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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계-정세균계 다툼속 천정배 어부지리?

당권 경쟁서 밀렸던 비주류, 캐스팅보트 행사 국면 돌입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4.10 07:12:45

 [프라임경제] 민주당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무소속 출마 충격으로 내부 혼선을 빚고 있는 가운데, 천정배 의원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정동영계 반발 등으로 당권파 약화 조짐

정세균 대표 체제는 여러 난관 끝에 탄생한 산물. 이미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부터 천 의원 등이 지지를 한 추미애 당대표 후보를 따돌리고 등극하기는 했지만, 당권파-구 민주계-개혁세력 등 3개 세력이 존재하는 상황에 공룡 여당인 한나라당과 충돌을 매번 빚으면서 힘에 부치는 게 아니냐는 평가를 여러 번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중도 개혁 노선을 표방하던 정 전 장관의 여의도 복귀에 시도는 정 대표와 색깔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 대선주자급의 복귀로 인해 당권파의 세가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 등을 낳은 바 있다.

하지만 공천 배제 문제는 결국 정동영계 의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이미 대선 패배 여파로 지난 18대 총선 전초전인 공천 과정에서 대학살을 당한 바 있지만, DY계는 박영선 의원 등 일부 노련한 일등사수들이 남아 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DY계 의원들은 정 대표 체제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미 반발 성명은 물론, 분당 압박론까지 등장하는 등 강한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DY계로 분류되지 않은 인사들이지만, 거물급 인사인 천정배 의원과 김근태 전 의원이 정 전 장관 무소속 출마를 바라보는 평가가 엇갈리는 점도 정 대표 체제로서는 혼선 이상의 부담을 주고 있다. 구 민주계의 행보까지 안테나를 세워야 하는 상황이어서 정 대표 체제를 추종하는 당권파로서는 에너지 분산인 셈.

이런 터라 이종걸 의원이 9일 던진 '조기 전당대회론과 천정배 의원 추대론'은 여러 번 작은 충격을 받은 상황에 충격파 하나를 더 얹는 정도가 아니라 그 자체로 4월 재보선을 앞두고 혼란에 빠진 당을 아예 그로기 상태로 몰고 있다는 평가다. 이미 당내 균열이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천정배,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표정 속 소신발언 중

이런 상황에서 천 의원은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이번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DY계와 당권파간 논란이 한때 최고 지분을 갖고 있던 DY계의 반격과 송영길 최고위원(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 등 386계를 한 축으로 하는 당권파간의 일합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비주류파로 분류되는 천 의원 등으로서는 일단 양쪽이 서로 주고받는 논란 속에서 자유로운 편이기 때문.

천 의원은 구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에서 원내대표를 하고 참여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한 바 있지만, '김근태 전 복지부 장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두 대선주자급 인사들보다도 상대적으로 빨리 노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이에 따라 당장은 친노 세력 등으로부터 비판 대상이 되기는 했지만, 대선 전 해의 난코스 속에서 김, 정 두 전직 장관이  노 전 대통령의 말에 휘둘리는 상황에서 자유롭게 독자적 행보를 할  수있었던 것. 나중에 대선 정국이 이명박 열풍 못지 않은 'Anything but 노무현' 바람에 좌우된 것을 보면, 천 의원의 이같은 판단은 선견지명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는 풀이다.

대선주자로 구 대통합민주신당(구 열린우리당 후신, 민주당의 전신) 대선주자 예비경선(컷오프)에 대선 주자로 나섰다가 결국 중도 포기하기는 했지만, 천 의원은 이때 김근태,정동영,한명숙,이해찬 전 의원 등과 나란히 경쟁을 벌여 대선 경험 자료(Raw Data)를 축적했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 시절의 박연차 비자금 논란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헤집고 있는 상황에서도, "진실을 토대로 법적.정치적인 책임을 논해야 될 것"이라고 '원론적'이면서도 '비중있는 발언'을 할 수 있는 위치를 여전히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천 의원은 자존심강한 검찰에 직무명령권을 행사,통제한 '기록'을 세운 강골 법무장관 출신 인사답게 "법률적으로 어떤 이유 때문에 무슨 용도로 돈을 주고받았느냐가 밝혀져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이 어느 정도 관여했느냐, 형법 이론상으로는 공범관계에 있느냐는 것들이 수사를 통해 규명될 수밖에 없다"고 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이기택 민주당 체제' 같은 '어부지리' 가능할 수도

그런 그가 전 장관에게 상대적으로 후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개혁 중추의 일원이었던 인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찌감치 정 전 장관과 천 의원은 2007년 무렵부터 중도개혁을 표방하는 입장과 이보다는 강성원론적인 민생민주모임 성향 등으로 분화한 바 있다.

결국 천 의원이 현재의 당지도부와 정 전 장관측 인사들간의 혈투를 관망하는 것은 이미 두 세력 모두와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다만 어떤 형태로 정리되든 정 전 장관은 적잖은 이미지 실추를 겪을 상황이기 때문에 '손수 손에 피를 묻힐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대선주자급 인사의 여의도 정치 복귀를 막을 논리가 없다는 원칙적 판단 외에도, 잔인하게 DY계를 거세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천 의원 등의 비주류파 사이에서는 작동한다는 평가다.

아울러, 이런 문제 속에는 추미애 카드를 밀었던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의 앙금으로 인해 당권파를 굳이 도울 필요를 천 의원 등 비주류 세력이 강하게 절감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당권파와 DY계 양측 사이에서 지분의 캐스팅 보트 효과가 극대화될 수 밖에 없는 비주류는 결국 친DY 인사로 분류되는 이종걸 의원으로부터 '조기전당대회론, 천정배 의원 추대'라는 선물을 받은 셈이다.

실제로 이런 소수파의 득세는 전례가 없지 않다. 동교동계가 잠시 물러앉은 상황에 구 민주당에 소수주주였던 '이기택 대표 체제'가 들어선 적이 있고,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역시 친박, 친이간 갈등 속에서도 슬기롭게 대표직을 유지하는 수완을 보였다.

결국 당이 혼란에 빠지고 다시금 온건 정세균 체제 등으로는 어렵다거나 한나라당과의 강경 대응으로 지지율 제고를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는 가운데, 소수세력인 한계를 딛고 천 의원이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원론적 소신 정치인으로서 행보만을 주로 보여온 천 의원이 이런 상황을 달갑게 받아들일지, 또 이런 어부지리 상황 속에서 중용의 미덕을 통해 당을 아우르는 모습으로 정치생명의 시즌 2.0를 여는 결단을 내릴지가 관건이다. 민주당의 적전분열-자중지란 상황에 천 의원이 보일 일거수 일투족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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