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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노조 '예보도 안 무섭다?'

'철밥통 깨라' 사회적 요구에도 개혁 어려울 듯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3.17 16:25:25
[프라임경제] 금융권의 고액 연봉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금년 입행자의 초봉을 감액하기로 하는 등 수술이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행원들의 연봉 감액을 놓고 시중은행과 은행노조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16일부터 금융노조와 은행연합회가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기존 행원들의 고임금 구조에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인데, 정작 이 문제를 건드리지 못한 채 초임 감봉, 잡세어링 추진 등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문제는 증권사 등 여타 금융기관도 마찬가지. 원래 자기 몫 챙기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던 금융권 노조들인지라, 이번 국책은행들과 공기업 감봉 국면에서도 큰 강임 처리를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노조, '낙하산'이라서가 아니라 '구조조정전문가'라 싫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국면에서 큰 타격을 받으면서 많은 '사상자'가 났다. 하지만 은행권에 대한 공적 자금 투입, 그리고 이후 주식 시장의 부활 등으로 인해 일단 남는 데 성공한 사람들은 고생 끝 행복 시작의 국면을 누려 왔다. 오히려 외환 위기 전보다 한층 강화된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의 질시 아닌 질시를 받으면서도 이들 기관의 노조들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구조조정 가능성 차단 등에 상당히 공을 들여 방어를 해 왔다. 물론 노조의 존립 이유 자체가 노조원 권익 보호지만, 밥그릇 챙기기로 비판받을 만한 구석도 없지 않은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

특히 금속노조 등 강성 노조가 경우에 따라 감정적 극단 대치 국면으로 치닫는다는 비판을 받거나,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의 경우 정치색에 매몰된 경우가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과 달리 노조원 지위 문제에 극히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많이 보여 왔다.

   
  <사진=KB국민은행 노조 2008년 당시 雨中 시위 사진>  
예를 들어, '친MB인사 낙하산 논란'이 각 산업 부문별로 강하게 닥친 지난 해와 금년 상황에서 이런 대비가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시중 방송위원장의 전횡 논란 속에서 언론보도 기능 수호라는 공익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파업에 나선 방송사 노조원들과 비견된다는 것.

우선 KB금융 산하 은행인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해 황영기 지주 회장 내정자(현 회장), 김중회 지주 사장 내정자(현 사장)에 대한 반대 투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의 반발은 '낙하산 논란'에 초점이 오롯이 가 있기 보다는 지위 문제에 강하게 방점이 찍혀 있었다는 평가가 나돌았다.

특히 금융감독원 고위직을 지낸 김중회 당시 사장 내정자에 대한 반발 사유로 노조는  '관치 금융 우려'만을 든 게 아니라, 그가 2001년 신용금고 대학살이라고도 불리는 대규모 구조조정의 저승사자였다는 점을 공공연히 거부 사유로 적시했다.

◆우리은행 노조 '예보 압력에도 맞설 터', 신한증권 노조 '고용안정협약 준수'

굿모닝신한증권 노조의 경우 금년 2월 신한지주가 내려보낸 신한은행 부행장 출신 이휴원 신임사장에 대해 '비토' 의사를 나타냈다.

이들은 이 사장 거부 사유로 "증권 비전문가다"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이 사장이 IB에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증권사 투자기능 강화라는 측면을 도외시한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굿모닝신한증권 여의도 본사 사옥>  
더욱이, 증권사 노조측이 반발한 내심의 이유는 바로 '이동걸 전임 사장이 만들어 놓은 고용안정협약을 깨는 게 아니냐'는 부분이었다는 분석이 여러 매체를 통해 제기됐다. 흔히 공기업 노조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이야기된다는 '신임 사장 길들이기'식의 행보가 신한증권에서도 일어난 것 아니었느냐는 해석도 가능한 것.

하지만, 이 신임 사장이 과거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CEO에 오른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노조의 행보는 과잉 그 자체가 아니었느냐는 뒷말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3월 봄바람' 속에서 우리은행 노조는 예금보험공사의 입김도 무섭지 않다는 일면 과격하게 들리는 발언으로 치닫고 있어 '춘투'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회현동 본점 엘리베이터마다 나붙은 대자보는 예보의 구조조정 압박에 맞서자는 강경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는 박 모 위원장 명의로 발표한 6일자 대자보에서 '잡세어링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비판 등 여러 논점 제기에 이어, "예보가 지난 4분기 MOU 기준 미달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다"면서 노조원들의 對예보 투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 공공연히 게시되어 있는 이 대자보는 공적자금이 대거 투입돼 예보와 긴밀한 의사협력 및 경영상황 조율이 필요한 우리은행 특성을 도외시하고, 마치 예보는 단순히 '점령군'인 양 몰아붙이고 있다는 우려를 일부 낳고 있다. 특히 예보가 실제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한다고 해도, 예보 통제조차 받을 수 없다는 접근방식은 금융권 노조의 '무소불위' 속내를 적나라하게 나타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금융기관 노조들이 강한 힘을 철밥통 챙기기에만 쓰는 모습이 누적될 수록, 오히려 개혁을 요구하는 일반 여론은 높아질 수 있다는 역풍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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