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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사 통합해 日방위대 벤치마킹? '문제많아'

靑 "통합교육으로 군별 합동증진",오히려 갈등증대 가능성?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3.18 04:13:43

[프라임경제] 17일 육사,해사와 공사를 통합, 직업장교 육성 시스템을 하나로 합치는 안을 당국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추진 주체는 청와대, '통합의 장점'은?

이번 통합 추진은 육,해,공 3군이 보유한 전력의 합동성을 극대화하고, 해묵은 출신 간 차별을 해소하려는 데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통합 필요성이 몇 번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각 군의 이해관계와 군 상층부의 반발로 무산됐다.

17일 추진 계획 중 일부가 드러난 상황에서 진앙지는 청와대인 것으로 알려져, 고강도 군 개혁을 함께 고려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그간 공무원 조직에 대해 미덥지 않은 생각을 수시로 내비쳐 온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군 조직 역시 출신 군별로 갈등과 반목이 심하고, 3군 통합 작전의 효율성이 극대화되지 않은 영역으로 인식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통합이 성공하게 되면, 3군은 합동전과 입체전 개념이 날로 강화되고 있는 21세기 안보 상황에 걸맞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게 된다는 긍정론이 대두되고 있다.

또 그간 출신 군별로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국방부 대변인 등 요직을 둘러싸고 '자기 몫'을 주장해 온 폐단 역시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 반발 "단점이 장점을 덮고도 남는다", ROTC 교육체제는 어쩌나?

하지만 군 안팎의 인사들은 각 군의 특수성과 안보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점이 몇 가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장점을 덮고도 남을 단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선, 일각에선 사실상 육사로 해사와 공사가 흡수되고, 육사 출신의 입김만 더 거세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실제로 육군이 전체 군조직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합동 능력을 배양한 조직을 지향한다는 이번 안은 문제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즉, 육군 아래에 공군과 해군을 둬 통합 기능을 극대화한다는 발상으로 은연 중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역대 정권이 군내 위화감 해소를 위해 각종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했지만 뿌리박힌 폐습을 없애지 못한 상황에 이같은 교육 시스템 개편만으로 성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졸속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보다는 육군 위주의 군 조직과 인사 탓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해·공군의 불만과 반발을 해결하는 안배가 더 근원적 방안이지, 초급장교 배출 시스템 개편을 방법으로 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 군이 초급장교 병력의 상당 부분을 조달하는 학군단, 학사장교 등의 교육과 배출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문제다. 이들 대다수는 단기 복무 후 퇴역하는데, 이들 역시 3군 통합 문화를 가르치기 위해 시스템 개편 대상으로 삼기에는 예산 등 문제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규 사관학교는 장차 장성 및 고급장교 배출을 대비해 통합 교육을 하고, 이들은 '일선 초급간부용'으로 각군 맞춤 교육을 그대로 진행하기도 어렵다. 어쨌든 소수이기는 하지만, 학군이나 학사장교 중 일부도 직업군인의 길을 택해 장기복무를 하기 때문이다.

사관학교끼리만 통합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청와대 발상 원조는 일본 방위대학교? 방위대도 문제는 있어

특히 청와대가 생각하는 통합 체제를 가장 가까이서 살펴 볼 수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자위대 장교들을 육상, 해상, 항공 분리하지 않고 통합 교육하는 일본 방위대학교는 현재 3군 자체 교육을 지향하는 우리와 미국과는 다른 시스템상 특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2차 대전 패망 후 새롭게 도입된 이같은 통합교육이 '한솥밥 정신'을 함양, 일본 자위대를 사실상 최강 전력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같은 통합 교육에는 그림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1학년 입교 후 통합 교육을 받은 다음, 2학년부터는 진로를 정한다는 점(우리 식으로 따지면 육, 해, 공군 중 지망을 정하게 되는)이 일본 방위대의 기본틀이다.

문제는 이들 방위대 학생(생도라 하지 않음)들 사이에 3개 영역의 고른 분포가 아니라 치우침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사실상 인기도가 갈린다는 것인데, 이는 우수인재 유치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비화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고, 사실상 3군간 갈등이 없지 않은 우리 나라에서는 이것이 현실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있는 어느 군, 인기가 떨어지는 어느 군, 어느 군에 몇 년도 임관 기수는 문제있는 기수, 몇 년도에 어느 군을 택한 기수는 엘리트 등으로 문제를 끊임없이 파생해 나갈 여지가 없지 않다.

이는, 연세대와 고려대 등 일부 명문대가 90년대 후반부터 학과 입학 대신 학부제를 택하면서 비인기전공이 오히려 고사 위기에까지 몰린 상황을 감안하면 문제가 간단치 않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른바 통합교육의 장점을 누리고 졸업한 방위대 출신 역시 각군으로 가면 군별로 적응 기간을 갖고 임관한다는 점은, 통합교육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우려를 낳는다.

물론 각군별로 사관학교 생도를 교육 후 바로 소위 임관을 시키는 현체제도 어느 정도 미흡한 바는 있지만, 일본 자위대가 방위대 졸업자를 간부 후보생으로 지정, 6개월간 적응을 시킨 후에야 장교 임관을 시키는 것은 시사점이 크다고 하겠다. 어쨌든 각군에 맞는 장교상은 따로 있고, 기본 교육을 갖춘 교양인을 다시 다듬어 쓰는 게 일본 방위대 기본틀이 염두에 둔 정서이지, 통합교육이 모든 걸 해결하는 원천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즉 3군 융합이라는 큰 과제를 해결하는 요인 중 하나와 가장 큰 방편을 혼동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다.

결국 군간 통합 정신 완성은 장교 배출 시스템 문제라기 보다는 자군() 이기주의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장기 레이스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개혁 시나리오는 큰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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