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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제2롯데월드에 병 주고 약 주고?

건립 물꼬 터줬지만 회사채 통한 자금조달 추경 덕분에 막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3.26 08:49:51

[프라임경제] 25일, 드디어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이었던 제 2 롯데월드 건립 건에 마지막 장애물이 제거됐다.

10년 세월 꿈으로만 남아 있던 제 2 롯데월드 추진 사업은 권태식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열린 제3차 행정협의조정위원회 실무위원회에서 조정을 마치고 본 회의에 상정키로 함으로써 큰 고비를 사실상 모두 넘겼다.

국무총리실은 한국항공운항학회가 제출한 비행 안전성 용역결과를 검토한 결과, 비행안전성에 대한 9개 항목에서 모두 문제없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와류'가 발생, 비행기가 말려들어 제 2 롯데월드에 충돌할 수 있다는 논란 등은 모두 정부 당국에 의해 부정된 셈이다.

이렇게 롯데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이번 정부 최고위층과 롯데 임원진 간에 인연 때문이라는 후문도 있지만, 어쨌든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롯데그룹으로서는 큰 성장 모멘텀을 선물받은 점은 분명해 보인다.

◆롯데, 안 하던 회사채 발행하는 사연은?

롯데그룹은 현금 비축이 풍부한 편으로 정평이 나있는 기업. 그러나 작년 9월 이후 롯데 계열사들이 여럿 회사채 발행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는 M&A용 실탄 확보 차원에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롯데제과, 부산롯데호텔 등 그야말로 간만에 회사채 발행, 혹은 그간 회사채를 발행해 본 적도 없이 평탄하게 살던 계열사들이 대거 회사채 발행 등에 나섰다. 롯데쇼핑은 지난 1월에 2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시 대체로 운전자금 등의 설명이 뒤따랐지만, 그간 채권들을 발행해 모은 돈만 1조 5000억원대에 이른다는 평가다.

이 중 일부는 실제로 운전자금, 단기차입금 전환 등으로 사용됐다고 가정해도(일부를 제하고), (최근 일단 무산으로 결론났지만) OB맥주 인수를 위해 '1조원+α'를 써야 하는 상황에 대한 자금 쟁여놓기,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제 2 롯데월드 등의 추진 등을 위한 유동성 확보로 풀이되고 있다.

이러한 롯데그룹의 움직임은 제 2 롯데월드 건, 그리고 OB맥주 인수(내지는 차라리 새로운 맥주회사를 차리는 게 낫다는 판단 하에서 다른 선택을 하는 경우까지) 등 돈 쓸 일은 많은데, 기업 유동성 지원에 시중은행들이 고삐를 죄는 금융권 사정과 무관치 않다.

당장 돈이 필요한 기업만 회사채시장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현재의 경제침체 상황에서 장기적인 사업을 여럿 구상하는 기업이라면 한 푼의 현금이라도 더 확보해야 하는 사정이고, 이런 연유로 현재 회사채 시장이 폭발 직전이다.

따라서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추후에 제 2 롯데월드의 완공 전까지 회사채 발행 등으로 지원사격에 나설 가능성과 필요성은 아직 상존하고 있다는 분석은 전혀 생경한 것은 아니다.

◆정부 슈퍼 추경으로 당분간 회사채 시장 얼어붙을 가능성?

하지만 이렇게 제 2 롯데월드에 이명박 정부가 시동을 다시 걸어줬고, 또 이런 상황에서 롯데그룹이 기존 자금력과 회사채 추가 발행 등 모든 여력을 동원, 일을 성사시킬 것이란 국면에 다른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바로 이명박 정부 때문에 회사채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즉 회사채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채가 슈퍼 추경 때문에 크게 추락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인데, 우선 거시적으로는 이것이 오히려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고, 미시적으로는 개별 기업들이 회사채를 통한 조달 곤란 문제로 고통을 겪을 수 있다.

25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추경 규모 확정 시기가 다가오면서 지난 주(19일)부터 급등세를 타기 시작, 25일에는 4.48%로 마감됐다. 4거래일 만에 0.33%포인트나 오른 것인데, 이는 국채 시장으로 유동 자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기존 발행계획에 더해 추경용 발행치까지 매달 8조원 어치가 넘는 국채를 시장에 쏟아낼 것이라는 예상도 고개를 든다.

당국이 '국고채 발행 원활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슈퍼 추경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국면 직후 긴급조성된 추경보다 오히려 규모가 크다는 분석 등을 감안하면 이번 슈퍼 추경, 특히 그 추경의 국면에서 발행될 국채로 인한 채권 시장 요동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결국 롯데그룹 등은 앞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하고 싶어도 금년 초보다 좀 더 어려운 사정을 헤쳐 나가야 할 것은 불문가지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에 이명박 정부는 약을 준 동시에 새 병을 준 것으로도 풀이돼, 앞으로 제 2 롯데월드 건설 단계에서 롯데측의 자금력이 어떻게 발휘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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