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여당인 한나라당이 고액 연봉 은행에 대한 경고를 내놓은 가운데, 정부투자기관인 주택금융공사가 여당 의중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 눈길을 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24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을 실명 거론하면서 은행권 거액 연봉 문제의 대수술 필요성을 역설했다.
임 의장은 "(연봉 협상은) 개별은행과 노조간 문제"라면서도 "감독당국에 은행 평가 등을 할 때 참고하도로 강하게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해 다각도로 방법을 동원, 고액 연봉 시스템을 포기하지 않는 은행들을 압박할 태세를 분명히 했다.
즉 이런 임 의장의 발언에는 (그것이 법적으로 새로운 논란을 낳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금융당국을 통한 압박, 정부투자기관들과의 거래에 일정 부분 불이익 등을 주겠다는 의지로까지 읽혔다는 것.
◆주택금융공사, 2조원 규모 사업 SC제일은행에
하지만 여의도에서 이같은 강력한 경고음이 나온 지 불과 얼마 후, 이들 실명 경고를 받은 은행 중 한 곳인 SC제일은행이 '대규모 관급 공사'를 따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사실상 공염불 내지는 당국과 여당 사이에 큰 이견이 있다는 방증으로 읽혀 눈길을 끈다.
2조원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이 발행되는 주택금융공사 추진 사업에서, SC제일은행은 유동화 협약을 체결하고 최대 2조원 규모의 MBS를 발행하는 데 주택금융공사와 합의했다고 25일 알려진 것.
양측은 3월 중 유동화계획 등록 절차를 거쳐 빠르면 4월 22일 MBS를 발행할 예정이다. 예정대로 발행이 이뤄지면 단일 건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MBS 발행 기록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임태희 으름장에도 주택금융공사는 BIS 우수한 외국계 택해
이번 주택금융공사가 사업파트너를 SC제일은행으로 택한 것은 물론 임 의장의 추진안을 모르고 이미 접촉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 격'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등에서는 이미 자본확충펀드 등을 사용하기 꺼리는 외국계 은행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굳이 감추지 않아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당국자들간에도, 기관간에도 그때그때 다른 태도를 외국계 은행에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낳을 수 있다.
여러 모로 우리 나라 금융권 문화와 다른 엇박자를 내는 외국계 은행이지만, 결국 사업 파트너를 택할 때에는 당국이나 정부투자기관 스스로도 외국계를 선호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SC제일은행의 유동성 비율은 119%,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1.18%로 우수한 편이어서, 사업 파트너로 택하기에는 (냉정하게만 따지면) 우수한 조건이다.
결국 당국이나 여당이 아무리 으름장을 놓아도, 막상 개별 거래에서는 정부나 그 투자기관 등도 외국계를 선호한다는 경향이 없지 않는 한, 외국계 은행들은 '마이 웨이'를 자신있게 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배드 뱅크' 설립에 외국계 은행들이 발을 뺀다는 소문까지 겹쳐져 전해진 터라, 이번 주택금융공사의 SC제일은행 선택 케이스는 상당한 여운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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