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는 한국 중소기업들 상대로 활동하기 버겁다?
최근 한국HSBC는 희망퇴직을 받으면서 한국 금융시장에 흥미를 잃은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인력 감축이 단순히 환경 변화에 따른 다이어트가 아닌, 한국 시장에서의 철수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동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온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것은 HSBC 본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가, 한국HSBC가 사실상 외환은행 인수전이라는 역할이 끝났다는 점을 깔고 해석할 때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HSBC가 한국 시장에서 지난해 3600억원대의 순익을 냈으나, 이같은 몸집 줄이기를 한다는 점에서 적자 때문이라든지 하는 일반적인 '관리' 문제는 아닌 것이라는 시각을 낳고 있다.
실제로 HSBC가 한국에서 올린 실적을 보면 대부분 대기업금융과 자금 관리 쪽에서 큰 수익을 내고 소비자금융과 기업금융 쪽에선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들이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소비자 금융 등을 강화하든지, 아니면 강점이 있는 부분만 선별해서 갖고 가는 두 방법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HSBC는 일단 감원 등 대규모 조직 개편을 택했다. 한국HSBC는 희망퇴직 대상자를 1천여명의 전 임직원으로 넓혔다.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것은 국내 금융권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라는 전언이다.
금융중소기업부 폐지는 사실상 확정됐다는 설이 줄곧 흘러나오고 있고, 소비자금융 부문도 줄일 것으로 보는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결국 우리 나라에서 기업이나 개인 고객들을 상대로 금융사업을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하는 대신 해당 부문 감축으로 풀릴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한국HSBC가 그간 외환은행 합병을 통한 한국 시장 안착 전략에 주안점을 둔 탓에 독자적인 영업력 강화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씨티은행은 안전드라이브 시각으로 한국 기업들 바라봐
또 하나의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도 중소기업 거래 등을 꺼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사실상 중소기업들 중에는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곳이 많은데, 이들을 미리 솎아내 철두철미하게 위험관리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 은행장은 19일 "2009년 한 해 목표는 기본에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것이 결국 선진금융기법이라고 생각한다. 전세계적으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기본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글로벌 규모의 은행이 더 잘 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적자생존'을 강조한 셈이다.
하 행장은 한국씨티은행의 업무에 대해 "(국내 시중은행들과) 같은 영역 안에서 경쟁하는 게 있고, 글로벌 영역으로서 독자적으로 하는 게 있고, (국내 시중은행들과 일단) 선의의 경쟁을 하지만 우리 나라 금융기관을 고객으로 모시고 하는 부분이 있다"고 셋으로 금융업무를 나눴다.
하 행장은 이어서 "2,3번을 더 강화해서, 차별화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씨티은행은 PF는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아울러 15개 건설 구조조정 업체들과도 거래가 전혀 없는 상태다. 조선업체 중에도 이른바 3,4등급 업체와도 대출거래가 전혀 없는 상태다.
이는 그 자체만으로는 위험 관리에 강점이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하 행장의 발언과 겹쳐 보면 앞으로도 중소기업 금융 거래 등에는 전혀 위험성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렇게 외국계 은행들이 우리 나라 정부 당국이 금융권에 줄기차게 당부해 온 '중기 기업 유동성 지원'이라는 사명에서는 전혀 벗어나 개별 기업으로서의 리스크 관리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 선진 금융기법 전수를 통해 순기능을 많이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들 외국계 업체들이 위기 국면에서 움츠리고 있는 국면이 앞으로는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우리 나라가 각종 위기를 겪을 때마다 외국계 은행들이 음으로 양으로 큰 도움을 줬던 사례를 보면(한국씨티은행은 오일쇼크 당시 한국을 도운 공로로 '숭례장' 훈장 등을 수여받은 바 있다), 이들의 향후 행보에 더욱 눈길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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