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 키코 고비를 무사히 넘길 것으로 보이면서, 그와 하나금융그룹의 행보에 부쩍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2분기에 침체 중인 경기가 바닥을 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공격적 경영으로 유명한 김 회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다른 지주은행들과 나란히 1분기 흑자…키코악몽 떨쳤나
하나은행이 당초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우려한 것과 달리 1분기 흑자 기록을 낼 것으로 분석됐다. FN가이드는 13일 주요 은행지주사들은 모두 흑자행진을 할 것이라는 자료를 내놨다(힌한지주 2617억원, KB금융 2300억원, 우리금융 1245억원, 하나금융 815억원).
![]() |
||
이는 1분기 대손충당금은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가, 연체율 상승세로 일단 주춤할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1분기까지 하나은행-지주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봤던 키코 문제 등도 지난 해 4분기에 이미 '일회성'으로 반영됐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렇게 과거의 문제를 딛고 이제 새롭게 도약할 일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이미 연초(1월 5일) 간부들의 면면을 개편하고 사령탑 인원을 일부 줄이는 등 몸매 가꾸기를 한 바 있다.
하나금융은 인사조치와 함께 조직개편도 함께 단행해 과거 5그룹, 23개 본부, 60개 팀을 4그룹, 19개 본부 ,55개 팀으로 각각 축소한 바 있다. 전국 영업본부도 22개에서 18개로 줄여 단순화했다.
이에 맞춰 하나지주 부사장 3명, 하나은행 부행장 1명, 부행장보 1명, 본부장 3명을 줄이는 등 감축인사를 실시했다. 오랜 시간 '김승유-윤교중 환성호흡'을 자랑했던 윤교중 부회장은 물론, 김태오ㆍ서정호 부사장이 물러나 면모를 일신했다.
향후 하나금융이 경기회복 국면에서 발빠른 전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는 대목이다.
◆외환은행 매입 재추진할 듯, 공익사업 열올려 이미지 쇄신도
이에 따라 앞으로 김 회장이 눈길을 줄 것으로 전망되는 곳은 M&A 부문. 최근 법적인 문제를 모두 털어버린 외환은행이 다시 매물로 나오는 경우 하나금융으로서는 이를 전혀 도외시할 수 없다.
원래 서울은행 인수 등 M&A로 성장해 온 하나금융으로서는 외환은행 인수전 실패, LG카드 고배 등으로 욱일승천하던 기세에 어느 정도 제어를 받은 게 사실.
KB국민은행이 카드 사업의 선전에 이어 지주사 전환까지 순조롭게 처리하고, 신한지주가 LG카드를 효자상품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기만 했던 하나금융으로서는 외환은행 문제에서 역시 M&A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는 황영기 KB금융 회장과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는 탄탄한 자금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음으로 양으로 사회적 기업으로서 이미지 개선을 꾀하는 것도 필요하다. 작년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추진하기 위해 300억원을 출연하고(희망제작소와 업무협력), 하나금융공익재단과 고려대학교 간호대학 산학 협력을 통해 '하나케어센터'를 세운 것도 금융업체에서 근래 논의되는 '착한 기업(사회적 기여를 많이 하는 기업체)'으로 이미지를 굳히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읽힌다.
신개념의 '유닛케어(Unit Care)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전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케어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국내 금융기관이 의료보건활동을 한 첫 사례로 알려져 있다. 저돌적인 김 회장이기에 가능했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 |
||
◆장기집권 체제 지적 문제, 오락가락 행보 비판도
이렇게 하나금융이 세계경제침체 국면을 일단 한 고비 넘겨 2009년 이후를 기약하고 있는 데다가, 각종 활발한 사회 기여를 하고 있는 점은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이 한국투자금융 시절부터 두 차례 행장을 역임하면서 지금까지 한결같이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에 30여년 만에 조흥은행 본사 한켠에 자리잡고 있던 금융회사에서 4대 금융지주로 떠오를 수 있었다는 장기적 안정 근무가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안정적 리더십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아니러니컬하게도, 이번 1분기 실적 종합에서 하나금융에 대한 키코 손실이 큰 타격으로 작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난 번 인사에 대한 재해석이 이뤄지고 있는 것.
작년 말 하나은행 노조에선 2008년 대규모 파생상품 손실 등 실적 부진을 이유로 윤교중 부회장, 서정호 부사장 퇴진을 요구해 왔다. 김 회장 역시 회의 때마다 리스크 관리 실패를 자인하며 결국 리스크 문제로 인해 윤 부회장을 읍참마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과 윤 부회장은 한국투자금융 시절부터 30년 이상 동고동락해 온 사이라는 점에서 하나금융은 이번 인사를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결국 키코 손실이 일시적이었다고 해석된다면, 이같은 인사를 한 것이 '자기 자리보전을 위해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넘긴 사례'라는 풀이에다가, '노조 비판에 밀려 근시안적으로 대응한 사례'로까지 해석될 여지가 새롭게 떠오른 셈이다.
더욱이 김 회장 본인이 의욕을 갖고 임한 자사고 문제가 직원 자녀들을 위한 특혜 논란으로 불거지면서, 육영 사업의 첫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 자금 출연 역시 서울은행 인수 문제에 대한 법인세 추징 논란이 붙자, 장기간 표류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사회적으로 '공약'을 해놓고 기업이 세금 추징 문제가 생기자 '없던 일'로 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인지상정으로서는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거대 금융기업으로서는 걸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제 하나금융은 고양시와 손잡고 하나드림타운을 조성하는 등 새로운 금융중심지 구축에 나서고 있다. 김 회장의 리더십이 이 사업까지 성사시킬지, 혹은 '수성(守城) 문제'는 다음 주자에게 넘길지 문제도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