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논란에 말려들었다. 이에 따라 이미 구속된 민주당 이광재 의원 등에 이어 정치권이 본격적인 사정 태풍권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한편, 수천만원대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검찰에 포착됐다는 26일 밤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박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 의원은 26일 자정 가까운 시간에 낸 긴급 성명을 통해 '오보에는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천 불가론 딛고 3선 성공, 다시금 시험대에
정치적 시련을 딛고 3선 의원이 된 박 의원은 이번 논란으로 결국 또다시 시험에 들게 됐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수학한 수재형인 박 의원은 외무고시 출신이나 관료로 성공하는 대신 정치권에 투신했다.
현재 3선 의원으로, 정치권에서는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지역구인 서울 종로가 그의 지역구다. 이 곳에서 3선을 하는 데에 적신호가 들어온 것은 지난 18대 총선 직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하는 등으로 '친박 색채'를 충분히 씻어냈다고 자타가 생각했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서 종로 지역구에 그의 공천을 주저하는 일부 기류가 감지됐다.
정치 경력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는 "민주당에서 누가 나와도 이길 수 있다"며 배수진을 쳐 지역구 공천을 얻는 데 성공했다.
총선 국면 역시 민주당 전략공천으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카운터파트로 등장, 그로서는 버거운 싸움이었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결국 금배지를 다시 다는 데 성공했다.
이런 역경 끝에 그는 클린 정치인, 비중있는 정치인으로 인정받는 여당 중진이 됐지만, 결국 이번 논란으로 다시금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기로에 섰다. 결국 그의 언론에 대한 경고는 문제 확대를 피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읽을 수 있다.
◆추부길·이광재보다 덜 받았다=덜 중요하다? 자존심 문제까지 걸린 듯
더욱이 박 의원은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일하던 시절 폭소클럽(폭탄주 소탕 클럽) 운동을 제창, 문제만 만들고 고액이 드는 잘못된 술자리 문화를 일소하자고 동료 정치인들에게 설파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이런 탓에 그는 클린 정치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해 왔다. 그간 두드러진 추문이나 소문이 없었던 것도 그의 이미지 관리가 얼마나 철저했는지 방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이런 이미지가 일거에 무너지게 됐고, 박 의원은 당연히 강력히 반발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논란이 된 금액도 3선 의원이라는 비중에 걸맞지 않는 소소한(?) 규모 때문. 박 의원은 미국 뉴욕 방문 때 박 회장의 부탁을 받은 한식당주인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고, 이번 주말 검찰에 출두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됐다.
이 의혹에 따르면 박 의원은 현재 '박연차 리스트'로 관련인사로 거론된 인사들 중에는 비교적 수수 규모가 작은 편이 된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해 9월9일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 이광재 의원은 불법정치자금 약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결국 구속집행됐는데, 이 의원은 박 의원보다 선수가 적다(이 의원은 재선급). 심지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연차 씨로부터 15억 원을 빌렸고 또 다른 50억원 수수설까지 나오고 있어 아예 박 의원과 급 자체가 다르다.
선수로 보나 여당 중진으로 자부해 온 점으로 보나, 또 '종로' 의원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으로 보나, 여러 모로 체면이 서지 않는 사정이다. 금품을 안 받았다고 결백이 입증되면 다행이겠지만, 실제로 이게 전부라면 그 자체가 또다른 문제인 셈이다. "차라리 더 먹었다면 모를까 이게 뭐냐"는 소리가 나돌기 시작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렇게 여러 모로 곤란한 지경에 빠진 박 의원이 결백을 입증하고 거물 정치인의 행보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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