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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송금 실수한 돈도 일단 은행돈"

직원실수 송금은 쉽게 반환, 예금자 실수 송금분은 해결 복잡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3.23 10:01:52

[프라임경제] 보이스 피싱 사기 피해로 인한 송금이나 순전히 계좌번호를 잘못적는등의 송금 실수등으로 인해 잘못 입금한 돈을 돌려받지 못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 보이스 피싱 범죄가 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가 억울하게 입금한 돈을 돌려받으려 나서도 국세청이 압류권을 행사해놓은 통장의 경우엔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피해자의 반환청구권과 국세청의 세금추징권이 아귀다툼을 벌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이스 피싱에 이용되는 이른바 대포 통장의 상당수가 노숙자 등 신용불량자를 내세운 통장이며, 이런 경우 국세청 등이 체납 세금을 받겠다고 통장에 압류를 해 놓은 경우도 많다.

더욱이 시중은행들도 압류가 된 통장에 송금 오류로 입금된 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있어, 역시 원성을 듣고 있다.

◆KB국민은행 "압류한 통장에 들어오면 실수로 보냈어도 은행 돈"

최근 대전의 중소기업 타임시스템은 직원의 기재 실수로 잘못된 곳으로 송금을 했다.

이를 뒤늦게 알아차린 타임시스템측은 반환 요청을 위해 절차를 알아봤지만, 문제는 이 통장이 정상적으로 거래 중인 통장이 아니라 KB국민은행에 압류된 통장이었다는 것. 특히 명의주는 이미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적으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통장 같으면 예금주에게 송금을 받은 금전이 채권이 없이 입금된 점을 주장해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명의주가 연락이 안 되는 것으로 문제가 복잡해졌고, 가장 큰 문제는 압류권자인 KB국민은행이 일단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는 데 있다. 

일단 통장에 입금되면 그 돈의 원인관계를 떠나 소유권은 명의주에게 있다.

KB국민은행은 법적으로 문제를 가려보자는 입장으로 느긋하지만, 타임시스템에게는 직원들의 1개월 임금을 다 합친 것이나 다름없는 큰 돈이다.

◆국세청과 은행, 사정 딱해도 어쩔 수 없다 주장

예금은 돈이 이체돼 예금원장에 입금이 기록된 순간 성립된다. 따라서, 대포통장으로 잘못 들어갔든, 정당하게 들어갔든, 송금을 의뢰한 고객이 실수로 다른 번호를 기재했든, 은행이 임의로 통장에서 돈을 빼내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는 없다는 게 은행들의 대체적 반응이다.

국세청 역시 국세 징수권에 따라 정상적으로 집행권한이 있으므로, 일방적으로 대포통장에 대한 압류를 풀기도 어렵다.

하지만 보이스 피싱 피해자들은 범죄의 피해로 조성된 '일종의 장물'인데, 국가가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KB국민은행과 국세청에 원성, "은행원이 송금 오류내면 알아서 빼가는데"

KB국민은행 역시 정상적으로 채권을 집행한 것이라 법적으로는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B국민은행측의 주장 이 법논리상으로는 맞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냐"는 투의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모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원이 실수로 송금오류를 내는 경우 막바로 명의주에게 연락하고 돈을 다시 인출하지 않느냐. 이번 대전 중소기업 사례와 이런 은행측 실수는 처리 과정이 어떻게 다른가"는 질문에 대해 "이것과는 처리과정이 다르다"고 답변했다. 은행원이 실수로 입금 오류를 낸 경우는 바로 처리가 가능하지만, 고객 실수로 기재요청이 되고 '정상적으로' 은행거래가 성립한 것은 경우가 다르다는 게 요지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처리가 된 거래라는 점에서, 은행권이 자체 실수와 고객 실수를 다르게 처리하는 것도 모순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이나 세무당국이 정상적인 권리 주장을 하는 상황에서도 원성을 듣는 사정은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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