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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글로벌 금융허브 전략이 현 정부에서는 금융중심지로 이름이 바뀌어 추진 중이다. 사실상 연속적인 정책 추진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이른바 금융허브의 필수요건은 밀집성과 규제완화 등으로 꼽힌다.
일례로, 한때 세계 금융중심지였던 영국은 1980년대 금융빅뱅이라고 불리는 규제통폐합으로 금융허브로 새롭게 자리매김, 1차 대전 이전의 명성을 넘는 금융강국으로 거듭났다.
영국 금융의 중심지는 런던에서도 좁은 부분에 불과한 '시티'에 몰려있다. 비단 '시티'가 아니더라도, 금융은 뉴욕, 행정과 정치는 워싱턴 하는 식으로 밀집성을 통한 금융산업의 발달을 도모하는 게 세계적 추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 우리 나라 금융허브 구상은 두 정권을 거치면서 복잡하게 진행 중이고 규제 문제도 아직 확실히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외국 투자자들이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은 금융 부문 허브 투자를 추진하면서 복잡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 처음엔 인천에 관심…하나금융 나서서 '목표' 변경
하나은행은 당초 청라지구와 송도지구를 동시에 금융 및 IT 등 동북아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허브 전략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포스코-팬지아 컨소시엄이 청라지구의 청라국제업무타운을 건설하는 데 투자자로 다른 20여개 사업체와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물론 청라국제업무타운이 인천 글로벌 구상의 전부도 아니고, 이 지역이 금융중심지 역할을 전적으로 떠맡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애초 상황이었다.
다만 청라국제업무타운 못지 않게 관심을 끌었던 동북아트레이드 타워 추진안, 인천타워 안, WTC청랔너소시엄 등이 대부분 백지화되거나 답보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이 와중에 청라국제업무타운은 정상적으로 개별회사를 설립하고, 포스코 계열사로 등록되는 등 순조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이 투자안에서 중도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청라국제업무타운 관계자는 7일 "현재 하나은행은 국제타운에 지분이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청라국제업무타운에서 하나은행이 빠져나간 것은 작년 중순.
결국 장기적으로 인천에 금융 및 각종 글로벌 산업체 유치를 하겠다는 안에서 투자목적을 다하고 바꾸어 말하면 거리를 뒀다는 것인데, 이후 인천이 국제금융 중심지와 거리가 멀어진 것을 보면 발빠른 정보 입수나 분석력을 통한 결정으로 보인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것으로 금융허브에 대한 투자를 일단 거둬들였던 하나금융지주는 이번엔 은행 수준이 아니라 금융지주가 직접 일을 벌이고 나섰다.
지난 3월, 하나금융지주는 경기도 고양시와 손잡고 일명 하나드림타운 구상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하나드림타운은 스페인의 예를 따르는 것으로 하나금융지주측에 의해 홍보됐다. 스페인의 은행도시를 예로 언급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고양시를 금융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인 셈이고, 이는 금융허브와도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하나금융지주가 당시 홍보한 자료와 각언론사 취재 기사들을 종합하면, 고양시는 일산 신도시 개발 문제가 완결된 지 한참이 흐른 현재까지도 독자적인 자족 도시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고, 이를 극복하는 안을 추진하는 중에 파트너로 하나금융지주를 택한 것이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이곳을 스페인의 예를 참조, 금융도시로 가꿀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측은 장기적으로는 을지로에서 주요기능이 이곳으로 이전할 의사가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하나금융지주發 금융허브 건설案'인 셈이다.
◆정부측 구상은 '서울과 부산', 하나금융지주는 반항아?
하지만 이런 하나금융지주의 구상은 한 기업이 자기 사옥을 어디에 두는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 차원의 구상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우리 나라 4대 금융지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우리, KB금융, 신한과 함께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나눠져야 할 위상을 갖고 있는 것.
그런 하나금융지주가 금융위웡회가 올해 1월 국내 첫 금융중심지로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동을 지정한 바 있는 상황에서 '스페인식 금융도시' 운운하면서 경기도 고양시에 금융허브 기능이 있는 자족도시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은 정부 당국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정신으로까지 읽힌다.
하나금융지주는 고양시가 서울과 가까운 점에서 금융중심지로도 손색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금융중심지 구상 자체를 부정한다면 모를까 굳이 쪼갤 필요가 있느냐는 것.
그렇다고 하나금융지주 자체가 이런 금융허브에 전혀 생소한 사정이라면 모르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미 인천이 금융 등의 새 허브로 적절한지를 저울질해 보고 투자도 해본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하나은행이 1차적 주체였지만) 그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당초 1월에 서울과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할 때, 금융위가 경기도 고양과 인천 송도를 별도의 특화된 금융중심지로 지정할지는 추후 검토하기로 하고 넘어간 바는 있지만, 근래에 많은 언론이나 전문가가 금융중심지는 모으는 게 맞다는 의견을 강하게 개진 중이고, 인천만 해도 인지도가 서울보다 떨어진다는 점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그런데 고양시 카드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하나금융은 생뚱한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지나치다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것.
결국 진정한 금융중심지를 만들기 위해서 제반 인프라는 물론 정부당국의 법규와 관행 의식구조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터에, 개별 금융업체가 이익 추구 기회로만 이를 바라보는 등은 지양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다. 하물며, 정부의 큰 구상에 '이미 저질렀으니 당국이 따라오라'는 식으로 보일 카드를 꺼내는 상황은 문제라는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하나금융의 최근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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