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토의종군' 행보 보일 듯
이 전 최고위원은 '비운의 사나이'다. 중앙대 재학 시절부터 학생 운동에 몸담았던 그는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 중 하나. 일찍이 그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래 생각을 접은 적이 없다고 누차 언론매체 인터뷰에서 밝혀 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 대통령이 경합을 벌인 한나라당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한나라당 대선 후보 시절까지 그는 야전침대와 친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이런 불같은 열정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날선 그를 탐탁치 않게 여기던 친박 진영과 화해 제스처를 취하기 위해 그는 '토의종군'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선 승리 이후에도 그는 '개국 공신'으로 채 피어보기도 전에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에게 밀려 자기 지역구에서도 낙선하는 비운을 맛봤다.
이후 미국으로 홀연히 떠나 직접 밥하고 빨래하면서 대외저어세 연구에 심취한 세월을 보냈다.
촛불 정국으로 이명박 정권이 추락하고 경제난국이 심화되면서 강력한 참모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됫기도 했지만, 같은 한나라당 내 친이 계열에서도 그의 빠른 복귀를 원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그는 복귀 이전에 이상득 의원 진영에 조용한 행보를 약속했다는 설이 여러 매체를 통해 흘러나온 바 있다. 실제로 이 전 최고위원은 측근인 진수희 의원 등과의 통화에서 "원했던 대로 조용히 귀국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을 전해 사실상 당분간 화제가 되는 게 껄끄럽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아울러 선산이 있는 경북 지역으로 내려간 것도 언론 노출을 피하기 위해 서울 자택 대신 택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향후 일정과 관련해서도 현재로선 정해진 것이 없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바람은 가지 많은 나무를 그냥 두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여러 문제 속에서도 그가 종내 야인으로 남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선 그가 탄탄한 지지세력이 없는 친이 진영에 활력소가 될 만한 저력은 충분하기 때문에 언제든 차출될 가능성은 잔존한다는 풀이가 나온다.
사상 유례없는 지지율이었다는 이 대통령의 지지층은 촛불 정국과 경제난으로 빠르게 흩어지고 있다.
공무원 사회를 다잡을 만한 통솔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받는 청와대나 경제 대책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부, 정부와 손발이 잘 안 맞는다는 의심을 사는 여당 등 어느 한 구석도 이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터에 친박 세력이 생각보다 빠르게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지자체 선거 등으로 선거 일정이 연이어 있어, 사실상 일을 할 수 있는 해는 이번해가 마지막이다. 일찍이 친박은 지난 총선에서 '공천 대학살'을 당했지만, 이에 맞서 다수가 당을 이탈 출마해 "친박 브랜드만으로도 금배지를 달 수 있다"는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4뤌 재보선에서도 친박계 후보 하나가 경주에서 무소속 후보 출마를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있고 이는 사실상 한나라당 내 친이에 대한 공식 반발로 읽히고 있다.
충돌까지는 아니어도 역학 관계상 균형 혹은 건강한 긴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러도 이 전 최고위원을 차출할 가능성은 얼마든 남아 있다는 것. 실제로 이상득 의원은 대통령의 실형이라는 점 때문에 더 이상의 광폭 행보는 어렵다는 점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맡을 부분이 없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국내 정세 역시 4월 재보선은 물론이려니와, '박연차 리스트'로 인해 일단 한 번 판정리를 하고 가야 할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박진 의원(3선, 한나라당, 서울 종로)가 검찰에 소환된 바 있고 친노 대표 인사 이광재 의원은 이미 구속됐다(재선, 민주당). 친이 핵심 인사 추부길 목사 역시 낙마했다.
그간 검찰 소환을 피해온 민주당 핵심 간부인 서갑원 의원 역시 결국 소환 조사에 28일 응했다.
관계나 친박, 친이 등 한나라 전반으로 일이 더 커질 여지도 남아 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검찰은 한나라당 권경석, 허태열 의원과 권철현 주일대사 등 정부·여당 인사도 지체없이 소환해 '박연차 로비설'의 실체를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고 28일 구두논평을 냈다.
편파 수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런 야당측 문제제기까지 수용했다가는 여의도 전반이 흔들릴 지경인 셈.
결국 이러한 판세 정리 끝에 기강 확립 차원에서 어느 정도 충격파가 청와대발로 나올 수 있고, 그 카드로는 믿을 수 있는 인사가 거론될 것이라는 가능성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토의종군은 멀지 않은 시간 내에 끝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한편, 이 전 최고위원은 귀국 전 일본 동경에서 고 김수현 씨 추모비를 참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유학 중,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 사람을 구하고 떠난 살신성인의 고인을 추모하면서, 이 전 최고위원은 MB정권을 위해 초개처럼 살신성인할 다짐을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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