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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수 금융위원장의 '기업은행 길들이기'

윤용로 행장 어려운 처지 당근과 채찍 적절히 활용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4.15 08:43:45

[프라임경제]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기업은행 부리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진동수 금융위원장>  
진 위원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을 거쳐 수출입은행장을 지내다가 금융위원장으로 발탁된 인물.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그에게는 행시 후배로(진 위원장 17회, 윤 행장 21회),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 아직 민영화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 위원장과 특수한 관계(일각에서는 갑-을 관계로도 두 기관을 분석하기도 한다)에 있다.

특히 진 위원장은 시중은행장들과의 워크숍을 통해 은행자본확충펀드 사용을 주저하는 시중은행장들에게서 적극적 사용 결단을 이끌어 내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한 인물이라 깐깐한 감독기관장으로 인식돼 있다.

◆채찍: '기업은행 민영화 생각해 볼 문제'

이런 상황에서 진 위원장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기업은행측으로서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더욱이 작게는 윤 행장이 진 위원장과 한때 행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다는 과거의 문제도 있다.

특히 기업은행은 최근 기업은행 노조가 임금 협상 과정에서 금융권 임금 낮추기라는 정부 구상에 엇박자를 놓은 바 있어 더욱 좌불안석일 수 밖에 없다.이런 터에 진 위원장은 13일 모 회의석상에서 "기업은행 민영화는 생각해 볼 문제"라는 취지로 발언, 민영화 속도에 조절을 할 뜻을 내비쳤다.

진 위원장의 이같은 구상은 실제로 산업은행 민영화 등 여러 구상을 제어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기된 것이지만, 기업은행을 사실상 더 옥죄기 위한 특화된 카드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현재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국면에서 구원투수로 빈번히 차출이 검토되고 있다. GM대우, 쌍용차 지원 등 큰 시장에서 산업은행은 번번이 지원요청 상대로 부각되고 있다. 더욱이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자금난이 극심했던 작년에 1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신규 대출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의 중기 대출은 78조5000억원까지 증가해 시장점유율이 17.78%까지 올라갔다. 윤 행장을 잘 콘트롤해 중소기업 유동성 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 축을 맡겨야 한다는 판단을 진 위원장 등 현재 경제팀을 구성하는 모피아층에서 전혀 검토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적다.

이런 상황에 대해 윤 행장은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기업 유동성 지원을 더 적극적하겠다는 의사를 최근 여러 언론을 통해 공표했다. 일각에서는 기업은행이 대출 비율이 높아 자칫 부실화 우려

   
  <사진=윤용로 기업은행장>  
까지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하지만, 현재 딱히 당국에 어필할 만한 다른 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가장 유력한 방안을 윤 행장이 단행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근: BIS 잣대에 일부 변화 암시

하지만 이렇게 진 위원장이 채찍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진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은행 BIS 비율을 10%로 적용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작년에는 12%를 맞추도록 지도한 바 있었고,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 등은 은행자본확충펀드를 사용하는 등 달갑지 않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진 위원장이 일전에 시중은행장 워크숍을 통해 자본확충펀드 적극화를 권유하는 등 일화를 만든 것도 이 국면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런 터에 새삼 기준 변경이 나온 것은 기업은행을 특히 고려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이미 윤 행장은 "연말까지는 BIS 비율 11% 달성이 가능하다(14일)"고 말한 바 있다. 12%는 아무래도 어렵다는 것인데, 이런 터에 진 위원장이 새삼 10% 문제를 언급하면서 엄호한 것은 BIS 등을 의식하지 말고, 기업은행에 지금 하는대로만 중소기업 대출을 유지하라는 의중으로 읽힌다.

이렇게 움직일 공간이 넓지 않은 윤 행장과 이런 상황을 모두 꿰뚫어 보고 있지만 대신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을 당분간 잘 다독여가면서 일을 도모해야 하는 진 위원장의 두뇌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우선 금년 상황에서는 진 위원장이 우세한 국면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번 고 강권석 기업은행장 급서(急逝) 이후 벌어진 자리 경쟁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에서 누가 웃게 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윤 행장은 진 위원장의 노련한 기업은행 콘트롤 상황에서 민영화 매듭과 뚜렷한 업적 남기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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