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이 스톡옵션 논란에서 강행 방침을 고수했고, SC제일은행은 영업시간 조정 문제에서 국내 시중은행들과 엇박자를 내 화제를 낳았다.
이들은 이러한 사소한(?) 행보들 외에도, 금융당국의 암묵적, 혹은 간접적인 가이드라인 제시에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등으로 시선을 모아왔다.
◆외환은행, 스톡옵션 강행 "경영 어려워지면 반납"
지난 3월, 금융권이 가하게 높은 임금과 스톡옵션 등을 누리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한 적이 있었다. 이 스톡옵션 여론에 부담감을 느낀 신한은행은 주말에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임원 스톡옵션 반납을 자진결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KB국민은행 등도 이 대열에 동참하고 나서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이러한 금융권의 자발적 희생은 외국계은행의 독자 노선으로 일부분 퇴색됐다.
외환은행은 스톡옵션 지급 문제로 여론의 공격을 받았음에도 불구, 새로 부임한 행장에게 스톡옵션을 새롭게 지급하는 내용을 주주총회를 통해 의결했다. 지난달 31일 주주총회에서, 외환은행은 "실적부진으로 인해 공적자금을 받게되면 2009년 부여분을 반납한다"는 조건을 달고 임직원 22명에게 총 165만 5000주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키로 결론지었다.
외환은행 2,3대 대주주인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 그리고 일부 소액주주들이 스톡옵션 부여 안건을 반대해 표결까지 갔다. 하지만 이 안건은 외환은행과 제 1 대주주의 의중대로, 83.57%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역풍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추가 지급을 결정한 게 아니라 이미 새 행장에게 지급하는 문제까지 같이 결론이 지어졌던 것"이라면서 이 안건이 다만 늦게 잡힌 주주총회에 상정됐던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실제로 외환은행측은 이러한 국내 여론을 감안하여, 일부 조건을 다는 절충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나름의 성의 표시'인 셈이다.
하지만 웨커 전 행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앉으면서 이 주주총회 결의 내용에 대해 언론을 상대로 설명한 것을 보면 외환은행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는 평가가 많다.
웨커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31일 "경영실적이 악화돼 공적자금을 받게되면 나를 포함한 경영진들의 주식매수선택권을 반납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웨커 이사회 의장은 공적자금을 받지 않더라도 나눔재단을 통한 기부방안 도 검토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이 발언은 여론의 반발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제대로 맥을 짚지 못한 태도라는 이야기를 낳고 있다. 오히려 '문제에 (새) 문제로 답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현재 외환은행은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주기로 결정하는 등, 경영 성적이 나쁘지 않다. 아울러 최근 금융당국이 강력히 유도한 은행자본확충펀드 사용도 꺼리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적 자금을 받으면'이라는 조건절은 사실상, "옵션 반납 생각이 없다"는 '배수진'으로 읽힐 수 밖에 없다.
◆SC제일은행, 은행 폐점 시간 조정에 반발…한국씨티은행도 어물쩍 편승
다른 외국계 은행도 국내 정서나 감독당국의 각종 유도(내지 행정지도)와 소신껏 행동(사실상 엇박자)하는 예가 비일비재하다.
일례로 최근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국면에서 은행들과 증권사가 영업 시간을 맞추기로 한 점에 대해서 외국계인 SC제일은행이 기존 방침 고수를 택한 것이 좋은 예이다.
은행권의 업무 시간 조정 문제는 증권사와 은행권간 대등한 경쟁 문제라는 점에도 의미가 있지만, 은행원들에 대한 초과 수당 지급을 줄이자는 내심이 깔려 있었다는 풀이가 나돌았다. 그러므로 사실상 금융당국이 고임금 문제에 대한 세부 해법 중 하나로 이 안을 추진했다는 추측이었던 것.
하지만 SC제일은행은 은행 고객들의 이용 시간을 조사한 결과 현행 유지가 옳다며 독자 노선을 선언했다. 한국씨티은행 등 일각에서도 일부 업무는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뒤따라, 외국계 은행들의 반란으로 귀결된 셈이다.
물론 이에 대해 국내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물론 각종 어음정산이나 은행간 입금 시간 등을 맞춰주겠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므로 SC제일은행이 업무에 차질을 빚거나 협력 관계에 문제가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단순히 은행 자율성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 가치 판단이 어느 정도 작용한 문제에 대해 소신 행보를 고집하는 것은 번번이 관리감독 당국의 희망과 따로 움직여온 상황에서 에사롭지 않게 읽힌다. 실제로 은행자본확충펀드 정국에서 모 금융감독기관 관계자는 언제 외국계은행이 이런 일에 흔쾌히 참여한 적이 있었느냐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 외국계 은행에 대한 당국의 불편한 인식을 시사한 바도 있다.
◆나름대로 고수익, 알아서 잘 할 테니 내버려 둬라?
외국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수익을 잘 내는 상황이라면 사실 감독당국이 크게 규제잣대를 들이대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는 지적도 없지는 않다.
모 은행 관계자는 "실제로 외국은 은행들이 아예 다 개점과 폐점 시간이 다르지 않느냐"면서 "SC제일은행의 경우도 이같은 정서 때문에 이같이 한국시장에서 행동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과 외환은행, HSBC은행 등은 나름대로 수익을 올리고 있어, 공적자금 수혈로 인한 연명 등이 필요한 지경도 아니다.
그럼 이들은 시중은행에 비해 부족한 점포수로 어떻게 수익을 내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한국씨티은행 하영구 행장은 외국계 은행은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영역, 시중은행을 오히려 고객으로 하는 영역, 시중은행과 경쟁하면서도 이들을 잠재적 고객으로 하는 영역 등으로 구분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외화 차입 등으로 돈을 버는 부분이 있고, 글로벌 지점망을 무기로 해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하는 부분이 상당한 몫을 차지하는 것. 여기에 소매금융 문제는 부족한 지점에도 불구, '글로벌하고 탄탄하다는 이미지'를 밑천삼아 프라이빗 뱅킹 등 고수익 고객들의 마음을 잡은 게 주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월 모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 외국계 은행들은 자본금 규모는 우리은행이나 KB국민은행 등에 비해 상당히 작지만, 부유층의 선호도로 한정하면 1,2위를 다투는 기염을 토했다.
또 온라인 계좌를 잘 활용하고 있는 것도 이들의 강점이다. 실제로 SC제일은행은 '두드림 통장'을 통해 다른 은행의 자동화 기기를 써도 무수수료로 인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씨티EMA통장'을 내놔 월급통장을 씨티은행으로 지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렇게 온라인 경영에 강점을 두면서 다른 은행들을 자기 지점망처럼 활용하는 방식으로 열세를 극복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경영 방식은 오히려 노무 문제 등에서 쉬운 감축 판단을 갖고 올 수 있다는 또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감원 열풍 외국계 은행, 언제든 떠날 것이다 오해 스스로 불러
최근 HSBC은행이 직원 감축과 그 과정에서 각종 불미스런 소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고, 한국씨티은행 역시 미국 씨티그룹의 살림이 어려워지자 많은 직원을 내보냈던 적이 있다.
외환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서는 크게 연봉이 높지 않은 편이지만, 남직원 평균을 따로 냈을 때 수위권으로 떠오르는 것을 조사돼(금융감독원 공시 자료 기준) 비정규직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여직원들의 처우가 상대적으로 처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결국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이같은 행보는, 글로벌 기준이라는 미명 하에 우리 나라의 금융시장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외국계 은행들이 경영성적과 국내시장 동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언제쯤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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