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금융중심지 육성 정책'이 제대로 부각되기도 전에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참여정부의 글로벌 금융허브 전략이 현 정부에서는 금융중심지로 사실상 이름만 바뀌어 추진 중이다. 거의 연속적인 정책 추진으로 받아들여지는데, 그만큼 이명박 정부에서도 중요도를 높게 평가하고, 미래 세대를 먹여살릴 수 있는 차세대 산업으로 금융을 꼽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 중심지로 서울과 부산에 각 1개지역씩을 선정했다. 그간 인구에 회자되던 인천 등에 대해서는 차제에 논한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금융허브(금융중심지)의 성공요건은 밀집성과 규제완화 등으로 꼽힌다. 하지만 사실상 이명박 정부는 이 두 가지 문제에서 모두 '내우외환'격의 혼란을 겪고 있어,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평을 사고 있다.
◆외환: "규제 일변도 대한민국 시선" 여전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ISDA)가 지난 1일 국내키코(KIKO) 통화옵션 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KIKO" Cases: Misconceptions and Undesirable Legal Precedents)을 내놓은 것은,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의심스러운 외국인들의 시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협회가 발표한 성명은 슬라이드 형식 문서 본문 10페이지 분량이다.
ISDA는 최근 서울지방법원이 내린 일련의 키코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에 대해, 법원 결정 탓에 사인간 계약 자유의 원칙과 은행의 계약 내용 주장의 자유가 침해될 소지가 있다는 논점을 폈다. 법원이 바람직하지 않은 법적 선례를 세우면 한국의 파생상품산업뿐 아니라 국가치원의 금융안정도 해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헤리티지 재단이 최근 주요 금융선진국에 비해 한국 금융자유도가 나쁜 수준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린 것도 눈길을 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9일 밝힌 바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영국·홍콩을 90점으로 할 때, 프랑스 70, 한국 60 수준이라는 것. 특히 칠레보다 자유도가 나쁘다는 순위 조사로 인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보고서는 건전성 감독은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금융업 자금조달, 상품개발, 진입 등 금융산업 전반의 규제는 완화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금융시장의 규제 일변도 변화에 대한 경고지만, 사실상 한국 금융정책에도 거의 대부분 적중한다는 이야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보고서를 분석, 점수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에 무게를 실었지만, 이것은 이번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316개의 금융규제개선과제를 발굴하여 이중 182개의 과제를 개선하는 등 규제완화를 많이 했던 점을 감안하면 미흡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마디로 금융규제 개혁을 한다고 해도 안 되는 나라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는 "향후 우리나라가 금융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금융사의 자금조달, 상품개발, 진입 및 투자부문에 대한 규제완화를 해야 한다"고 꼽았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에 대한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앞으로 금융업계의 실태조사를 통해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내우: 지자체별 중구난방에 하나금융지주 단독플레이(?)까지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활동이 금융중심지 육성에 오히려 제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까지도 5개 지자체가 금융중심지 지정을 놓고 신청 경쟁을 했는데, 이 중 부산과 서울이 선정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 치열한 경쟁 여파가 아직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우선 인천의 경우 동북아트레이드 타워 추진안, 인천타워 안, WTC청랔너소시엄 등이 대부분 백지화되거나 숨고르기 중이다. 외국계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거나 경제위기 속에서 손을 털고 나가는 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
하지만 포스코가 뒷배경인 (주)청라국제업무타운은 정상적으로 개별회사를 설립하고 순조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송도와 청라가 금융 및 산업 유치 중심지 역할을 반분하여야 한다는 구상에서 경쟁자들이 점차 사라져 힘이 실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지자체가 다시 금융업 유치 노력을 시작하는 경우 청라국제업무타운측이 금융업 유치 등에 나서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추측이 나온다.
경기도 고양시와 하나금융지주는 아예 단독 드리블을 하려는 상황.
금융위의 2개 지역 선정과는 별개로, 하나금융지주와 고양시는 '자족도시'를 모토로 해 도심기능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산신도시를 갖고 있는 고양시는 베드타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기 위해 자급형 도시로의 탈바꿈 노력을 경주하는 와중에 하나금융지주와 손을 잡았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번 사업으로 조성되는 가칭 '하나드림타운'에 우선 하나금융의 기능들을 이전하는 등 공격적으로 투자하게 된다. 다른 기업들의 진출을 유도하려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처방전인 셈이다.
실제로, 스페인 산탄데르그룹이 주거, 기업, 금융의 복합도시인 산탄데르 시티를 세운 적이 있는데, 하나금융은 이를 모델로 삼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세계적 금융그룹으로 뻗어나가고자 글로벌 헤드쿼터 구축을 새롭게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이라는 단서를 전제로 "(을지로 사옥에서 상당부분의) 헤드쿼터 기능이 이전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는 안"이라고 부연설명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서울에서 가까운 금융기능지가 하나 더 생기는 격이 아니냐는 것. 서울에 가까운 업무지구라는 점이 메리트라는 하나금융지주측의 구상을 분석하면, 결국 금융중심지쪽으로 '몰아주기'를 통해 효율성과경제성을 추진하려는 당국의 구상엔 어느 정도 마이너스가 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런 내우외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위 등 당국의 케이스 바이 케이스 해결접근이 아닌, 청와대 차원의 주마가편이 강력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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