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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초입에 모 스포츠 신문은 '장씨와 속을 터놓고 지내온 오빠'라며 '왕첸첸' 명의의 투서를 인용해, 장 양이 생전에 많은 고민을 했다는 기사를 작성했다.
이 기사는 공분을 불러일으켜 이 사건에 경찰이 큰 관심을 갖는 촉매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왕첸첸 편지는 부산구치소발 편지였다
하지만, 이 편지는 실상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 연예 전문지는 이 편지가 현재 영어의 몸인 사람이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연예 전문지의 보도에 뒤를 이어 언론들이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경찰이 투서 작성자를 조사한 결과 2003년부터 부산구치소에 수감 중인 만 29세의 남성이라는 것. 경찰 관계자는 "이 사람은 수감자로 고인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죄수가 적응장애를 앓고 있으며 언론 보도를 보고 추측한 내용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고도 덧붙였다.
물론 첫 보도를 한 언론사로서는 이 편지가 '부산구치소'에서 발송됐다는 점을 알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구치소나 군부대 등 주소를 노출하는 데 민감한 기관에서는 사서함을 주소로 사용한다.
◆논란 초점은 특종(?)한 언론사 대신 부산구치소?
즉 취재내용의 크로스 체킹 과정에서 어느 정도 혼선이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해당 편지를 처음 공개한 언론사로서는 오보를 낸 데 일응 이해가는 부분이 있다는 것.
문제는, 이런 구치소발 편지를 인용 보도한 언론사 대신 부산구치소가 새로운 논란의 진앙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법무부 산하 교정본부가 교정문화의 새로운 창달을 위해 노력해 온 점은 널리 알려진 바이다. 특히 최근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이런 노력은 화룡점정을 이뤘다는 평가도 나왔다.
작년 연말 개정된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행형법)'에 따르면, 교도소 질서 유지, 재소자와 외부의 차단에 초점이 있던 일제 시대 흔적을 완전히 일소하고, 재소자의 교정과 사회복귀 능력 함양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일례로, 검열 제도가 원칙적으로는 사라지고, 부득이할 경우 진행된다는 것 등이다.
행형법 43조 4항과 5항은 서신 검열을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하고, 다만 몇 가지 사유를 정해 검열권 발동에 대해 밝히고 있다.
<참고조문> ④ 수용자가 주고받는 서신의 내용은 검열받지 아니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서신의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는 때
2. 「형사소송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서신검열의 결정이 있는 때
3. 제1항제2호 또는 제3호에 해당하는 내용이나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4.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용자 간의 서신인 때
⑤ 소장은 제3항 또는 제4항 단서에 따라 확인 또는 검열한 결과 수용자의 서신에 법령으로 금지된 물품이 들어 있거나 서신의 내용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발신 또는 수신을 금지할 수 있다.
1. 암호ㆍ기호 등 이해할 수 없는 특수문자로 작성되어 있는 때
2. 범죄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 때
3.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때
4. 수용자의 처우 또는 교정시설의 운영에 관하여 명백한 거짓사실을 포함하고 있는 때
5.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때
6.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7.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사생활 비밀 침해 내용 가득한 왕첸첸 편지 그대로 발송
문제는 왕첸첸이라는 가명을 사용, 작성한 편지는 이러한 제한 요인에 상당히 많이 저촉된다는 데 있다.
우선 가명으로 발송, 암호 등 사용 부분에 저촉될 여지가 있고, 여성의 수치심을 자극할 내용과 사생활 비닉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전편에 담고 있다는 것이다(형사법령에 저촉 내용, 사생활 침해).
더욱이 경찰 당국은 조사 결과 일명 왕첸첸 편지가 단순 수용자도 아닌 현재 적응 장애를 앓고 있는 재소자라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더 주의깊게 관리 조치(검열 등을 포함)했어야 하는 부산구치소는 왜 이런 '허위 사실을 담은 편지'가 나갈 여지를 열어뒀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왕첸첸 편지는 해프닝이 아니라, 앞으로 경찰이 장자연 사건을 더 수사하면서 부산구치소 소장 이하 관련자들의 업무 태만 여부도 함께 조사되어야 할 필요성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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