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이 경기도 고양시와 기업유치 및 지역개발사업을 위한 민관 협약식을 가진 것이 25일 알려지면서, 경기도 신도시들이 베드타운 신세를 벗어나는 새 모델이 될 것인지 눈길을 끌고 있는 것.
이번 고양시-하나금융 업무 협약은 본격적 자족복합도시 건설을 위해 자체 구상을 본격화되는 안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이번 제휴는 지역개발사업에 민간 금융기업이 참여하는 최초의 사례로 알려졌다.
국내 4대 금융지주사 중 하나인 하나금융이 고양시가 추진 중인 자족복합도시 개발을 지원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하나금융이 고양도시공사에 출자함으로써 새로운 도시개발 모델 창출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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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아직 MOU 단계라 투자 규모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면서도 스페인의 주거, 기업, 금융의 복합도시인 산탄데르 시티를 언급, 하나금융측이 사실상 '금융업 전문도시'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하나금융은 이에 따라, 이번 제휴를 통해 관계사별로 중복된 기능을 통합하고 지리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각종 업무시설들을 통합하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양시에 가칭 '하나드림타운' 건설을 추진한다.
단순히 지방자치단체 사업에 참여하는 정도가 아니라, 고양도시공사에 출자를 하고, 또 하나금융 스스로가 여기에 선도적으로 이전을 해 들어감으로써, 다른 기업들도 대거 이사를 하도록 모멘텀을 준다는 복합적 구상이다.
그야말로 하나금융으로서는 이번 안에 '건곤일척'의 주사위를 던지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고양시는 하나금융그룹과 제휴를 위해 실무채널을 발빠르게 구축하고 고양시의 계획과 추진 방안을 직접 찾아 설명하는 등 유치활동에 나서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이번 협약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스페인 산탄데르그룹이 주거, 기업, 금융의 복합도시인 산탄데르 시티를 세운 적이 있는데, 하나금융은 이를 모델로 삼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세계적 금융그룹으로 뻗어나가고자 글로벌 헤드쿼터 구축을 새롭게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이라는 단서를 전제로 "(을지로 사옥에서 상당부분의) 헤드쿼터 기능이 이전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는 안"이라고 이번 발표에 부연설명을 했다.
◆하나금융, 빅 3 지주사 따라잡기 위해 세계적 금융도시 초강수?
현재 하나금융은 우리금융, KB금융, 신한지주 등과 함께 4대 금융지주로 기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빅 3보다는 아무래도 규모에 차이가 있고, 키코 손실 관련 등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성장동력을 빨리 새롭게 마련해 추격전을 벌이지 못하면 영영 격차를 인정하고 넘어가야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없을 수 없다.
이 무대로 고양시를 택한 것은 어찌 보면 가장 적절한 터전이 될 수 있기 때문. 단순히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업무시설들을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내는 이상의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즉, 명동과 여의도를 축으로 발전해 온 한국 금융계의 기본 틀을 깨고 나서서 하나금융이 다른 곳에 무대를 확장함으로써 경쟁구도에 활기를 불러일으킨다는 측면이 있다. 유사한 사례로, 방송계에서는 SBS가 목동에 신사옥을 지음으로써 여의도 중심의 기존 틀을 깨고 나간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고양시로서는 일산 신도시로 이미지가 상당히 좋은 것을 살려, 아예 자족기능까지 강화하자는 강수를 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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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구상이 현실화되면 하나금융의 경우, 서울 을지로(사진)에서 상당 부분 헤드쿼터 기능이 경기도 고양으로 이전하게 된다.> |
이번 노력이 성공하면 자족기능까지 갖춘 명실상부 수도권 최강의 도시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 고양시를 설레게 하고 있는 것.
◆자족복합도시 성공까지 넘어야할 고비는
하지만 하나금융이 고양시와 새롭게 조성하려는 이번 자족복합도시의 성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고, 넘을 고비들이 있다.
우선 파트너 중 하나인 하나금융이 갖고 있는 핸디캡이 문제. 지난 금융위기 초입에서 키코 손실로 위상이 많이 흔들렸던 데다가, 이윤 추구 과정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이 하나금융을 향하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금융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와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등이 24일 공동으로 "하나금융은 자산이 100조원에 달하는 대형 금융기관이 됐지만 여전히 과거의 관행을 벗지 못하고 금융기관 사냥과 처분, 자회사 부동산 매각과 합병 등을 통한 단기이익 실현에만 혈안이다"라고 비판할 정도로 하나금융의 이미지 저평가 문제는 심각하다.
즉, 이익의 대부분이 고배당을 통해 외국 펀드자본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하나금융을 늘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자립형사립고인 은평고 개교 등으로 하나금융의 기본 철학에 대해서도 여러 번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
특히 자기 직원들을 특례 전형으로 뽑는다는 발상을 내놓는 등 '이기적 유전자(?)'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런 이미지 마이너스는 하나복지재단 운영 등으로도 상쇄가 안 될 정도였다. 서민들을 위한 사회복지차원의 금융활동보다는 오히려 사회양극화만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더욱이 지난해 3월 하나금융의 산하은행인 하나은행장에 취임한 김정태 행장이 '2013년 자산 400조 달성 목표설정, 하나카드 분사, 메트릭스 조직체제 도입'에 대해서도 언론의 평가가 곱지만은 않다.
만약 이 목표가 실패하거나 일부 제동이 걸리는 경우, 하나금융과 파트너십을 구성하게 되는 고양시와 그 사업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고양시는 하나금융그룹과 제휴를 위해 실무채널을 발빠르게 구축하고 고양시의 계획과 추진 방안을 직접 찾아 설명하는 등 열의를 보였는데, 그 진행과정에 역풍이 분다면 지자체장 운명이 흔들리는 등 후폭풍이 만만찮을 수 있다.
◆인천 송도국제신도시 151층 타워 실패우려 '참조할 만'
일례로, 지자체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사업이 파트너십에 금이 가면서 논란에 휩싸인 사안이 있다.
고양시로서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케이스라는 지적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에 조성되는 동북아 트레이드 타워 및 151층 랜드마크 시티 사업 등 각종 대형사업이 표류할 위기에 놓였다는 주장이 최근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런 지자체의 운명을 건 사업이 특정 은행의 운명과 연동된다는 점.
강석봉 인천시의회 의원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동북아 트레이드 사업에 PF금융사들이 자금지원을 중단하고 있다"면서, "이 사업에 1억5000만 달러(2000억원)투자를 약속했던 모건스탠리가 1700만달러(150억원)을 투자한 채 투자를 포기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더욱이,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국민연금 등 대주단의 자금 회수 및 PF대출 금지로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한 채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렇게 되는 경우 일개 트레이드 타워 사업의 중간 백지화가 아니라, 송도국제신도시 기능 자체가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
이에 따라 지자체가 사업을 하는 경우, 금융권과 손을 잡는 문제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은행 등으로서는 주주 이익을 우선시할 수 밖에 없고 보수적 견지에서 일을 꾸려야 하기 때문에 언제든 지자체와 이해 상반 상황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 인천 사례가 보여준다는 것.
이에 따라, 하나금융과 고양시의 이번 자족복합도시 구상은 상당 기간 긴 호흡으로 진행과 검토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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