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은 미국 씨티그룹이 설립한 독립법인으로, 지난 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국면에서 미국 본사가 어려워지면서 같이 논란 소재로 떠올랐다. 더욱이 동반위기설이 일단 한 고비를 넘기자, 이번에는 미국 씨티그룹이 알짜배기인 한국씨티은행을 매각해 난국을 타개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특히 이 문제는 때마침 터진 거액의 달러 매수 문제로 더 심각하게 회자됐다.
◆美씨티 일단 고비 넘겨·하영구 행장 적극 해명 '앙상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씨티은행은 하영구 행장이 몸소 간담회를 통해 회사 사정을 널리 알리는 등 광폭 행보에 나섰다.
하 행장은 "현재 우리 한국씨티은행의 실적은 다른 은행에 비해 우수한 편"이라고 강조하고 "이런 위기 국면일 수록, 오히려 일반 시중은행보다 글로벌 연계성을 가진 은행들이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씨티은행에 미국 씨티그룹 주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지속적 수익"이라면서 "단기적인 현금 자산 확보를 위해 한국씨티를 팔지 않을 정도로 동아시아 시장이 갖는 매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런 한국씨티은행의 자체적인 이미지 쇄신 노력에 때마침 미국 씨티그룹도 일단 바닥을 치고 상승을 개시해 한국씨티은행의 노력을 뒷받침했다.
아직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멀었으나 글로벌 동반 침체의 시작점이던 미국 금융권의 불안이 가라앉고 정책적 효과들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 이에 따라 한때 주당 1달러 아래로까지 떨어졌던 수모를 딛고 미국 씨티그룹도 바닥 탈출에 대한 징조를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금융계 위기와 관련, "진전된 신호(sign)들이 보인다"고 말했을 정도이고 와코비아증권도 "금융위기가 반환점을 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조 달러를 집행하는 금융권 부실자산 인수안의 영향으로, 씨티그룹 주가는 일단 급반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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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국내외 씨티가족들의 상끌이 전략으로 한국씨티은행에 대한 이미지 역시 상당 부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KB국민투자증권 '러브콜' 등 고유의 매력 인정받아
이러한 상황은 한국씨티은행에 대한 각계의 관심과 사랑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언급됐던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을 통한 우리 당국의 한국씨티은행 매수설, 더 나아가 씨티그룹의 동아시아 디비전을 통째로 구입, 동아시아 금융허브로 일거에 떠오르겠다는 구상은 결국 당사자들의 부인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 뉴스는 미국 씨티그룹이 무너진다고 해도, 독립산업체로 한국씨티와 동아시아 디비전 소속 업체들의 매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바탕에 깐 것이라 여전히 눈길을 끈다.
아울러, KB투자증권이 최근 SC제일은행과 함께 한국씨티은행을 리테일 부문 확장의 파트너로 선정한 데 대해서도 금융계가 상당히 주목하고 있다.
KB투자증권은 최근 리테일 부문 강화(소매 거래 강화)를 추진 중인데, 증권 구좌 판매를 같은 KB금융 지수사 식구인 KB국민은행을 통해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 연계망을 추가로 택한 것.
그런데 그 파트너가 지점 수가 많지도 않은 한국씨티은행 등이어서 눈길을 끈 것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지점은 작년 연말 기준 230개선으로 하나은행이나 우리은행 같은 지주사 소속 은행들에 비해 '미니은행'에 해당할 정도다.
하지만 KB투자증권이 굳이 망을 넓히면서 새 파트너로 한국씨티은행을 택한 데에는 숨은 이유가 있다.
부자 고객들에게 갖는 한국씨티은행의 매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메리트가 바로 그것. 공략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단순히 무조건 많이 증권사 알리기를 하자면, 일반 소매금융에 강한 KB국민은행에게만 의존해도 된다. 하지만 이러한 KB국민은행이 미처 채워주지 못하는 빈 자리를 채우려면 한국씨티은행 등을 끼워야 한다는 것.
실제로 지난 1월 마케팅여론조사 회사인 나이스R&C가 내놓은 결과는 한국씨티은행의 장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전국 만 20~64세 금융거래 소비자 1만 1589명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통해 설문 조사한 결과 주거래 고객이 가장 많은 은행은 농협, KB국민은행, 우리은행순. 하지만 고액 자산가가 많은 은행은 한국씨티, SC제일, 외환은행 등을 선호했다. 한국씨티의 선전이 두드러진 것.
1000만원 미만 금융자산을 예치한 고객의 비율은 농협이 가장 높았고, 우리은행, 기업은행, KB국민은행 등의 순이었지만, 반면 1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는 거래고객은 SC제일은행(17.3%), 씨티은행(17.1%), 외환은행(12.8%) 순으로 높았다는 것이다.
하 행장이 간담회에서 "시중은행들과 경쟁할 부분이 있고, 시중은행들이 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고, 시중은행들을 고객으로 하는 영역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 이러한 KB투자증권과의 연대는 시중은행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일 중 하나로도 해석된다.
◆부정적 인식 빨리 털 필요 아직 있어
이에 따라 일단 고비를 넘긴 한국씨티은행이 이제 봄을 맞아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기의 겨울 한파를 견딘 보람이 이제서야 나타나고 있다는 것.
하 행장은 실제로 "이제 금년에는 기본에 충실한 은행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목표를 소개하고, '인지도 높이기'에 들어갈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런 하 행장의 말처럼, 최근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한국씨티은행,SC제일은행 등은 자기 유지 비용이 높아 더 나은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 은행'이라는 취지로 공세를 편 바 있다. 당시 임 의장은 "한국씨티은행 등은 인건비가 1인당 1억 3000만원선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공시체제 등을 동원해 계산한 바로는 한국씨티은행의 임금선은 1인당 8000만원선.
이는 최근 많이 지급된 명예퇴직 위로금 등을 산입하는 등으로 인해 부풀려진 면이 크다는 게 시중은행 관계자들의 짐작이다.
그러나 문제는 숫자에 차이가 있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실명 공개 표적으로 삼을 정도로 주시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씨티은행이 그간 부자들을 주로 상대하는 은행, 각종 정부 시책에 외국계라는 이유로 참여를 꺼리는 업체라는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이는 과거 오일쇼크 해결이나 외환위기 국면을 헤쳐나가는 중에 한국씨티은행이 일말의 역할을 했던 점에 비하면(한국씨티은행은 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 숭례장 등 훈장을 수여받은 일이 있다) 자기 PR능력이 부족해서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이제 미국발 악재로부터 한결 자유로워진 한국씨티은행이 어느 정도로 이런 부정적 시각들을 지워나갈지 봄철 금융계에 새로운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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