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나라당 거물 정치인이 내놓은 이른바 '은행살생부'에 대해 시기적절한 발언이라는 평가와 함께 일말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의 고임금이라는 병폐에 대해 강한 어조로 공격한 데 대해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일부 계산 데이터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지난 해부터 금융권의 병폐에 대해 날선 비판을 거듭해 온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24일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은행권이 왜 고통 분담에 나서지 않느냐"고 일갈했다.
임 의장은 "은행들이 자기 유지 비용 때문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의장은 고임금의 대표적 사례로,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2곳과 함께, KB국민은행을 언급했다. 임 의장은 "3개 은행의 직원 1인당 임금, 복리후생비, 퇴직금 등 인건비가 1억 3000만원 수준"이라면서 실명으로 비판했다. 임 의장은 은행들에 대해 "(임급 협상 등은) 노사가 결정할 일이지만 감독 당국으로 하여금 경영평가를 할 때 감안하도록 강하게 전달할 것"이라면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쳐, 사실상 '은행 살생부'를 제시했다는 후문도 호사가들 사이에 나돈다.
하지만 '어려운 은행권 고임금 매듭'에 대해 이른바 기득권층인 여당의 정책위의장에 앉아 있는 임 의장이 쾌도난마를 휘두른 것이 의미가 깊지만, 언급된 일부 숫자는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실명이 언급된 은행들은 공식적 답변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퇴직금 등을 추산치에 넣는다면, 최근 명예퇴직 희망 직원들에게 임금과 위로금 정산을 해서 내보낸 한국씨티은행 등은 평소보다 큰 지출을 한 게 고스란히 집계됐을 수 있다.
물론 은행권이 희망퇴직 인력에게 어느 정도까지 위로금 지급을 하는 게 타당하느냐도 또다른 논란거리지만,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거나 미미한 퇴직을 집행한 은행과, 다이어트 차원에서 대거 희망퇴직을 해 지출이 컸던 경우를 일괄 비교하면 곤란한 것도 사실.
KB국민은행은 KB금융으로 상장사 주체가 바뀌면서, 최근 공시 데이터가 은행 단위로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과거 같으면 누구나 인건비와 지출 대비를 통해 임 위원장의 계산 여부를 간단히 검산해 볼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명확히 검산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다른 은행 등 금융계에서는 "KB국민은행 연봉 수준이 저 정도는 아니다"라고 의문을 갖고 있는 분위기다. 비정규직 인원을 합치지 않고 정규직 인원수로만 피젯수를 나눗셈한 게 아니냐는 소리도 나올 정도다.
실제로 한국씨티은행이나 SC제일은행 모두 상장사가 아니어서 일반인들이 공시 자료를 보기 어렵고, KB금융으로 지주전환을 한 국민은행도 위와 같은 사정이 있다.
어쨌든 말많고 탈많은 은행권 고임금 논란에 임 의장이 용기있는 발언을 한 것은 분명하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다만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데이터 등에서는 정확에 정확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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