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은행들이 부동산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은행들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열을 올렸다가 미국발 금융위기·실물경기침체로 일부 건설사 부실화로 함께 곤욕을 치른 바 있지만, 부동산 투자와 건설 부문 재무적 투자 등에 여전히 관심을 끊지 못하고 있는 것.
이는 금융전문가집단인 은행들 역시 우리 나라에서 불패 신화를 자랑하는 부동산 투자론에 어느 정도 경도돼 있는 것으로 읽혀 눈길을 끌고 있다.
◆PF, 미워도 다시 한 번 '눈길'
최근 SK건설과 삼성물산이 청라와 광교 분양사업에 대한 PF대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은행권의 PF 관심도가 봄바람을 타는 상황이 눈길을 끈다.
삼성물산이 체결한 PF에는 하나대투IB를 중심으로 하여, 하나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 새마을금고, KT캐피탈 등 6개 금융기관이 참여한 것으로 9일 업계는 전했다. 삼성물산 광교 래미안은 삼호 시행, 삼성건설 시공으로, 오는 10월경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SK건설이 KB국민은행과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 공동주택사업에 대해 1700억원 PF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 금융 컨소시엄에는 KB국민은행을 주간사로 총6개 금융기관이 참여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아직 조심스럽지만, 건설사에 대한 돈줄 죄기 현상이 완화 국면으로 들어선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미국 경제침체가 해결 기미를 보인다는 각종 지표들이 전해지고 있고, 최근 한국은행이 경기 저점은 2분기 혹은 3분기라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10일자 한은 보고서).
◆재무적 투자자로 컨소시엄 참여, 컨소시엄 주도하거나 직접 대사업 기획하기도
한편,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참여해 수익을 노리는 것은 이미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인천 송도에 금융 클러스터를 유치하겠다는 구상으로 추진된 안 중 하나인 동북아타워. 이 타워의 총 사업비는 5000여억원으로 이 가운데 1500억원은 모건스탠리가 투자하고 나머지는 우리은행 등 국내 은행들이 대출을 해 주기로 이미 몇 해전 이야기가 돼 세간의 화제가 됐다.
역시 같은 인천이 무대인 청라국제업무타운 설립 추진건은 포스코와 외국계투자자인 팬지아캐피털매니지먼트가 주도했지만, 하나은행 등 12개 금융기관이 재무 투자를 하고 나서 '달콤한 과실'을 위한 투자라는 평가를 얻었다.
이러한 인천 송도 및 청라안은 이후 시들해지거나 일부 은행이 이탈하는 등 작년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경제침체 영향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경제침체 상황 속에서도 '컨소시엄 참여'라는 방식을 여전히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수익을 찾아 정진하는 은행들도 있다.
하나은행이 대표적인 케이스. 하나은행은 발광 다이오드를 건물 전면에 부착하기로 해 관심을 모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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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라이트 빌딩 조감도> |
더욱이 부동산 개발 사업에 직접 컨소시엄을 '주도'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우리은행은 연초에 홍대앞 지하주차장 개발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BTO(행정학상 기부채납과 유사 개념으로 볼 수 있음. 관에서 발주하는 공사에 입찰에 참여한 자, 혹은 수의계약을 원하는 자가 공사권한을 따내는 대신, 자기 비용으로 건설해서 일정 기간을 쓰고 그 후에는 관에 기부하는 것이다)이라는 은행권으로서는 비전문적인 영역에 과감히 베팅을 했던 셈이다.
2010년까지 각종 생활편의시설과 지하 주차장 건설을 통해 홍대 앞을 쾌적하게 꾸밈과 동시에, 지하에는 3층 복합공간을 마련하는 안으로 규모가 상당했던 건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포스코 계열에서 주도한 다른 컨소시엄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일이 끝났다.
아예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도시의 미래를 계획하는 경우도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경기도 고양시와 손잡고 자족 도시 기능을 위해 '하나드림타운'을 구상한 것이 그 예다. 일각에서는 금융중심지를 부산과 서울로 몰아주기로 한 상황에서 하나금융지주가 금융위원회 등 당국 지도와 엇박자를 내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하지만 상당히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묻지 마 투자' 우려, 동북아타워 투자한 돈 찾을 수 있으려나?
이렇게 부동산 혹은 건설 등에 대한 은행권의 관심이 높아지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전문성을 강화하고 블루오션을 찾아 나서는 것이라고 호평하기도 한다. 더욱이 최근 얼어붙었던 PF 시장을 다시 녹이려는 노력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우선 최근 KB국민은행 등의 행보를 놓고 PF 시장 해빙을 논하지만, 최근 성사된 대형 PF 계약 몇 케이스만으로 부동산금융시장의 추세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이 대두된다. 당분간은 은행들도 상징성이 있다거나 예상수익성이 좋은 곳 위주로만 PF 대출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즉, 은행들이 공공적 측면에서 그간 스스로 강조해온 '건설사 등에 대한 유동성 지원' 차원이 아닌 '투자 차원'이라는 접근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냉소가 시장에서는 흐르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컨소시엄에 소규모로 투자하는 경우는 '단순한 돈보따리 역할'만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어느 대규모 사업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모 금융기관 홍보실에 문의한 결과, "지분 내역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궁색한 답이 돌아왔다. 홍보와 실무 부서간 커뮤니케이션 문제나 기밀 문제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투자 내역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속사정으로 읽힌다. 전문성이 아직 요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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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천 동북아타워 조감도> |
상대적으로 지분이 큰 외국계 투자자에 휘둘리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인천 동북아타워는 현재 일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아져 우려를 낳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3년간 150억원을 투자하고 사업에서 손을 뗐으며 국내 은행들은 그나마 대출해 준 600억원도 반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60% 정도 진척된 상황에서 일이 꼬인 것이라, 우리은행 등이 돈을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직접 사업을 꾸리고 나서는 경우는 더 그렇다. 앞서 언급한 홍대 앞 지하주차장 건은 우리은행이 포스코 계열과 맞붙는 것이 애초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있다. 포스코는 포스코-팬지아 등을 구성해 청라국제업무타운 등을 따내기도 하는 등 최근 컨소시엄 업계에서 굳건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재무적 투자자로 몇 번 경험을 쌓았다고 바로 대형 사업을 '집도'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의 하나드림타운 건은 독자적 구상이라는 점에서는 높은 평가를 얻고 있으나, 오히려 지자체와 협력해 금융지주 자체의 기능을 고양시로 옮기는 정도로까지 구상하는 것은 금융중심지로 서울과 부산을 생각하고 있는 정부측 구도에 거스르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는 게 '옥의 티'다.
더욱이 초고층건물에 대한 은행들의 관심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지역 공실률(금년)이 작년 수준의 배로 올랐다는 문제와 함께, 앞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된다면 빌딩 분양이 더 어려워만 질텐데 서로 열을 올리는 '치킨 게임'을 한다는 우려도 높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고층건물이나 부동산 사업 등에 과하게 열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국내 금융권 내막을 보면 정부측 공적 자금으로 살아남거나 많은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므로, 과도하게 위험한 투자로 주주와 예금자 이익에 반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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