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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온 카드1억장 시대,업계마인드는 구태의연

2003년 카드대란 시대처럼 과잉영업,수수료 논란 여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3.11 13:27:05

   
   
[프라임경제] 신용카드 1억 장 시대가 다시 열린다.

한국은행이 지난 달 26일 밝힌 신용카드 발급 숫자가 9624만장. 경제활동인구 1인당 4장꼴로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보통 경제활동인구 1인당 2장선인 선진제국에 비하면 상당한 남발인 셈이다(영국 2.36장, 네덜란드 1.92장, 독일 1.31장 등)보다 훨씬 많다.

2003년 '카드대란' 직전의 1억488만 장 시대에 이어 다시 한 번 1억 장 시대가 온 것이다. 

2009년 현재, 우리 나라는 택시 요금도 카드로 결제할 정도로 카드 사용이 일반화됐다. 하지만 이렇게 겉보기로는 '카드 천국'인 것 같지만, 카드 업계의 구태의연함은 카드대란 이전과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수료 소상공인에 아직 불리, 대학등록금 수납불가 만든 '이기적 태도'

우선 가맹점 사이의 여러 관계에서 카드사가 '갑'의 지위를 남용한다는 논란은 여전하다.

비근한 예로 대학 등록금을 처리할 때 카드 납부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교육과학기술부 등에서 국공립대의 카드 납부를 독려하기도 했지만, 특히 국공립대보다 등록금이 높은 사립대에서는 아직도 '카드는 안 받는다'라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초반부터 카드사들은 대학등록금의 경우 수수료를  면제시켜 주던 관행을 폐지, 대학등록금에도 수수료률 받기로 했다. 문제는 이 카드 수수료를 대학이 부담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아예 카드 수납 자체를 안 하고 있는 것. 더욱이 학생들도 수수료의 학생 부담을 '등록금 인상'으로 받아들여 지려 하지 않기 때문에 사각 지대로 남아 있다.

신용카드 업계가 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다시 부담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렇게 이해당사자가 좀 더 많아 풀기가 다른 문제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세상인일 수록 수수료를 높게 매기는 점도 많은 반발을 낳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다. 지난 1월, 카드사들은 2월부터 재래시장 등 영세가맹점들의 수수료를 인하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비씨카드가 선제적으로 재래시장 등의 일반가맹점 수수료를 2.0%로 낮추기로 선언하면서, 업계가 이에 공참한 것. 신한, 삼성, 현대, 국민, 롯데, 외환, 비씨 등 7개 카드사가 전국 1550개 재래시장 소재 가맹점 수수료를 현행 2.0~3.5%에서 2.0~2.2%로 인하하는 수술에 들어갔다.

재래시장에 있는 신용카드 가맹점은 약 8만 6000개로 추정되는데, 그 전까지는 재래시장 일반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는 3.0~3.5%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인하조치를 한다고 해서 대형 마트 등의 낮은 수수료율과 동등해지는 것은 아니다. 카드업계의 관계자는 "가맹점별로 개별 계약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해 여전히 일반가맹점과 대형 거래처와의 요율 차이가 있음을 시사했다. "사실상 우수 고객에게 혜택을 더 많이 주는 것처럼 거래 물량이 많은 곳이 요율 혜택을 받는 게 맞지 않느냐"는 관계자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차별적 대우는 대형할인마트 등이 재래시장을 압박하는 데 신용카드 업계가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준다는 문제로 연결될 수 있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업체들에게 더 큰 수수료를 뗀다는 '강자(甲)의 논리'를 굳이 주장하는 것은 '거래를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라'는 강매로도 해석될 수 있다. 과거 민주노동당 등이 소상공인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하기 위해 여러 번 문제제기를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불경기탓' 혜택 축소 단행, 정작 카드사들은 '호황' 대비해 체력 비축만

더욱이 카드 혜택을 줄이는 데 최근 신용카드사들이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신용카드사들은 '경기 침체'라는 편리한 이유를 대고 있다.

KB카드는 오는 5월 15일부터 신용카드 포인트 적립률을 현행 매출금액의 0.2%에서 0.1%로, 체크카드는 0.5%에서 0.2%로 각각 축소할 예정이다. 현대카드는 오는 6월5일부터 전월 실적에서 주유 이용금액을 제외하는 등 서비스 제공 기준은 오히려 강화하기로 했다. 롯데카드는 최근 LG파워콤 사용료 납부 고객의 수수료를 조건없이 면제해 주던 것에서 면제 조건을 일정 사용액 이상 고객으로 강화했다.

더욱이 관련업계 관계자들이나 업계를 취재해 본 기자들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당초 폭넓은 서비스를 미끼로 고객들을 끌어들인 뒤 할인 혜택을 임의로 해도 사실상 고객은 속수무책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임의로(마음대로)라고 한 것은 사실상 일 년에도 몇 번이고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축소하는 사례가 빈발, 고객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봄부터 적용되는 신용카드 표준약관에는 카드사의 서비스는 영업정책이나 제휴사정에 따라 변경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 그런데 횟수나 방식은 명시하지 않고 카드사들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는 허점이 있다. 이에 따라, 예를 들어 법적으로 '전세 보증금'을 올리는 데 기간과 조정폭의 제한을 명시해 두는 것과 같은 조치를 카드 부분에서도 통제하여야 하는 게 아니냐는 보호책 확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카드업계는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가 침체돼 도저히 이전과 같은 조건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호황이면 고객을 잡으려고 알아서 혜택을 늘리지 않겠느냐"는 게 이들의 항변.

하지만 카드업계는 이렇게 말로는 불황 탓을 외치지만, 정작 자신들은 곧 돌아올 호황기를 꿈꾸면서 이에 대비해 체력 비축 중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카드모집인을 대거 줄였지만 최근 다이어트에 정체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고, KB카드 역시 지난 한 해 동안 모집인 몸집을 크게 줄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카드모집인은 성과급제라 이렇게 다소 많은 듯 유지한다고 해도, 꼬박꼬박 정액제로 월급이 나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예산 낭비 아니냐는 논리가 바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또 카드라는 게 어느 정도 규모가 갖춰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규모 산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따라서 불경기라고 해도 함부토 살을 빼면 나중에 문제가 된다는 주장이다.

   
  <자료제공= 금융감독원>  

◆휴면 카드 자체정리에도 인색한 카드업계

하지만 이렇게 체력 비축 차원에서 유지되는 모집인 규모는 결국, 과당 경쟁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 2003년 카드 대란 역시 서로 몸집 키우기를 하면서 경쟁하던 카드업계의 자승자박이었던 것을 볼 때,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미사용 카드 이른바, 휴면 카드가 늘고 있는 추세인 점도 문제다. 2008년 한 해 흐름을 보면 휴면카드가 조금씩 늘어 2500만 장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2008년 4월부터 표준약관제상의 휴면카드 정리 제도가 본격 가동돼 지금 당장 이런 판단을 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고객이 카드를 연체하든 말든 간에 일단 영업 전쟁에서 우리 회사만 밀릴 수 없다는 인식을 강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 이런 상황을 만들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카드대란을 야기한 바 있는 무한경쟁이 결국 이같은 국면을 다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연체율이 카드사별로 증가세인 점은 경제침체 외에도 이런 치킨게임 틈바구니에서 자라는 부작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씨카드가 최근 가맹회원사들의 지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 '비씨퓨처센터'를 개관하면서 '연간 2500만장 이상의 카드 발급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점도, 카드업계 스스로가 대규모 발전, 시장 팽창 쪽에 경도돼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하겠다. 이미 1억 장의 카드가 돌아다니는 시대에 다이어트보다는 시장의 유지 내지 확대를 꿈꾸는 경우 문제가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진=장제원 의원>  
치솟는 연체율을 잡으려고 미국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카드를 취소하는 고객에게 300달러 인센티브를 줬다는 지혜를 우리 나라 카드업계가 받아들일 때다. 아울러, 소상공인 등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없이 강자의 논리만을 들이대는 카드업계의 태도는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는 점을 카드업계 스스로 진지하게 인식할 때다.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이 동일 서비스를 하는 가맹점간에 수수료를 차별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것은, 자정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 카드업계의 구태의연함에 대한 사실상 마지막 경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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