.

가까운 중국 등도 같은 현상을 겪고 있어 당분간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중국에 새로 만들어진 외자법인은 4554곳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5%나 줄어든 규모다. 외국인의 직접투자(FDI)액은 217억8000만달러로, 20.6% 줄었다. 철수한 기업을 포함하면 실제 외국자본의 직접투자액은 더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 외국인 직접투자가 감소하는 현상은 이미 작년 10월에 시작돼 6개월째다. 6개월 내리 감소한 것은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전해진다.

◆규제많고 인프라·사회인식 안돼 있는 나라 이미지 여전

문제는 중국은 이같은 엑서더스 상황에서 조금씩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외국인 직접 투자 증감분은 작년 동기 대비, 1월에 -32.7%에서 3월 -9.5%로 조금씩 변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좀처럼 늪을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우려를 좀처럼 떨치지 못하고 있는 데 있다.

이는 외국인 자본 유입과 기업 투자에 긍정적이지 않은 인프라와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외자 유치 다변화를 위한 당국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과거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처럼 유치할 때와 유치 이후가 다르다는 인식을 줘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결국 외환은행 매각 건은 헐값 매각 논란으로 법정 공방으로 갔지만, 흐지부지 끝났고 외국 투자자들에게 경각심만 주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후문이다.

금융중심지 사업 등이 금융위원회 등에 의해 추진 중이지만, 아직도 금융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은 불식되지 않고 있다.

헤리티지 재단이 최근 주요 금융선진국에 비해 한국 금융자유도가 나쁜 수준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린 것이 불과 4월초. 대한상공회의소가 9일 밝힌 바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영국·홍콩을 90점으로 할 때, 프랑스 70, 한국 60 수준이라는 것. 특히 칠레보다 자유도가 나쁘다는 순위 조사로 인해 충격을 주고 있다.

17일 당국이 홍콩 투자자와의 협상을 통해 '외국인 직접 채권형 펀드' 출시를 준비 중에 있다는 소식이 나왔지만, 보다 전향적인 투자 촉진책이 필요하다는 것. 

이는 '직접 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 쌍용차 인수와 기술 유출 문제로 비난을 많이 받아온 상하이차 역시 국내 언론의 비판 기사들에 대해 "중국 기업이 투자했다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경제자유구역 역시 투자 매력을 높이는 제도 뒷받침이 따르지 않아 큰 메리트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현재 인천 등 6개소가 지정돼 있다. 하지만 관련 인프라나 제도 마련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특별한 무언가를 외국 기업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일례로 관내 국제병원 설립 등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투자 유치에 애로가 많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의료기관의 설립을 위해 지난 해 6월부터 관계부처의 협의를 거쳐 입법이 추진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서 잠을 자는 상황. 

또 외국인 자본 유치를 사업 유치의 우회수단이나 실적거리로만 인식하는 국내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의 파트너십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이 지난해 10월, 포스코건설(주)이 케이먼 군도에 주소를 둔 팬지아 투자회사와 손을 잡고 인천 청라국제업무타운 개발권을 따낸 것은 '외자 유치'라는 '명목을 위한 결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외국인자본인 팬지아와 포스코는  현재 청라지구 국제업무타운 조성사업을 위해 지난해 11월 청라국제업무타운(주)이라는 SPC를 함께 설립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포스코건설(주)컨소시엄이 외자 관련 공모지침을 충족하기 위해 사실상 명의 제공자에 불과한 팬지아를 내세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특히 토지공사 역시 이에 따른 개연성을 묵인하고 이를 외자유치 실적으로 계산하고 있는 것은 결국 외자유치 실적을 허위로 '과대포장'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서강대 박정수 교수는 16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서강의 제안' 포럼에서 "투기자본에 대해서는 시장 교란과 첨단기술 유출 위험이 있으므로 어느 정도의 규제와 통제가 필요하다"면서도 "내수 부양 효과와  외국인 직접투자를 잡아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규제에 매여 외자 도입이나 직접 투자 유치 기회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높은 가운데,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정책 콘셉트가 외국인 자본이나 기업에게도 제공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정권에서 세계적 완구업체인 레고가 경기도 이천에 '레고랜드' 설립을 검토하면서 오랜 시간 줄다리기만 하다가 결국 포기한 것과 같은 실패 사례들을 양산하기에는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는 우려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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