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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IPTV·인터넷전화·메신저에 반했어"

신한은행 메신저뱅킹등 실패등 불안요인 불구 가능성엔 주목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3.25 08:53:18

   
   
[프라임경제] "몇 장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바로 주문하세요"

휴대폰으로 은행 잔고를 조회하고, 메신저에 접속해 친구에게 동창회비를 송금하는 세상이 왔다. 이에 더해 이제는 케이블 홈쇼핑을 보듯 IP TV를 보면서, 증권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참고, 주식 매수 주문을 낼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쇼호스트들이 호들갑스럽게 신상품 구매를 독촉하는 것처럼, 우량주를 사라고 외치는 소리를 IP TV로 듣는 게 자연스러운 세상도 곧 올지 모른다. 

모바일과 IP TV 등을 금융 거래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모바일 금융 거래가 금융권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지도 벌써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최근까지 큰 수익을 내는 모델은 아니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신기술을 접목하려는 신상품을 개발하는 신규 사업이 끊이지 않는다. '가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면서 안전드라이브를 지향하는 금융기관들도 많지만, 새 시장을 개척해 선점한다는 가능성은 여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 위기가 미국 정부의 부실자산 정리로 어느 정도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면서, IT신기술 접목 노력 역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모바일 뱅킹, 순식간에 발전

모바일 뱅킹은 휴대폰의 첨단 기능을 이용, 금융 거래에 활용하는 제품이다. 모바일 금융 거래가 우리 나라 금융권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이미 오래 전.  일례로, 2005년 3월 전체 국내 금융기관의 실질 모바일뱅킹 사용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나왔다. 또 그로부터 약 1년 만에 KB국민은행은 모바일 뱅킹 사용자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게 됐다고 공개했다(2006년 4월 27일).

모바일 뱅킹은 해킹이 불가능한 IC칩과 보안체계, 가입자인증번호(PIN) 잠김 등 여러 보안 기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은행들로서는 기초제반사항을 갖추는 데 비용적 지출이 적잖은 속사정이 있다. 관련업체와의 협력 관계 구축 역시 필수.

하지만, 은행권은 이 새 시장을 선점하면 휴대폰 천국인 우리 나라의 특성상 큰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고 앞다투어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모바일 뱅킹에 대해, 인터넷 뱅킹과 같은 금융 수수료에 제공해 손님 끌어들이기에 나선 것도 이런 선점 효과를 노린 것으로 당시 풀이됐다. 

실제로 모바일 뱅킹으로 계좌 조회·이체, 지로납부, 자동화기기(CD/ATM)를 통한 현금출금 등 기본적인 은행업무와 함께 주택청약·교통카드·증권·복권·신용카드·여행보험·외화송금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구성한 은행이 많다.

   
   
첨단 기술이 새 시장을 개척, 금융권과 고객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준 사례다. KB투자증권이 모바일 거래에 최근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도 이런 국민은행 등의 성공 사례에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첨단  기술을 접목한다고 해서 모두 밝은 장래를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메신저 뱅킹, 거인 신한은행 눈물 흘리며 철수

모바일 뱅킹까지는 그런대로 선전했지만, 메신저 뱅킹의 경우 기대와는 달리 처참한 중간결과가 나온 것.

신한은행은 4월부터 네이트와 손잡고 펼쳤던 메신저 뱅킹을 중단한다.

이번 조치는 이용실적이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한은행의 메신저 뱅킹을 이용한 이체 건수는 지난 2월 한달 동안 1만여건에 그쳤다고 알려졌다. 금액으로는 69억원으로 신한은행의 전체 인터넷 뱅킹 중 차지하는 비율이 0.08%에 불과하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이용건수가 적었던 점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서비스 재개에 대한 접점을 네이트측과 찾는 후속 협상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메신저 뱅킹에 대한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점에 대해 '네이트온'이 아무래도 금융거래 등을 병행하는 종합도구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일종의 장난감으로 여겨지는 데서도 원인을 찾는다.

하지만 아직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정중동으로 버텨 나가겠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TV 뱅킹은 중단했지만, 모바일 뱅킹은 그럴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IP TV로 증권 주문 가능, 인터넷 전화 금융권 고전 위풍당당

이렇게 하나의 새 종목이 고배를 들더라도 금융권은 또다른 신상품에 눈길을 옮겨가고 있다. 최근 금융권이 네이트온 메신저 대신 새롭게 잇-아이템(눈길을 끄는 아이템)으로 떠받들고 있는 것은 IP 티비와 인터넷 전화 뱅킹 등이다.

국민은행은 빠르면 4월 중 LG데이콤의 인터넷전화와 손잡고, 홈ATM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인터넷전화를 금융 거래망에 끌어들이는 것.

문자 기능을 제공하는 화면에서 계좌이체 및 거래내역 및 잔액조회 등의 은행 거래를 가능하게 하면서, 영상 기능을 갖춘 단말기의 편의성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올 하반기 중 인터넷전화 홈ATM 서비스를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국민은행과 한판 격돌이 예상된다. 메신저 뱅킹에서 물먹은 신한은행도 KT 인터넷전화 홈ATM 서비스와 손잡고 시장 공략에 나서 설욕 가능성이 주목을 끈다.

아직 인터넷전화 시장은 가입자가 많지 않아 시장이 초기 단계라는 점은 걸림돌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시스템 구축에 대규모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단점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인터넷 전화가 '진짜 집전화'를 대거 몰아내고 있는 점에 금융권은 주목하고 있다. 어차피 우리 나라 인터넷망 보급 속도를 볼때, 집전화를 인터넷 전화로 교체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추세이며 이 시장을 미리 구축해 두자는 계산으로 읽힌다.

   
   
그런가 하면,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은행권과 '거꾸로 가는 전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다른 증권사들이 망설이는 사이 KT메가티비와 손잡고 실시간 방송에 최근 진출했다. 기존 HTS만으로는 메울 수 없었던 '증권전문가들의 설명을 곁들이는 생생한 거래 조언'이라는 장점을 구현했다. 

이런 움직임은 은행권과는 역주행하는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007년 출시한 IP TV인 KT 메가티비의 뱅킹 서비스를 중단하는 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지난해 11월 역시 2007년 출시한 IP TV의 뱅킹 서비스를 중단했다.

물론 동양종금측 관계자들도 이런 가능성을 잘 알고 있다. 아울러 "IP 티비가 들어가는 곳은 으레껏 인터넷이 있으니 차라리 HTS로 거래를 당장 하는 게 더 편하다는 고객 반응도 많은 것으로 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IP TV쪽으로 거래 주문을 직접 하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모든 단기 출혈을 감수하고서도 진출할 정도로 매력적이라는 게 동양종금의 속내로 읽힌다. 같은 금융권이라도, 은행들이 대거 철수하는 IP TV 부문에 지금 들어간 것은 그만큼 업종 특성상 버틸 만 하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증권 투자에서 전문가 조언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는 만큼, 이들의 조언을 실시간으로 TV를 통해 전달받는다는 것이 HTS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기 때문.

◆관계 당국 지원 병행돼야

이렇게 금융권에서 IT강국이라는 점에 착안, 첨단 기술을 금융거래에 접목하려는 노력을 경주하는 것은 전기전자 부문과 시너지 효과를 거두면서 서로 상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메신저 뱅킹의 실패 사례에서 보듯, 이전에 인터넷 업체가 만들어 놓은 기반이 고도로 발달해 있고, 또 금융권이 여기에 관심을 보인다고 해도 두 가지 요소가 맞아떨어지지 않는 상황도 많다. 이 경우 실패 역풍은 고스란히 금융권과 인터넷 업체(여기서는 메신저 운영망 업체)가 볼 수 밖에 없다.

이번에 신한은행의 메신저 뱅킹 건이 결국 무산된 것도, 비용 문제가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기 국면으로 거래가 줄어든 것이 메신저 뱅킹에 타격을 준 것. 또 메신저 뱅킹이라는 것을 운영하는 데 드는 기초비용에 대해서도 해당업체와 은행간 조율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기반시설 구축 비용' 문제로 인해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발달한 메신저망을 금융거래 같은 큰 틀로 활용하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친구들과 수다떠는 기능(SNS-소셜 네트위킹)만으로 남겨두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금융기관들이 현재 탐을 내는 홈ATM의 경우나 동양종금이 개척 중인 IP 티비를 통한 거래 활성화 등은 정부당국이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는 IP 티비 등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당국이 이런 부문에 관심을 크게 갖고 있는 만큼, 이러한 새 기반을 금융회사들이 이용하는 데에도 지방에 공단을 유치할 때 각종 메리트를 주는 것 같은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다는 주장은 이런 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는 닌텐도 같은 것 못 만드냐'라고 일갈한 것처럼, 새로운 영역에 시장 개척을 하는 업계에 대한 다각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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