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회사채 시장에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은행 이자율이 점차 낮아지면서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나은 회사채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해 하반기 대략 1000억원 대 매수세를 보이던 패턴에서 벗어나(11월 1235억원대, 12월 1485억원대) 금년 1월 3779억원 등 구입폭을 대폭 늘리고 있다.
3월 들어서는 아시아나항공이 1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성공했고(대우증권 자료 경쟁률 1.57 대 1) 기아차 BW 역시 (3월에 성료) 4000억 발매에 8조원 가까운 자금이 몰려 큰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해부터 잠을 자고 있던 '갈 곳 없는 대규모 부동 자금'이 회사채를 출구로 삼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지금 회사채에 들어가는 경우 수익률에 수반된 리스크에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또 속된 표현으로 상투를 잡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생명보험사 RPC 기준조정 여파 회사채 시장으로?
위험기준 지급여력 제도(RPC)가 4월부터 도입되면서, 생명보험 업계가 회사채 시장에서 한 발 물러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RPC가 4월부터 도입 시작되고, 2011년부터는 의무화된다는 것. 문제는 우리 나라 생명보험사들이 이 지표를 높이기 위해서 회사채나 담보채권 등을 대거 정리하고 국채 등으로 포트폴리오 구성을 이동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RPC를 잣대로 하여, 지난해 12월 말 생명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을 재산출하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트라이프가 705%로 가장 높고, 푸르덴셜 499% 등 외국계 보험사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둔 반면, 국내사의 경우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등 몇몇만 10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 생보사는 RPC 지표가 100%가 안 되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은행권이 바젤 II 문제와 BIS 비율 높이기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것처럼, 생보 업계도 대거 포트폴리오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RPC가 주가나 환율의 가격변동 위험이나 채무 불이행 위험 등 금융시장의 위험 요인을 모두 반영토록 하는 우수한 제도인 것은 틀림없지만, 회사채나 담보채 위주로 투자해온 우리 나라 생보 업계에서는 회사채 등의 비중 줄이기 홍역이 불가피해 보인다.
보험의 특성에 맞게 자산을 국채 등 투자로 장기 안전 드라이브로 운영하는 생보사가 늘어난다는 것은 회사채 시장에 대한 냉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2년 뒤 의무화라 아직은 '비상'이라고 단언하기 어렵지만, 최근 대기업들이 골프회원권 정리에 나서 회원권 시장이 급격히 냉각됐던 사례(지난 해 여름)을 보면, 회사채 시장에 생보사 여파가 한꺼번에 작용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롯데 등 회사채 발행 기업 늘어 매력 반감?
일단 우수한 평가성적을 딴 기업들이 대거 회사채 시장에 나선 지난 해 사정을 보면, 회사채 시장이 수요에 비해 공급 과잉으로 흐를 가능성도 부상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유동성 자금(부동 자금)이 몰려든다는 정도이고 충분히 소화가 되고 있지만, 과거와는 달리 우수등급(AA 등)을 받은 상품이 과잉(?)공급되고 있는 것.
롯데그룹은 현금 비축이 풍부한 편으로 정평이 나있는 기업. 그러나 작년 9월 이후 롯데 계열사들이 여럿 회사채 발행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는 M&A용 실탄 확보 차원에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롯데제과, 부산롯데호텔 등 그야말로 간만에 회사채 발행, 혹은 그간 회사채를 발행해 본 적도 없이 평탄하게 살던 계열사들이 대거 회사채 발행 등에 나섰다. 롯데쇼핑은 지난 1월에 2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시 대체로 운전자금 등의 설명이 뒤따랐지만, 그간 채권들을 발행해 모은 돈만 1조 5000억원대에 이른다는 평가다.
이 중 일부는 실제로 운전자금, 단기차입금 전환 등으로 사용됐다고 가정해도(일부를 제하고), (최근 일단 무산으로 결론났지만) OB맥주 인수를 위해 '1조원+α'를 써야 하는 상황에 대한 자금 쌓아놓기,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제 2 롯데월드 등의 추진 등을 위한 유동성 확보로 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추후에 제 2 롯데월드의 완공 전까지 회사채 발행 등으로 지원사격에 나설 가능성과 필요성은 아직 상존하고 있다는 분석은 전혀 생경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이미 3월에 기아차와 아시아나 등도 BW 발행을 한 점 등 우수회사들이 대거 나서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정부 슈퍼 추경으로 당분간 회사채 시장 얼어붙을 가능성?
한편, 정부 때문에 회사채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돼 흥미를 끌고 있다.
지난 달말 채권시장에 따르면,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추경 규모 확정 시기가 다가오면서 지난 주(19일)부터 급등세를 타기 시작, 25일에는 4.48%로 마감됐다. 4거래일 만에 0.33%포인트나 오른 것인데, 이는 국채 시장으로 유동 자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회사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국채에 대한 시선도 뜨겁다는 것으로 읽힌다.
정부가 기존 발행계획에 더해 추경용 발행치까지 매달 8조원 어치가 넘는 국채를 시장에 쏟아낼 것이라는 예상이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시장이 회사채와 국채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당국이 '국고채 발행 원활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슈퍼 추경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국면 직후 긴급조성된 추경보다 오히려 규모가 크다는 분석 등을 감안하면 이번 슈퍼 추경, 특히 그 추경의 국면에서 발행될 국채로 인한 채권 시장 요동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결국 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하고 싶어도 금년 초보다 좀 더 어려운 사정을 헤쳐 나가야 할 것은 불문가지다.
이에 따라 안전한 등급 위주로 회사채 시장 투자를 하고, 다른 여러 경제 요인을 감안해 회사채 투자를 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회사채는 환금성에서 코스피 등과 다른 특성을 가지므로, 사정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이율만 보고 택하면 곤란하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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