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외환은행의 신임 행장으로 부임할 클레인 내정자을 둘러싼 기류가 심상찮다.
클레인 내정자는 임기가 아직 10개월 가량 남은 리처드 웨커 현 행장과 바통 터치를 하고 새 행장에 오르게 된다.
클레인 내정자는 도이체방크 상무를 지낸 이력의 소유자다. 해당 은행은 '경질론'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2005년부터 은행장으로 재직해 온 리처드 웨커 행장이 연임에 성공한 이후 다시 돌연 인사교체 대상으로 떠오를 정도로, 현재 외환은행 내부 기류는 심상찮다는 풀이도 제기된다.
현 행장은 물러난 후 이사회 의장직만 유지하게 된다.
◆ 매각 속도전, 이사회와 행장간 경쟁구도 조성?
우선 클레인 내정자를 굳이 선택한 대주주측의 의도는 한층 매각 문제에 속도를 내라는 주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클레인 내정자는 도이체방크 상무를 거쳐 뱅커스트러스트에서 기업신탁 업무를 총괄한 경험이 있다. 그만큼 국제 금융계에서 활동한 연륜이 있으니, 매번 어그러졌던 외환은행 매각 건을 빨리 처리하는 데 적임자로 볼 수 있다.
리처드 웨커 행장은 추후 이사회 의장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점도 주의를 기울일 만한 요소라는 이야기를 낳고 있다.
문책성 조치라는 뉘앙스를 충분히 표출하면서도, 그를 이사회로 자리 이동시켜 매각 협상이라는 중책에서 어느 정도 여지를 확보해 주는 것. 이렇게 되면 전현직 행장 간에 협력 관계와 동시에 선의의 경쟁 기류가 발생해 대주주로서는 일거양득을 노릴 수 있다는 해석이다.
◆ 스톡옵션 말많은 가운데 '거액 스톡옵션 제공'
이렇게 '채찍'만 차기 행장감에게 가하는 것은 아니다. 웨커 행장의 뒤를 이을 클레인 행장 내정자는 이미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스톡옵션이라는 '당근'으로 화제를 뿌리고 있다.
특히 이러한 거액의 스톡옵션 지급 문제는 그 규모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 나라 금융권이 스톡 옵션에 몸을 사리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눈길을 끈다.
현재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은 여론의 화살을 견디다 못해 스톡옵션을 자진 반납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외환은행은 기존 스톡옵션 반납은 커녕 신임 임원 지급 카드도 번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신임 임원 사기 진작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한편,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 우리,신한, 하나,외환, 기업,한국씨티, SC제일은행 등 8개 은행의 1인당 평균 인건비는 8147만 원으로 추산됐다. 이 중 은행별 1인당 평균 인건비는 외환은행은 9217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임원 스톡옵션 건 등과 과다 임금 논란이 겹칠 경우 여론이 비우호적으로 흐를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클레인 행장 내정자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해 이를 모두 감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명으로도 읽힌다.
더욱이, 오는 31일 주주총회서 클레인 행장 내정자가 받을 '90만주'의 스톡옵션이 '3년치'라는 점에도 눈길을 끌고 있다. 웨커 현 행장의 경우 임기가 2년이었는데(2005년 1월 25일 선임~2007년 1월, 2007년 1월 재선임~현재 등 2년 단위), 돌연 나온 3년치 스톡옵션은 그만큼 장기적 포석에서 클레인 행장 내정자를 이동시켰음을 방증한다는 주장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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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외환은행 차기 행장 내정자 클레인 씨> |
이에 따라, 신임 행장으로 지도부가 교체되는 경우 외환은행은 매각에 한층 속도를 내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매각에 관심을 보였던 HSBC가 한국HSBC에서 인력을 대거 조정해 철수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을 낳고 있는 등 금융권이 세계적 금융위기 국면에서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제값을 받고 팔아줄 역할을 짊어진 클레인 행장 내정자가 과연 '제값'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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